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비 부담 고려한 '속도조절'일 뿐…추가 인상요인 여전

전기요금 동결했지만 추가 인상 압박 커질 듯
한전 45조원대 적자 고려하면 인상요인 여전
6월 말 PPA 요금 시동거나…산업용보다 비싸다고 반발

입력 : 2023-06-21 오후 5:08:00
 
 
[뉴스토마토 주혜린·김유진 기자] 3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됐지만 '속도조절'일뿐이라는 관측이 팽배합니다. 한국전력의 45조원대 누적적자를 고려하면 추가 인상요인은 여전하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반면 이달 말 도입 예정인 '직접 전력거래계약(PPA) 요금' 제도가 가뭄에 단비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하지만 산업용보다 비싸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한전 적자를 해소할 책술은 마땅치 않은 상황입니다.
 
21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한전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동안 쌓은 적자는 38조5000억원입니다. 올 1분기에도 6조2000억원의 적자를 보면서 누적적자 규모는 44조원7000억원에 달합니다. 
 
증권가에서는 한전이 올해도 영업손실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분석을 보면 증권사들은 2분기에도 약 2조9500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올해 전체적으로는 적자규모를 7조4000억원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전의 적자는 연료비 급등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제때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역마진 구조로 인해 한전은 전기를 팔면 팔수록 오히려 적자가 불어났습니다.
 
정부가 지난해 4월부터 전기요금 인상에 나섰으나,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국민 부담이 높아지자 속도 조절에 들어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앞서 산업부는 한전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올해 킬로와트시당 51.6원을 인상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 인상 폭은 지난 1분기 11.4원에 2분기 8원을 더해 19.4원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산업부 계산대로라면 3·4분기에는 30.5원을 더 올려야 합니다.
 
다만 이번 전기요금 동결은 예상된 결과로 보고 있습니다. 여름을 앞두고 요금을 올릴 경우 국민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 여론을 의식해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지금도 한전이 전기를 사 오는 가격보다 판매하는 가격이 낮기 때문에 적자가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요금인상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며 "요금 인상은 필요하지만, 국민부담을 같이 살펴 속도 조절도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한전은 여전히 팔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기준 전력도매가격(SMP)는 ㎾h 당 164.87원으로 전력판매가격 136.23원보다 높습니다. 1㎾h를 팔때마다 28.64원이 손해라는 얘기입니다.
 
정부가 지난해 4월부터 전기요금 인상에 나섰으나,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국민 부담이 높아지자 속도 조절에 들어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요금 인상 속도 조절에 들어갔지만, 한전의 누적 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 억제만 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향후 전기료 인상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게 정부 안팎의 관측입니다. 한전도 꾸준히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주장해왔습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6월 말 도입 예정인 PPA 요금제의 향배에 주목하는 분위기입니다. PPA요금제는 전기사용자가 재생에너지만으로 필요한 전력을 조달하지 못할 경우 부족전력을 한전에서 구입할 때 적용하는 요금입니다. 
 
일반 산업용 전력보다 기본요금이 월등히 높습니다. 한전은 “PPA고객에 대한 고정비 회수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그 부담을 일반 고객에게 전가시킬 수 밖에 없는 한전 입장도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산업용보다 비싸다며 해당 요금제가 주력산업 경쟁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어 녹록지 않은 실정입니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이날 PPA 요금제 토론회를 통해 "PPA는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미래예측에다 계약단가, 방식 등을 따져야 하는 부담이 큰데 전기요금까지 높이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재무건전성 회복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에 대한 소극적인 자세와 다가오는 총선 등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충분한 전기요금 조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높아진 연료비 수준을 고려했을 때 앞선 전기요금 인상효과가 이를 상쇄하기에는 부족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외부변수에 휘둘리지 않는 안정적인 영업이익 확보, 즉 전기요금의 연료비용 연동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반영이 불가피한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국민들이 납득할 수준에서의 조정을 했다고 본다. 요금을 올리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지만 올리는 폭이 어떻게 결정되느냐는, 결국은 한전의 구조 조정에 달려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한전 공대에 돈을 보내는 등 이런 사안들이 계속 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상태에서 돈을 올려달라고 하면 국민들이 어떻게 이걸 납득하겠냐"고 지적했습니다.
 
성 교수는 "결국은 가격 반영은 불가피하지만 그 과정에서 한전이 좀 더 (물론 한전만의 잘못은 아니다) 책임 있는 모습은 보여야 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납득하고 인상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김범조 KEI컨설팅 상무는 “한전은 PPA고객의 부족전력을 공급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 앞으로 PPA고객이 늘어남에 따라 부족전력 공급원가를 회수하는 방법은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정부가 지난해 4월부터 전기요금 인상에 나섰으나,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국민 부담이 높아지자 속도 조절에 들어갔습니다. 사진은 한 주택가에 전자식 전력량계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주혜린·김유진 기자 joojoos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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