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돈봉투 살포·먹사연 대납 '모두 모르쇠'…혁신위 '찬물'

송영길 거듭된 독자행동…'이재명 리더십' 흔들릴 가능성
'돈봉투' 첫 의제 선택한 혁신위…"개별 의견 별개로 논의"

입력 : 2023-06-22 오전 6:00:00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송영길(왼쪽) 전 대표가 지난 7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자진 출석 뒤 면담이 이뤄지지 않자 검찰 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과 자신의 외곽조직인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 대납 의혹에 대해 모두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돈봉투 의혹을 첫 의제로 선택한 당 혁신위원회는 물론 정책 의원총회로 쇄신을 도모한 당에 나란히 찬물을 끼얹은 겁니다.
 
불체포특권 옹호한 송영길먹사연 대납 의혹에 '격앙'
 
송 전 대표는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기존과 마찬가지로 돈봉투 의혹 관련해 전혀 몰랐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그는 "저로 인해 발생한 사안이기 때문에 정치적 책임을 지고 이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다"며 "개인적·법률적으로는 제가 몰랐던 사안이라는 (생각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고, 법정에서 저를 옭아매려고 하면 철저하게 싸워내겠다"고 읍소했습니다.
 
송 전 대표는 인터뷰 현장에서 재생된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과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 간 녹취록에 대해서도 "변호인과 피고인 동의와 참관 하에 녹취가 추출돼야 하는데 그 과정이 없다는 것 아니겠느냐. 위법 수집 증거라고 본다"며 "사실상 CBS에서 녹음을 트는 것도 잘못됐다"고 주장했습니다.
 
20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혁신기구 1차 회의에 이재명(왼쪽에서 두 번째) 대표와 김은경(오른쪽에서 두 번째) 위원장이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먹사연이 당시 불법 경선 자금의 조달 창구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습니다. 송 전 대표는 "분노를 금할 수가 없는데 이게 15년이 넘는 조직으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자체 의결 구조가 있고 자체 결정하는 것으로 고문으로 참여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일단 모를 뿐만 아니라 먹사연에서 단돈 10원도 가져다 쓴 적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국회 쟁점인 불체포특권 포기 관련해서도 "이재명 대표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하에서 포기하자는 행위는 투항적 노선이자 야당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일갈했습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지난달 2일과 7일 서울중앙지검에 잇따라 자진 출석하며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거듭 주장하는 등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습니다. 검찰이 자신을 소환하지 않고 수사 사실을 외부로 흘리는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방어권 행사 차원에서 계속 움직이고 있는 겁니다.
 
'내로남불' 송영길 좌충우돌이재명 리더십도 혁신위도 '흔들'
 
송 전 대표의 연이은 독자행동에 쇄신책의 하나로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킨 이 대표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이번 의혹 중심에 선 송 전 대표가 계속해서 독자적으로 행동할수록 돈봉투 논란 수습은 더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또 자칫 내부 관리 소홀에 따른 이 대표 리더십 문제가 거론될 여지가 있습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본지와 한 통화에서 "송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은 '나는 돈봉투 받은 게 없기 때문에 당당히 검찰과 싸울 준비가 됐다. 이 대표도 전면에서 적극 싸워야 하는데 움직이지 않는다'는 불만의 메시지가 담긴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이재명(앞줄 가운데) 민주당 대표와 의원들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금 상황이 어색하기는 이제 갓 출범한 혁신위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 시작과 함께 2020년 이후 의원·당직자 부패비리 사건 진단을 통해 당의 도덕성 문제를 진단하기로 했는데, 송 전 대표의 강변으로 인해 그 취지가 퇴색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전날 "돈봉투 사건은 조직의 문제인 것 같다. 자료를 좀 보니 심각한 사안으로 확인됐다"며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쇄신안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혁신위 관계자는 본지에 "특정 개인이 돈봉투 의혹에 대해 부인하는 것과 별개로, 돈봉투 사건 자체가 당의 핵심 행사인 전당대회 중에 벌어진 일이지 않느냐. 이 때문에 위원장님께서도 조직의 문제라고 언급하신 것"이라며 "앞으로 돈봉투 사건을 포함해 여러 의제를 놓고 폭넓게 논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혁신위는 23일 오후 2시 2차 회의를 열 예정입니다.
 
한편 이날 민주당은 박광온 원내대표 체제 이후 첫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일하는 야당'의 면모를 보이는 데 시간을 보냈습니다. 의총 후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추진을 당론으로 정하고, 오는 30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안건을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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