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KT(030200)가 정관에 나온 최고경영자(CEO) 자격요건에서 '정보통신분야(ICT)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삭제했습니다. ICT 경험이 없어도 산업에 대한 전문성이 있다면 KT의 대표로서 역할이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사외이사 7인 선임을 통해 이사회를 새로 꾸린 KT가 정관 변경에 따라 차기 대표 찾기에 나서면서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도 여전한 상황입니다. KT는 이에 대해 대표이사 선임 안건에 대한 의결 기준을 상향해 장치를 마련해 뒀다는 입장입니다. 이사회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리=뉴스토마토)
CEO 자격요건 정관변경…ICT경험 대신 산업전문성
KT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KT 연구개발센터에서 2023년 제1회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내이사 수 축소·복수 대표이사제도 폐지·대표이사 선임 의결 기준 상향·이사 임기관련 규정 개정·대표이사 자격요건 규정·이사회 내 위원회 구성 및 역할 변경 등 6개 안에 대한 정관변경을 원안대로 의결했습니다.
정관변경 중 쟁점이 됐던 안은 '대표이사 자격요건 규정'입니다. 그동안 정보통신분야 지식과 경험은 민영화된 KT에 낙하산 CEO를 막을 허들로 작용해왔습니다. 업무 연관성과 상관 없이 정권 입맛대로 인사를 하는 데 발목을 잡은 대표적 정관이었는데요. 이같은 배경 때문에 기존 대표이사 자격 요건을 △기업경영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역량 △산업전문성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 임시 주총 개최 전부터 여러 의견이 오갔습니다. 이날 주총장에서도 김미영 KT새노조 위원장은 "낙하산을 뽑기 위한 정관 개정이 아님을 의장이 밝혀달라”고 공개적으로 묻기도 했습니다.
KT 대표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은 "뉴거버넌스 태스크포스(TF)에서 (낙하산 인사에 대한) 개선방안을 토론하고 그 결과에 따라 마련된 제도가 대표이사 선임 의결 기준 상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30일 서울 서초구 KT 연구개발센터에서 KT 2023년 제1회 임시주주총회가 열렸다. (사진=KT)
박 부문장의 이같은 언급은 대표이사 후보자에 대한 주주총회 의결 기준을 의결 참여 주식의 50% 이상 찬성인 기존 보통결의에서 60% 이상 찬성으로 상향한 것을 지칭합니다. 이번 정관변경에 이 내용도 포함됐는데, 해당 대표이사 후보자의 선임 정당성을 강화함과 동시에 내부 참호 구축과 외부 낙하산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라는 것이 KT의 의견입니다. 이에 따라 신규 후보는 의결 참여 주식의 60% 이상 찬성이 필요하며, 연임 우선심사제도 역시 주주총회에서 의결 참여 주식의 3분의2 이상 찬성을 통해서만 선임될 수 있도록 개정했습니다.
K-비즈니스 연구포럼 의장인 한영도 상명대 교수는 "이사회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며 "이사회에서 공정하고, 심도 있게 산업의 전문성을 평가한다면 현재의 우려를 씻어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새 대표 맞을 준비 마무리…늦어도 8월에는 대표 선임
KT는 정관변경뿐 아니라 새로운 이사회 구성도 마무리했습니다. 새로운 대표를 선임하기 위한 기본 준비를 마친 셈입니다.
이사회는 김용현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곽우영·김성철·안영균·윤종수·이승훈·조승아·최양희 사외이사로 구성됐습니다. ICT, 리스크·규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회계, 재무, 경영, 미래기술 전문가들이 고루 분포됐습니다.
새로 구성된 이사회를 중심으로 KT는 대표이사 선임 절차에 본격 돌입한다는 계획입니다. 박종욱 사장은 "안정성과 성장성을 겸비한 KT 펀더멘탈은 변함 없다"며 "새롭게 개선된 지배구조에서 성장기반을 단단히 다져 KT의 더 큰 도약을 위한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습니다.
30일 서울 서초구 KT 연구개발센터에서 KT 2023년 제1회 임시주주총회가 열렸다. (사진=KT)
대표이사 공모는 7월 본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 내부 추천, 외부공모, 전문가 추천, 주주추천을 활용하는 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통상 열흘 정도 진행됐던 공개경쟁 공고 일정과 이후 인선자문단의 후보자 검증, 이해관계자 의견을 반영한 심사기준 결정,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통합돼 운영되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후보자 면접 등을 고려하면 대표이사 1인 후보확정까지 한달 정도가 소요됩니다. 이에 업계에서는 다음달 초 정도 공개경쟁 공고를 시작으로 차기 대표 선임을 위한 레이스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상법 제363조에 따라 주주총회일 2주 전에 일정을 통지해야 하는데, 8월 중순까지 일정이 마무리돼야 8월이 끝나기 전 제2차 임시주총을 열고 대표 선임이 가능한 까닭입니다.
KT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뉴거버넌스구축 TF를 중심으로 조속히 나서고 있다"며 "8월에는 차기 대표를 선임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