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논의가 결국 법정 시한인 6월을 넘겼습니다. 노동계와 사용자 모두 최저임금 인상과 동결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채 장외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3일 정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9차 전원회의를 열었지만 노동계와 사용자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이달 4일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위원회가 법정시한을 지킨 횟수는 1988년 제도 도입 이래 아홉 차례에 불과합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왼쪽)이 2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 근로자, 공익위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동계는 현재 9620원인 최저임금을 1만2210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에너지 요금을 포함한 물가 상승으로 실질 임금이 하락했으니 당연히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9차 전원회의 모두 발언에서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 임금 상승이 세계적 흐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사용자는 시급을 올리면 고용이 어려워지거나 가게 문을 닫아야 한다며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합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달 25일 '주요 결정기준으로 본 2024년 적용 최저임금 조정요인 분석' 자료를 내고 2019~2023년 최저임금 인상률(27.8%)이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12.5%)보다 높다며, 최저임금 인상 대신 복지제도 확대 등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여론조사에서는 열 명 중 여덟 명이 최저임금 인상에 손 들었습니다. 지난달 30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같은 달 26~28일 사흘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92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4.3%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상향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34.8%는 '경제상황을 감안해서 상승 폭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17.6%는 '동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잘 모르겠다'며 응답을 유보한 층은 3.3%였습니다.
노동계와 사용자 대립이 이어지는 동안, 달력은 8월5일에 가까워집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까지 최저임금을 결정·고시해야 합니다. 최저임금안 재심의 요청과 이의제기 등을 고려하면, 이달 중순까지는 결론을 내야 합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들이 2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대폭인상, 비정규직 철폐'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양측은 안팎으로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장외 투쟁을 이어갑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위원회 10차 전원회의 전날인 3일 최저임금 동결 관련 대국민 호소에 나섭니다.
앞서 업종별 차등 임금 지급을 요구했다 좌절된 소상공인연합회도 장외 투쟁 방식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소공연은 지난달 22일 업종별 차등 지급안이 부결되자 "소상공인 생존권과 직결된 마지막 보루를 사수하기 위해 끝까지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30일에는 "최임위(위원회)가 단돈 10원이라도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소상공인 모두 가게 문을 닫으라는 것과 다르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소공연 관계자는 "어떻게 해야 저희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데,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10차 전원회의가 열리는 4일 촛불집회를 엽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주요 의제에 최저임금 인상이 포함됐다"며 "회의가 열리는 세종시 고용노동부 청사 앞, 서울 파이낸스 빌딩 앞을 포함해 전국 각지에서 집회가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지난달 27일 정권 심판과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강력한 투쟁' 전개를 선포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