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리스킹 시험대 맞은 미중…한중관계는 악화일로

윤 대통령 입장 변화 없다면 한중 관계 '냉랭' 불가피

입력 : 2023-06-19 오후 5:50:02
토니 블링컨(왼쪽 두 번째) 미 국무장관이 19일 중국 베이징의 영빈관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과 회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미국과 중국의 외교수장이 연쇄 회담을 이어갔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각자의 입장을 차이를 재확인했습니다. 성과가 없는 건 아닙니다. 고위급 교류를 지속하기 위한 양국 공동 워킹그룹 협의와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미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게다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면담까지 성사되면서 미중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습니다. 
 
미국은 또 싱하이밍 사태 등과 관련한 한국 측 입장을 중국에 전달하면서 징검다리 역할도 수행했는데요. 이에 따라 한중 관계 역시 해빙 모드로 돌입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적대적 태도가 이어지는 한 악화일로를 걸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블링컨 만난 시진핑미중 정상회담 분수령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19일 오후 4시 30분(현지시간)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면담을 가졌습니다. 양국은 이번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통해 최근까지 주고받았던 긴장관계를 관리하면서 해빙모드에 돌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완전한 해빙모드는 아닙니다. 양측의 입장은 여전히 팽팽한 상태를 유지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시 주석과의 면담에 앞서 18일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중국 외교 1인자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2인자,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연달아 만나 회담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월 정찰풍선 사태로 블링컨 장관의 방중이 취소된 이후 넉 달 만에 양국 외교 수장이 만나게 된 겁니다. 
 
양측은 솔직하게 각자의 입장을 주고 주장하면서 이견을 드러냈습니다. 왕이 위원은 이날 베이징에서 블링컨 장관을 만나 “중미 관계가 침체된 것은 미국이 잘못된 대중국 인식을 갖고 잘못된 정책을 초래한 데 기인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위협론’에 대한 과장 중단 △중국에 대한 불법·일방적 제재 철회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압박 포기 △대만 문제 등 중국 내정 간섭 자제 등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블링컨 장관은 “미국이 지난해 11월 발리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 확정한 의제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1월 바이든 대통령과 시 국가주석은 발리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경쟁을 책임있게 관리하고 공동의 협력 영역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바 있는데, 블링컨 장관은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셈입니다.  
 
접점을 찾지 못했지만, 양국은 대화의 끈을 놓치지 않는 모습입니다. 미국은 친 부장을 워싱턴DC로 초청해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인데요. 중국 측 발표문에 따르면 양측이 편리한 시기에 답방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블링컨 장관이 시 주석과 면담을 하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정상회담까지 성사될 가능성 또한 높아졌습니다.
 
4박 6일 일정으로 프랑스와 베트남 순방에 나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9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 전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중 접점 찾는데…한중 여전히 '날선 신경전'
 
미국은 블링컨 장관의 방중이 끝나는 대로 한국 정부에 방중 결과를 상세히 공유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방중 전날인 지난 17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통화하면서 한중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박 장관은 특히 최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베팅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발언한 데 대한 한국의 입장을 전달한 것인데요. 블링컨 장관은 “상호 존중에 기반해 성숙한 한중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한국 측의 노력을 지지한다”며 관련 내용을 중국에 전달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때문에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바탕으로 한중 관계 역시 진화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특히 정부 내에서는 내달 12일부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대한 기대도 내비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지금과 같이 중국에 적대적 태도를 유지한다면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싱 대사 발언이 알려진 이후 윤 대통령은 직접 싱 대사를 거론하며 중국의 사과 혹은 인사 조치를 요구한 바 있는데요. 이에 대통령의 직접적인 발언이 외교적 공간을 대폭 축소시키고 중국 측의 적대적 감정만 고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대만 문제에 대해 “힘에 의한 현상변경 시도에 결연히 대응하겠다”고 발언하면서 중국의 강한 반발을 샀습니다. 
 
중국을 자극할 발언을 수정해야 관계 개선을 이룰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도 정찰위성 사태 한 달 뒤인 지난 2월, 중국이 정찰풍선을 의도적으로 띄웠을 가능성에 대해 “거의 없다. (중국이)몰랐을 가능성이 있다”고 수습에 나섰습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앞둔 지난 17일에도 “앞으로 몇 달 안에 시 주석을 다시 만나 양국 간 합법적 차이점과 어떻게 서로 잘 지낼 수 있는지 이야기하길 희망한다”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뉴스토마토>에 “중국은 북한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상 유일한 국가라, 한반도의 평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며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정답은 있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 ‘힘에 의한 현상변경’ 관련 발언을 고치면 되는데 그렇게 할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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