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지난해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이후 스토킹 범죄의 인정 범위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스토킹이 더한 강력 범죄로 확대되기 전 차단하기 위한 조치인데요. 그러나 층간 소음 문제처럼 층간 소음 피해자가 보복 소음 가해자로 바뀌는 과정에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과 세밀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피해자가 가해자로, 가해자가 피해자로
층간 소음 피해자의 피해 의사 정도가 지나쳐 공포감을 줄 경우는 범죄로 인정되지만, 현행법에는 주거지 등에서 기다리거나 우편·전화·팩스로 인해 상대방이 공포감을 느끼기만 해도 스토킹 행위가 성립됩니다. 층간 소음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지속적으로 찾아가거나 전화나 쪽지 등으로 피해 의사를 표시할 경우 사과 대신 경찰 신고가 진행되면 피해자는 가해자가 됩니다.
스토킹 행위는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정의(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 2조)돼 있습니다.
그러나 스토킹 처벌법에 저촉될까 두려워 층간 소음 피해를 호소하지 못하는 부작용도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도 필요해 보인다는 법조계 주장도 많습니다.
'법률의 부작용'이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을 잡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빚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범죄 재발 여지를 남기는 '반의사불벌죄' 또한 강력 범죄 차단 취지에서 폐지돼야 하는 '독소조항'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원치 않을 경우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도록 규정한 범죄인데요. 피해자가 가해자의 보복에 두려워 억지 합의를 한다면 또다시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 때문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직후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스토킹처벌법이 '만능법'은 아냐"
이웃 간 층간 소음 문제의 경우는 살인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스토킹으로 고소가 가능합니다. 문제는 스토킹 처벌법 시행 후 스토킹이 인정되는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정확한 기준도 모호하다 보니 그동안 경범죄로 처리했던 문제도 강력 범죄로 남용용될 수 있다는 우려인데요. 이는 강력 범죄의 대응력이 약화될 수 있는 문제로 이어집니다.
원래 층간 소음으로 인한 단순 분쟁은 1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등의 처벌이 적용되는 경범죄 처벌법 대상입니다. 그러나 스토킹 범죄로 인정되면 3년 혹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처분을 받게 됩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층간 소음은 그동안 민사나 분쟁조정위원회로 해결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피해자 보호 측면에서 범죄의 인정 범위가 넓어졌다고 해도 스토킹 처벌법이 층간 소음 문제를 무조건 형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만능법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4월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CCTV 영상 공개 기자회견에서 사건현장 CCTV가 공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