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휴비스, 실적 악화에 신용등급 '흔들'…올해도 회복 어렵다

한기평,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으로 '하향'…올 1분기도 적자
이자비용 1년 만에 168% 폭증…회복 더딘 폴리에스터 업황

입력 : 2023-05-23 오전 7:00:00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9일 17:3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휴비스(079980)의 신용등급이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실적 악화로 인한 재무안정성 저하가 주된 요인이나 원가부담에 비해 업황 수요 부진이 이어지면서 실적 회복이 쉽지 않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휴비스는 올해 1분기 매출이 22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0% 줄고 영업적자는 222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지난해 기록한 830억원의 영업적자 여파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실적 악화로 재무부담은 더해지고 있다. 휴비스는 폴리에스터 섬유 제조업체로 실적 회복을 통해 재무안정성을 개선해야 하는데, 글로벌 수요 회복 신호가 나오지 않고 있어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4월 휴비스의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대규모 적자 시현으로 재무안정성이 저하됐고, 비우호적 업황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 재무안정성 개선 가능성이 제한적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유동비율 94%인데…이자비용 1년 만에 168% 폭증
 
휴비스는 실적이 악화됨에 따라 차입 부담이 확대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242억원에 불과한데, 총차입금은 2663억원, 순차입금은 2421억원으로 현금성자산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휴비스는 일단 올해 1분기 급한대로 차입금 상환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단기차입금 상환으로 빠져나간 금액은 397억원이었고, 장기차입금 상환에는 696억원을 썼다. 그 결과 총차입금과 순차입금은 각각 2594억원, 2373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줄었다.
 
다만, 영업현금유입이 저조한 상황에서 상환 자금을 차입을 통해 해결하다 보니 부채비율은 122.4%로 14.2%포인트 늘었고, 유동비율은 94.4%로 2.4%포인트 줄어들며 안정성 지표가 계속 훼손되고 있다. . 
 
차입 부담이 늘면서 이자비용은 상승하는 추세다. 1분기 이자비용은 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8.1%나 올랐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에게서 빌린 원화단기차입금 이자율은 각각 5.81%, 5.22%나 된다. 지난해 10월과 11월 발행한 사모사채 이자율은 각각 6.70%, 6.45%에 달한다.
 
한기평은 신용등급 하향 변동요인으로 EBITDA(상각전 이익) 마진이 6% 이하, EBITDA 대비 순차입금 비율이 3.5 이상일 경우와 폴리에스터 산업 업황 약세로 제품 마진의 구조적 축소가 올 경우를 꼽았다. 1분기 기준 EBITDA 마진은 -4.6%였고, 순차입금/EBITDA 비율은 -22.8를 기록했다.
 
PET-MEG/PTA 스프레드 추이 (사진=삼성증권)
 
2분기도 여전히 비우호적인 업황
 
휴비스는 폴리에스터 섬유 제조업체로, PTA(고순도 테레프탈산)와 MEG(모노에틸렌글리콜)를 결합해 페트병의 원료로도 쓰이는 PET를 만든다. PET는 방사와 연신을 통해 섬유로 제작할 수 있는데, 솜 형태로 만들면 단섬유, 실 형태로 만들면 장섬유가 된다. 휴비스는 생산능력 기준 국내 단섬유 시장 52.3%를 차지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PET 섬유는 화학섬유로서 의류용 및 산업용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문제는 지난해 중국이 제로코로나 정책을 시행하면서 의류 등 전방 수요가 감소했고 현재까지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휴비스의 폴리에스터 매출 실적은 국내 및 해외법인이 모두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제품 매출은 8012억원으로 전년대비 6.0% 줄었고, 상품 매출 역시 7.9% 줄었다. 중국법인인 사천휴비스 역시 2.7% 줄었다. 불경기 여파는 1분기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1분기 매출을 기반으로 단순히 4를 곱하면 지난해보다 10.7% 줄어들게 된다.
 
최근 하락세를 나타냈던 원재료 가격도 다시 상승 중이다. 삼성증권(016360)에 따르면 5월 중순 MEG 가격은 톤당 520달러로 1주일 만에 20달러가 올랐다. PET와 원재료(PTA/MEG) 스프레드는 31달러에 불과해 최저점이었던 지난해 4분기 평균 66달러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
 
문제는 MEG 가격이 오른 이유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MEG는 수익성 부진으로 인한 가동률 하향 영향으로 공급이 감소해 가격이 상승했다"라고 분석했다. 즉, 전방 산업인 폴리에스터 수요 부진으로 채산성 위기를 겪은 MEG 공급업체들이 공급을 줄이면서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이야기다.
 
 
실적 개선 시기 하반기 이후…단기 재무안정성 회복은 어려워
 
한기평에 따르면 휴비스는 핵심사업의 경쟁력 회복과 조직 구조 효율화, 조직역량 집중을 통해 이익창출력을 강화하고 운전자본관리 등을 통해 재무안정성을 회복시킬 계획이다. 휴비스는 지난해 4분기에 비해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개선됨에 따라 점차 시장이 회복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업황의 비우호도가 높아 2023년에도 적자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고, 차입 규모와 실적을 고려하면 재무안정성이 단기간에 회복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유준위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휴비스는 유럽과 미국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예년 수준에는 못 미치는 상황"이라며 "단섬유 시황의 본격적인 회복은 하반기 이후에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휴비스는 전기차 성장을 노리고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고기능성 폴리에스터 접착 소재인 LMF(저융점섬유)를 차별화하고, 메타 아라미드 전기차 전기 절연지 등으로 확대할 계획인데, 해당 제품들은 다양한 단섬유 제품군에 속해 있어 공시 내에선 매출이나 가동률 등의 구분이 확실하지 않다.
 
<IB토마토>는 휴비스에 실적 개선 목표와 재무 개선 계획 등을 문의했으나 휴비스 측은 답변을 거절했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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