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코로나19 호황기 이후 전세계 물동량 감소로 나타난 수급 불균형에 해운업계 내 수익성 악화 우려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글로벌 선사들은 조선사들과 계약한 선박의 인도시기를 의도적으로 늦추는 등 추가적인 공급량 감소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입니다.
12일 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이번주 발표한 '시황하락에 따른 컨테이너선사 대응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선사와 조선소는 최근 신조 선박 인도시기를 지연시키는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신조 선박에 대한 인도 기간을 당초 계약보다 약 3개월~1년 뒤로 늦추겠다는 내용입니다.
이로써 현재 조선과 해운 업체들이 처한 리스크가 다소 분산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조선업체들은 몇년전 호황에 따라 향후 3년치 일감을 미리 확보하는 등 목표 대비 초과 수주량 달성 성과를 기록 중입니다. 다만 이에 따른 수주 잔량 증가와 인력난으로 고부가가치 선박을 선별해 주문받는 등 수주량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해운업체들은 호황기 시절 역대급 실적을 내며 선박 발주량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끝난 뒤 글로벌 금리인상과 함께 물동량이 줄어 수요가 급격히 줄었습니다. 반면, 조선소에 새로 주문한 선박에 공급이 늘어 수급 불균형이 나타난겁니다. 따라서 해상운임 폭락에 수익성 악화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4월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에 정박한 컨테이너선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7일 931.73포인트(p)를 기록하며 전주 대비 2.29% 떨어졌습니다. SCFI지수는 글로벌 해상운임을 나타내는 주지표입니다. 업계는 SCFI의 1000선 통상적인 손익분기점으로 간주합니다. SCFI는 지난해 초 최고점인 5100p를 기록하고 지속 하락, 현재 900선에서 횡보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그래서 해운사들은 기존 선박들의 감속운항을 통한 공급 완화법과 선박 조기 폐선 등 선박 해체량을 늘리며 공급 조절에 들어간 겁니다. 해진공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컨테이너선 평균 선복은 시속 13.85노트(kn)로 지난 2021년 대비 4.4% 낮아졌습니다. 특히 1만4000TEU급 네오파나막스 컨테이너선은 9.2% 줄었습니다.
지난달 북미항로 주간 공급량도 51만6000TEU로 지난해 대비 23.3% 감소했습니다. 세계 1위 선사인 스위스 MSC는 35%, 2위인 덴마크 선사 머스크는 19% 줄었습니다. 국내 선사
HMM(011200)과 중국의 코스코도 각각 25%, 7% 하락했습니다.
여기에 신조 선박 인도시기까지 늦춰 공급량을 추가로 더 낮추겠다는 뜻 입니다. 영국 조선·해운시장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 250만TEU(1TEU는 길이 6m 컨테이너 1개)에 달했던 선박 인도량은 지난달 185만TEU로 줄어들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해운 업황 침체가 시작됐고, 시장에 많은 선박이 있다보니 선사들은 수요와 공급의 차원에서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며 "조선사들도 쌓인 일감으로 선박을 계약대로 인도할 필요가 없다면 서로 윈윈이고 수급 맞추기에 적절한 전략"이라고 말했습니다.
HMM 컨테이너선박 모습. (사진=HMM)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