양형기준 확대 왜?…잇단 사고에도 '집행유예·벌금' 수두룩

민식이법 이후 한 해 사고 523건으로 오히려 늘어
사망사고 내도 집행유예 그치는 경우 많아
음주운전의 경우 중한 실형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

입력 : 2023-05-22 오전 6:00:10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민식이법' 시행 이후에도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사고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처벌 강화, 안전 시설 보강 등의 후속 조치가 분주하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스쿨존 교통 범죄로 목숨을 잃는 어린이들은 매년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스쿨존의 안전을 위한 법령 강화는 물론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은 가중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민식이법 시행 이후가 사고 더 많아
 
2019년 9살에 생을 마감한 김민식 군의 희생 이후에도 스쿨존에서는 매년 어린이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스쿨 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민식 군이 사고를 당했던 2019년 567건에 달했습니다. 이듬해인 2020년 이른바 '민식이법'이 시행된 해 스쿨존 사고는 483건으로 줄었지만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원격 수업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2021년에는 523건으로 다시 증가 추세를 보였는데 이는 민식 군 사건 이전인 2017년 479건, 2018년 435건보다 많습니다.
 
특히 스쿨존 내 음주운전 사고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민식이법 시행 첫 해인 2020년에는 4건이었다가 2021년 9건, 2022년에는 5건의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여전한 솜방망이 처벌
 
민식 군 후에도 동원·승아·은결이 사건 등 스쿨 존 내 어린이 사망사고는 계속되고 있지만 피의자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 수준입니다. 민식 군을 사망에 이르게 한 운전자는 금고 2년형을 선고 받았지만, 민식이법 시행 직후 첫 어린이 사망사고 가해자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2020년 3월부터 시행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3, 이른바 '민식이법'은 스쿨존에서 13살 미만 어린이를 교통사고로 숨지게 하면 '3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는 징역형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구속보다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스쿨존에서 어린이가 죽거나 다친 교통사고로 1심에 올라간 사건 165건 중 실형이 선고된 건은 6건(3.6%)에 불과합니다. 그마저도 최대 형량이 1년 6개월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헌재에 따르면 어린이가 사망했을 경우 벌금형 선고는 불가능하지만 집행유예가 가능한 징역형 형량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 중한 실형으로 이어져야"
 
스쿨존 내 사망사고의 가장 큰 위험은 '음주운전'입니다. 이는 스쿨존 내 주의를 기울이는 것에서 확대해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경찰청의 연도별 음주운전 재범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음주운전은 7만5245건이 적발됐으며 재범 횟수가 7회 이상인 적발 건수도 983건에 달합니다.
 
재범률은 2019년 43.7%, 2020년 45.4%, 2021년 44.8%로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음주운전 3회 이상 위반자도 전체 위반자의 19.7%에 달하는 등 상습재범자의 비중이 높은데 이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처벌이 가볍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따라서 스쿨존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입법 발의는 정치권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김학용 의원은 음주운전자가 기존 1~5년에서 최대 10년 간 운전면허를 다시 딸 수 없도록 면허 결격 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정우택 의원은 또한 음주운전 유형별 결격 기간을 늘리고, 음주운전으로 2회 이상 적발돼 운전면허가 취소된 사람은 음주운전방지장치가 설치된 자동차 등 만을 운전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법조계에서도 법을 토대로 가해자에 대한 실제 엄벌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 변호사 모임(새변)은 최근 대전의 한 스쿨존에서 9세 어린이를 치어 숨지게 한 음주운전 가해자에 대해 "민식이법의 형 가중 요소를 구체적으로 정해 음주운전에 대한 높은 법정형이 실제 중한 처벌로 이어질 수 있도록 양형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스쿨존은 어린이들이 툭툭 튀어나오기 때문에 더 조심하라는 의미에서 법을 강화한 것이 민식이법"이라며 "민식이법의 취지를 감안하면 유족과 합의를 할 지라도 음주운전 요소만큼은 감형의 사유로 보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10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스쿨존에서 우회전 신호 위반 버스에 치여 숨진 초등학생 조은결(8)군 발인이 14일 수원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윤민영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