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유진 기자] 코로나19 이후 폐업·구조조정발로 플랫폼 노동인 '배달대행'이 급증했지만 기존 산업 일자리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수요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플랫폼노동은 오래 할수록 노동경쟁력 상실 가능성이 높은 만큼, 플랫폼 사이를 유연하게 이동할 수 있는 노동시장 환경 등 일자리 이동 프로그램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산업연구원이 2일 발표한 '플랫폼 노동 확대에 대응한 산업인력정책 과제'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기간동안 플랫폼 종사자는 120만명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상품·서비스거래 중개 플랫폼을 포함한 '광의의 플랫폼' 종사자는 2020년 179만명에서 2022년 292만명으로 늘었습니다.
배달라이더 등으로 대표되는 '협의의 플랫폼' 노동자들은 같은 기간 22만명에서 80만명으로 급증했습니다.
산업연구원이 2일 발표한 '플랫폼 노동 확대에 대응한 산업인력정책 과제'를 보면 플랫폼 종사자는 코로나19 이전보다 123만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진은 서울의 배달라이더들이 배달대행을 하는 모습.(사진=뉴시스)
특히 배달라이더의 대다수는 비자발적으로 플랫폼 노동에 뛰어들었습니다. 배달대행업을 주업으로 하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배달대행업 이전 일자리를 그만 둔 이유'를 묻는 질문에 33.9%가 '폐업·구조조정 등 비자발적 사유'라고 답했습니다. 10명 중 4명은 타의로 플랫폼 노동을 시작한 셈입니다.
배달라이더들은 업무 강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며 플랫폼노동을 지속하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배달대행 업무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57.5%로 나타났으며 '배달대행업을 계속하겠다'는 응답은 62.4%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배달대행업을 지속하려는 경향은 자발적으로 플랫폼에 진입한 경우와 코로나19 이전 시기에 플랫폼 노동을 시작한 경우에 높게 나타났습니다.
자발적으로 플랫폼 노동을 선택한 이들 중 70.2%는 '배달대행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답한 것에 반해 비자발적으로 유입된 인력들은 58.1%가 '배달대행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20년 이전에 진입한 노동자 중 82.6%가 '배달대행업을 지속하겠다'고 답했으며 2020년 이후는 60.9%로 집계됐습니다.
산업연 측은 플랫폼 노동을 장기간 수행할 경우 종사자의 저숙련화가 우려된다고 봤습니다. 현재 플랫폼 노동은 육체노동을 중심으로 노동자의 숙련도와 관계 없이 진입이 가능합니다.
단편적인 과업을 반복하는 것은 인적 역량 개발에 한계가 있다고 봤습니다. 예컨대 음식서비스업을 하는 자영업자는 음식 조리, 접객 등을 수행하며 사회적 기술 등의 능력 발달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배달라이더는 육체적 숙련 외의 기술을 습득할 기회가 적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노동시장의 비효율성을 줄이기 위해 플랫폼과 전통적인 산업 간 노동 이동이 유연해야 한다는 게 산업연 측의 설명입니다.
산업연구원이 2일 발표한 '플랫폼 노동 확대에 대응한 산업인력정책 과제'를 보면 플랫폼 종사자는 코로나19 이전보다 123만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픽은 배달대행을 계속하려는 이유(그래픽=뉴스토마토)
실제로 '플랫폼 노동을 지속하겠다'고 답한 응답자 중 '다른 일자리를 찾기 어려움'이라고 답한 비율이 29.4%로 가장 높았습니다. 전통적인 산업 일자리로 복귀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플랫폼 산업에 종사하는 겁니다.
플랫폼 종사자들은 '빈 일자리 발굴 및 매칭'(24.7%)과 '구직자 맞춤형 구인정보 제공'(20.9%) 등에 대한 정책 수요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민순홍 산업연 부연구위원은 "자발적 일자리 전환 의사가 있는 플랫폼 종사자를 위해 개인적 특성과 미래 일자리 계획을 바탕으로 한 일자리 이동 방향을 설계해야 한다"며 "플랫폼 종사자의 과거 일자리 경험, 연령 및 학력에 따라 미래 직업계획과 일자리 전환 방향이 상이하다. 이를 고려해 설계된 구직자 맞춤형 직종·산업 매칭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세종=김유진 기자 y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