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여론에도 '제 식구 감싸기'…민주당, 도덕성 추락

국민의힘 '가결 당론' 속 '자율투표' 민주당 주도 부결 가능성 커
'검찰수사 과도' 문제의식…검찰, 같은날 돈봉투 관련 압수수색

입력 : 2023-06-13 오전 6:00:00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이른바 돈봉투 의혹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민주당의 도덕성에 타격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이번 부결에는 민주당의 반대표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큰데요. 이로써 민주당은 두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전부터 제기돼 왔던 ‘제 식구 감싸기’ 지적을 면하기 힘들 전망입니다.
 
국민 과반 '가결 찬성' 했는데…"납득 어려운 충격적 결과"
 
윤 의원과 이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로 민주당은 당 안팎의 ‘방탄’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입니다. 두 의원 구속영장이 청구된 계기였던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거액의 가상자산 보유 논란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 사태가 불거진 이후 민주당은 도덕성 훼손에 따른 후폭풍에 휩싸였습니다. 
 
먼저 여론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지난 2일 본지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달 30일부터 31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88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0.6%는 윤 의원과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돼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부결돼야 한다’고 응답한 의견은 34.6%에 그쳤습니다(자세한 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은 이날까지도 윤 의원과 이 의원 체포동의안 가결을 두고 민주당에 압박을 이어갔습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바닥까지 추락한 도덕성을 회복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지 확인하는 날”이라며 “민주당은 당대표부터 최고위원까지 불체포특권 제한을 추진한 바 있는데, 말과 달리 자당 출신 의원의 돈봉투 살포 의혹에 대해 ‘자율투표’라는 말도 안 되는 것으로 보호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의당도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강은미 원내대변인은 이날 윤 의원과 이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가 나온 뒤 논평을 내고 “납득하기 어려운 충격적인 결과”라며 “민주당이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킬 거라는 의구심은 본회의 전부터 계속돼 왔다. 민주당은 돈봉투 의혹에 있어 단 한 번도 책임 있는 조치를 보인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노웅래이재명'에 이은 방탄…검찰과 전면전 불가피
 
민주당 내에서도 윤 의원과 이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맞닥뜨릴 여론 악화에 대한 우려가 계속돼왔던 만큼, 진보진영을 향한 ‘내로남불’ 주장에도 힘이 실리게 됐습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에는 노웅래 의원, 지난 2월에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각각 부결시켰습니다. 지난 3월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 체포동의안 가결과 대조되는 지점이었습니다. 이에 윤 의원과 이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당 차원에서 두 의원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키고, 법원의 영장 기각을 지켜보자는 의견도 당내 일각에서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윤 의원과 이 의원 체포동의안을 둘러싼 당 안팎의 잡음에도 소속 의원들의 표심이 부결로 기운 배경에는 검찰 수사가 과도하다는 문제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12일 오전 열린 민주당 의총에서 윤 의원, 이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과 관련해) 한 의원이 ‘검찰 수사가 너무하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고 전했습니다.
 
검찰은 돈봉투 의혹을 겨냥한 수사의 고삐를 느슨히 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윤 의원과 이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 이날 검찰은 2021년 전당대회 경선 당시 컨설팅을 맡은 업체를 압수수색 했습니다. 검찰이 강제수사를 단행한 컨설팅업체 A사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경선 캠프 홍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검찰은 송 전 대표 후원조직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가 A사와 허위 계약을 맺어 경선 캠프가 지불해야 할 비용을 대납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A사는 지난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 광역단체장 선거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올린 매출은 약 36억원에 달합니다. 
 
검찰의 수사망도 구체화하는 모양새입니다. 검찰은 지난 6일 국회사무처를 압수수색하고 2021년 전당대회 과정에서 돈봉투를 주고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전·현직 의원 29명의 국회 출입 기록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검찰은 돈봉투를 수수한 것으로 의심되는 의원들이 특정되는 대로 이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입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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