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그동안 '적자 상품'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자동차보험이 손해보험사의 효자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기저 효과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은 손해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자동차보험 흑자영업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손보사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할인 특약을 내세우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4월 차보험 손해율 70%대
손해율은 보험사의 수입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로, 100%를 넘을 경우 적자라고 보는데요. 일반적으로 자동차보험의 경우 손해율이 80% 이상일 경우 사업비 등을 감안해 사실상 적자라고 보고 있습니다. 올해 4월말 기준 이들의 손해율은 △삼성화재 77.0% △DB손해보험 75.5% △현대해상 75.4% △KB손해보험 76.8%였습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손해율을 봐도 4대 손보사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각 사의 누적 손해율을 보면 △삼성화재 77.2% △DB손해보험 76.8% △현대해상 77.0% △KB손해보험 76.8%로 집계됐습니다. 물론 상반기는 계절적 요인이 있는 하반기에 비해 손해율이 낮은 편입니다. 폭우가 잦은 8~9월과,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11월 말부터 12월은 자동차사고가 다른 달에 비해 많은 편으로 손해율도 높게 나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보험료 인하에도 수익 '선방'
그러나 이번 4월 손해율은 2월 말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했음에도 80%선을 지켜낸 것으로 고무적인 성적입니다. 4월 말 삼성화재의 손해율은 전달 대비 3.4%p 상승하고, KB손해보험은 전달 대비 1.8%p 오른 76.8%였습니다. 손해율이 소폭 상승했지만 80%를 밑돈 것인데요. 특히 DB손해보험·현대해상의 손해율은 오히려 전달 대비 0.1%p 하락했습니다. 주요 손보사들은 올해 2월 말 부터 2% 가량 보험료를 인하한 바 있습니다.
코로나19 거리두기 효과가 작용했던 지난해 4월에 비해서도 이들의 올 4월 손해율은 다소 낮은 편이었습니다. 코로나19 거리두기는 4월 18일부터 전면 해제됐는데요. 지난해 4월말 기준 4대 손보사들의 평균 손해율은 77.8%였습니다. 올해 4월말 평균 손해율은 76.2%입니다.
지난해 손보업계의 자동차보험 실적은 크게 개선된 바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국내 12개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99억원(20.1%) 증가한 4780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2021년 81.5%에서 지난해 81.2%로 개선됐습니다. 손익분기점에 보다 가까워진 것입니다. 보험 가입 대수가 57만대 늘어 보험료 수입이 5000억원 증가한 가운데 사고율이 낮아지면서 손해율이 개선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CM채널 비중 늘고 사고율 줄어"
근본적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대면채널 대비 수수료가 낮은 CM채널에서의 자동차보험 판매가 늘고 있고 블랙박스, ABS와 같은 첨단안전운전장치를 차량에 장착하는 것이 일반화돼 자동차 사고도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CM채널의 영향력은 점차 성장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의 CM채널 판매 비중은 전년 대비 2.8%p 오른 31.6%로 집계됐습니다. 2018년(18.3%)에 비해서는 무려 두배 가량 증가한 것입니다.
지난해 대면채널과 TM채널의 자동차보험 판매 비중은 전년 대비 각각 2.0%p, 0.8%p 하락한 52.2%, 16.2%로 나타났는데요. 대면채널과 TM채널의 수요를 CM채널이 흡수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CM채널의 비중이 커질 수록 사업비율은 감소하게 돼, 손해율이 하락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CM시장에서 자동차보험 판매는 지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 다이렉트 판매를 늘리고 있고,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 진출도 예정돼 있다"며 "온라인플랫폼에서 가장 비교하기 쉬운 보험상품이 자동차보험인 만큼 판매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손보사들도 자동차보험 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4대 손보사들은 잇따라 자동차보험 할인 특약을 내세워 판매 동력을 확보하고 있는데요. 특히 최근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삼성화재는 "자동차보험 시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3년 연속 이익을 달성할 것"이라며 "가격과 상품경쟁력을 차별화하고 보상, 사업 구조 및 업무 생산성을 혁신해 합리적인 사업 환경을 구축함으로써 수익을 이어나가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여름 휴가철에 접어들며 점차 차량이 증가하면 사고건수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보험료 인하가 반영되면서 수입보험료 감소가 이어져 연중 실적은 지속적으로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서울 논현역 인근 도로를 달리고 있는 차량 모습. (사진=뉴시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