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현대해상이 암보험을 출시한지 하루만에 상품 손질에 나섰습니다. 일부 보험설계사들이 제한적인 조건에서만 받을 수 있는 예상 환급률을 마치 확정된 사항처럼 소비자에게 광고하면서 문제가 된 것인데요. 현대해상은 무사고 기간에 따라 보장금액을 증액하는 담보에 대한 설계를 중단시킨 상태입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전날 오후 2시쯤 '두배받는 암보험'의 일부 담보 설계 중지를 결정했습니다. 지난 2일 출시된 이 상품은 암에 걸렸을 때 필요한 비용을 보장하는 상품인데요. 암 주요치료비를 신설해 5년간 최대 6억원을 지급하고, 전이암직접치료입원일당·수술·항암약물 등 전이암 신규 담보를 탑재한 점이 특징입니다. 또한 20년납 외에도 보험기간 동안에 걸쳐 보험료를 납입하는 전기납 방식을 신설했습니다.
무사고 체증형 보장을 탑재한 점도 눈에 띄는 내용이었는데요. 체증형 방식이란 보장금액이 점차 상승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보험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환급액이 점점 늘어나는 상품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점을 활용해 마치 저축성 상품인 것처럼 판매한 일부 보험설계사들의 행위가 문제가 됐습니다.
보험설계사 커뮤니티에 따르면 해당 상품은 '현대 암 신상품, 40세 기준 전기납 100세 만기(60년납) 전 담보 세팅시 5년 시점 환급률 160% 확정'이라는 내용으로 전파됐습니다. 현대해상이 내놓은 해당 암보험 신상품에 100세 만기로 40세에 가입할 경우 납입기간은 60년인데, 모든 담보에 가입하면 보험료를 낸 지 5년 이후부터 환급금이 낸 돈 대비 160%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보험설계사가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현대해상 암보험 상품의 기간별 환급률을 제시한 표. (사진=네이버)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 올라간 상품 홍보글을 보면 경과기간 별 환급률을 정리한 표가 게시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2024년 신년맞이 특판', '3년만 납입하셔도 원금보다 높은 환급률, 10년차엔 200%정도'라는 문구와 함께 등장했는데요. 경과기간 3년의 경우 납입보험료는 448만560원, 환급금은 573만9724원, 환급률은 128.1%로 제시돼 있었습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무사고 특정 조건부의 예상 환급률을 일부 대리점에서 확정된 환급률로 마케팅한 것으로 보인다"며 "영업 현장의 오해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무사고 기간에 따라 보장금액을 증액하는 담보에 대한 설계를 제한했다"고 밝혔습니다. 판매를 중지한 것은 아니어서 곧 해당 담보에 대한 조건을 변경한 뒤 설계 제한이 해제될 것으로 보입니다.
보장성 보험인 암 보험은 연금보험이나 저축보험 등 저축성 보험과는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보험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필요한 비용을 보장받기 위해 가입하는 것일 뿐 목돈을 마련하기 위한 상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보장성 보험을 저축성 보험인 것처럼 속여 판매할 경우 불완전판매에 해당할 소지가 있습니다.
보장성 보험을 저축성 보험처럼 판매하고, 시점에 따라 환급률을 제시해 소비자를 현혹하는 대표적 사례는 종신보험 불완전판매입니다. 가입자가 사망하지 않고 만기까지 보험계약을 유지할 경우 환급금이 존재하는 점을 활용해 일부 보험설계사들은 마치 저축 상품처럼 속여 판매하기도 했는데요.
특히 지난해 출시된 5년·7년·10년짜리 단기납 종신보험은 이러한 저축 컨셉의 판매 행위가 두드러졌습니다. 5년만 보험료를 내도 환급률이 100%가 넘어가도록 상품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설계사들 사이에선 보험사와 완납 시점 대비 납입기간 별 환급률을 표로 만들어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 납입 완료 시 환급률을 100% 이하로 설정하도록 상품구조 개선을 지시하며 제동을 걸었습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회사에서 불완전판매 우려 등의 사유로 바로 조치한 것"이라며 "곧 상품 관련 후속조치 예정이다"라고 밝혔습니다.
현대해상 전경. (사진=현대해상)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