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9일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깜짝 선언하며 윤석열정부 사정당국과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다졌습니다. 내부적으로 지속적으로 일고 있는 책임론·사퇴론을 잠재우는 한편 검찰 수사에 대한 그간의 방어적 태도를 끝내고 자신이 정국 주도권을 쥐겠다는 표현으로 읽힙니다.
검찰 수사 맞서 '깜짝 선언'…정치적 승부수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저에 대한 정치수사에 대해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소환한다면 10번 아니라 100번이라도 응하겠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구속영장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 압수수색, 구속 기소, 정쟁만 일삼는 무도한 '압구정' 정권의 그 실상을 국민들께 드러내겠다"고 말했습니다.
애초 이번 메시지는 예정에 없던 내용이었던 만큼 이 대표가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입니다. 그간 당 안팎에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관련해 당과 분리해 개인 스스로 돌파해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른 바 있는데 뒤늦게나마 이를 따르는 결정입니다.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장관들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계파색이 옅은 한 중진 의원은 본지와 한 통화에서 "당내에서 워낙 자신을 향해 여러 이야기가 많이 나오니까 이를 잠재우기 위해서 말한 게 아니겠느냐"며 "워낙 검찰 수사가 알맹이가 없지 않냐. 이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보인다"고 바라봤습니다.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도 "주목도가 높은 교섭단체 대표연설 자리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말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커지는 사퇴론·책임론…'방탄정당' 비판 겨눴다
현재 이 대표를 둘러싼 당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합니다. 본인의 사법리스크는 물론 지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유포 의혹, '김남국 코인' 파문, 이래경 혁신위원장 부실 인선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당 수장이던 이 대표를 향한 책임론과 사퇴론이 계속 불거져 왔습니다. 이 대표 스스로 사법리스크에 갇혀 있기 때문에 당의 제대로 된 혁신을 도맡을 능력과 동력이 없다는 비판이었습니다.
특히 2월27일 진행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은 그에게 상처만 남겼습니다. 당시 재석 의원 297명 중 찬성 139명, 반대 138명, 기권 9명, 무효 11명으로 부결됐지만, 반대가 당시 민주당 의석(169석)보다 31표나 적었을 만큼 당의 단일대오 대열은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의 리더십은 상당 부분 타격을 입었고 국민의힘으로부터 '방탄 정당'이라는 비난을 지속적으로 들어야 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뒤 민주당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를 향한 여론도 여전히 좋지 못합니다. 지난 16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에게 '여당과 제1야당 대표가 당 대표로서 역할을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보느냐'고 물었는데 이 대표는 긍정 32%, 부정 60%로 집계됐습니다. 긍정 29%, 부정 57%이었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 30% 내외에 그쳤습니다. 결국 당 안팎에서 부정적인 목소리에 시달린 이 대표에게 남은 것은 정면돌파뿐이었습니다.(자세한 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이전부터 불체포특권을 포기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지 않았느냐"며 "이제는 검찰과 정권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든 안 하든 더는 방어적인 태도를 버리겠다는 표현"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