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여기는 블랙 아이언 교도소의 한 병실. 아수라장이 된 이 곳을 벗어나려면 어서 반대편 문을 열 퓨즈를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퓨즈에 가까워질수록 불안합니다. 한때 사람이던 괴물 '바이오파지'가 내는 게 분명한 저 소리 때문입니다.
"꾸어억." 다시 뒤를 돌아봐도 소리의 주인이 없습니다. 침 한 번 삼키고 앞으로 서너 걸음. 다시 한 발 떼려는데 줄줄이 달려드는 괴물들 입에서 포식자의 포효가 터집니다. "끄아아아!"
크래프톤(259960)의 AAA급 기대작이던 3인칭 호러 액션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마지막 DLC(내려받을 수 있는 콘텐츠) '마지막 전송'이 29일 공개됩니다. 교도소 내 집단 감염 사태의 전말을 알게 된 게이머는 다시 주인공 '제이콥 리'가 되어 교도소를 탈출해, 세상에 진실을 알려야 합니다.
27일 플레이스테이션5를 원격 조종해 살펴본 ‘칼리스토 프로토콜’ 최종 DLC ‘마지막 전송’ 진행 화면. (사진=칼리스토 프로토콜 캡쳐)
하지만 적은 더 강해졌고 믿을 만한 무기가 필요합니다. 제작팀은 팬들의 의견을 토대로 새 근접 무기인 '키네틱 해머'를 만들었습니다. 기존 전기 곤봉보다 더 강하게 후려칠 수 있는데, 그 타격감에 걸맞는 상대들이 새로 나타날 겁니다.
플레이스테이션 사용자들은 27일 오후 1시부터 이 게임의 '진짜 결말'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 DLC는 플레이스테이션(PS) 스토어에서 1만6800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시즌 패스를 미리 사 놓으신 분은 결제 없이 그냥 하시면 됩니다.
게임 업계에서 DLC는 작품을 쪼개 내서 개발 부담을 줄이고 매출도 내는 목적으로 사용되곤 합니다. 흥행작은 무료 DLC도 많아 팬 서비스 성격도 있습니다.
저는 이날 PS5로 마지막 전송을 해 보았습니다. 정확히는 아이패드에 설치된 'PS 리모트 플레이' 앱으로 집에 있는 PS5를 원격 조종했습니다.
원래는 30분 하려고 했는데요. 결국 15분만에 PS5 접속을 끊었습니다. 반년 만에 다시 하려니 처음 했을 때의 공포가 되살아난 데다, 최소 보안(쉬움) 난이도로 했음에도 무력감을 느낄 만큼 적들이 무자비했기 때문입니다. 웃음이 넘치는 카페 한 가운데서 외로움을 느끼게 할 만큼 저를 몰아붙이더군요. 그런데 출시 반 년 된 이 게임은 추가 결말 콘텐츠로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요?
지난해 12월 출시된 이 작품은 연말 연초를 빛낼 기대작으로 꼽혔습니다. 크래프톤 산하 미국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가 만들었는데, 유명 3인칭 호러 액션 게임 '데드 스페이스'의 아버지 글렌 스코필드가 제작에 참여해 주목 받았지요.
이 '데드스페이스의 정신적 계승작'은 헐리우드 배우들 연기를 그대로 캡처해 게임에 집어넣은 실사 그래픽, 괴물을 전기 곤봉으로 때려눕힐 때의 타격감이 일품입니다.
반면 PC판의 그래픽카드 호환성 문제, 불친절한 조작법 설명, 중반부 이후 같은 종류 괴물 재활용 반복, 넘길 수 없는 사망 장면, 중간 보스에게 진 경우 직전 여정을 반복해야 하는 점, 차별화는커녕 공감 요소도 부족한 서사, 등장인물 간 앞뒤 대화가 겹치는 한국어 더빙 등으로 혹평 받으며 게이머 관심에서 멀어졌습니다.
특히 한국 게이머들은 한국 게임사의 콘솔 대작 도전이라는 측면에서 응원과 기대를 보냈습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작품성이 뛰어날 경우 후속 콘솔 제작에 힘과 속도가 붙을 거라는 희망 때문입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 최종 DLC ‘마지막 전송‘을 설치하고 게임을 실행할 때 나타나는 화면. (사진=칼리스토 프로토콜 캡쳐)
크래프톤은 연초 2022년 실적 발표 당시 칼리스토 프로토콜 판매량이 시장 예상과 비슷하고 여름까지 DLC 매출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시장에선 이 작품 판매량을 200만~250만장으로 예상했습니다. 지난해 크래프톤의 콘솔 매출은 칼리스토 프로토콜 출시 효과로 전년 대비 430.2% 뛰었습니다.
크래프톤은 이번 DLC 출시로 외양간 떠난 소를 붙잡기보다는 약속한 일정대로 작품을 마무리하는 측면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대작 콘솔 게임을 출시하며 겪은 시행착오가 작품 제작 역량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한 번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스튜디오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라며 "경험으로 역량을 쌓게 되고 더 나은 작품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마지막 DLC는 곧 전세계의 평가를 받게 됩니다. 업계에선 이번 DLC가 추가 매출에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봅니다. 다만 크래프톤이 이번 DLC로 작품을 잘 마무리해 다음 콘솔 작품에서 역량을 펼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흥행한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DLC가 매출에 주는 영향이 미미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이 작품은 크래프톤의 모험적인 시도였고 한국 게임 역사상 가장 훌륭한 그래픽 등 기술적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해서, 이렇게 쌓인 역량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가했습니다.
과연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유료 결말은 '미워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할 뒷심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DLC에서 주인공의 탈출 경로를 알려주는 말러 박사의 말을 믿고 달려야겠습니다. "일단 서둘러. 곧 모든 게 밝혀질 거야. 약속해."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