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4년전 세계 최초로 5G가 상용화되면서 이용자들은 꿈의 속도에 기대가 찼습니다. LTE보다 20배 빠르다는 5G를 통해 이전과는 다른 새로움을 기대했던 것이죠. 하지만 도입 초기 5G 속도는 LTE 대비 4배가량 빠른 데 그쳤습니다. 5G 도입 만 3년이 지난 지난해 말이 돼서야 LTE 대비 6배 빨라졌습니다. 앞으로도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통신사들이 이론적으로 LTE 대비 20배 빠르다는 5G 28㎓ 기지국 구축을 중단한 영향입니다. 공정위가 통신3사에 대해 5G 상용화 당시 과장광고를 했다며 과징금 부과를 결정한 가운데 통신사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2019년 4월 디지털 사이니지에 5G를 알리는 광고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336억 과징금 부과받은 통신3사 "이론상 속도인데"
공정거래위원회는 24일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통신3사에 대해 5G 속도를 거짓 과장했다며 33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세부적으로는 관련 매출액 기준으로 SK텔레콤에 168억2900만원, KT 139억3100만원, LG유플러스 28억5000만원을 책정했습니다.
통신3사는 공정위 제재에 대해 아쉬운 모습을 보이며 공정위 의결서 검토 후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SK텔레콤은 "통신기술의 특성에 따라 이론상 속도임을 충실히 설명한 광고임에도, 법 위반으로 판단한 이번 결정은 매우 아쉽다"고 밝혔습니다. 또 "공정위 의결서를 아직 받지 못한 만큼, 추후 의결서를 수령하는 대로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해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KT와 LG유플러스도 "공정위 의결서를 송부받으면 세부 내용을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제재 발표 직후인 만큼 신중한 모습입니다.
공정위가 문제로 삼은 건 통신3사가 2019년 4월3일 5G 서비스 상용화를 전후해 '최고속도 20Gbps',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집중적으로 광고했다는 점입니다. 이에 대해 통신3사는 이론적 비전을 제시한 것으로 과대광고가 아니다는 점을 강조해왔습니다. 일부 인용된 부분도 당시 빠르게 시정했다고도 했습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상용화 이전 광고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이론적 속도밖에 설명할 기준이 없다"면서 "당시 이를 소명했음에도 이제와 문제시되는 것이 아쉽다"고 전했습니다. 공정위 의결서를 송부받은 후 결정되겠지만, 3사가 공동으로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이통통신 판매점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28㎓ 구축은 포기…꿈의 속도에 머물게 된 5G
물론 통신3사도 억울한 점은 있습니다. '2019년 5G 조기 상용화'는 2017년 발표된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였습니다. 당시 세계 첫 상용화 업적을 위해 일정이 무리하게 진행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 과정에서 5G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죠.
하지만 통신3사는 LTE 대비 20배 더 빠른 속도를 내세운 배경이 되는 5G 28㎓ 주파수에 대한 투자를 잠정 중단하면서 사실상 구축을 포기했습니다. 장애물을 만났을 때 굴절률이 낮고 전파 도달거리가 짧아 설비투자 비용이 기존 5G 3.5㎓ 주파수 대비 많이 듭니다. 설비투자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지만, 28㎓를 활용한 비즈니스모델(BM)은 변변치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결국 통신3사는 2018년 주파수 할당 당시 제시한 조건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T와 LG유플러스에 지난해 말 해당 주파수 할당 취소를 통보했습니다. SK텔레콤에겐 지난 12일 할당취소를 사전 통지했습니다. 23일에는 할당취소 처분을 앞두고 SK텔레콤의 의견 청취를 위한 청문이 진행됐는데, 5G 28㎓에 대한 추가 구축 계획이 없으며, 별다른 이견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기정통부는 이달 말 SK텔레콤에 대한 5G 28㎓ 주파수 취소 처분을 실시할 방침입니다. 결국 국내에서 LTE 대비 20배 빠른 5G를 위해 투자에 나서는 통신사업자는 없게 된 것입니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5G 28㎓ 주파수가 결국은 다 반납된 건데, (5G 28㎓ 서비스를) 할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기지국 설치 투자도 안 한 걸로 볼 수 있다"며 "그러면서 소비자한테는 20배 빠른 속도를 광고했는데,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도 5G 상용화 당시 과장광고임이 판명됐다며, 소비자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안진걸 소장은 "5G가 20배 빠르다는 것은 이번 공정위 과징금 부과로 과장임이 확인된 것"이라며 "불완전 판매에 대해 통신비를 반환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