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염증, 우울증 잘 일으킨다

세계 첫 우울증·염증 유전자 상관관계 규명

입력 : 2023-07-1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만성염증이 뇌의 기능적 이상을 초래해 우울증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염증 유전자의 발현이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 뇌의 전두엽 부위에 구조적 이상을 일으켜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함병주, 한규만 교수)은 건국대학교 연구팀(신찬영 교수), 한동대학교 연구팀(안태진 교수)와 공동 연구를 통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우울증 환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염증 관련 유전자의 발현 수준이 높다는 것을 규명했습니다.
 
마음의 감기라고도 알려진 우울증은 의욕 저하, 우울감 등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나며 다양한 인지 및 정신 신체적 증상을 일으켜 일상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는 질환입니다. 우울증은 감정과 생각, 신체 상태, 그리고 행동 등에 변화를 일으키는 심각한 질환으로 일시적인 우울감과 달리 개인의 의지로 없애기 매우 힘든 질병입니다. 
 
상당수의 우울증 환자가 수면 장애를 호소하는데 특히 아침까지 충분히 잠을 못 이루고 일찍 깨거나 밤 사이 자주 깨는 증상을 보입니다. 또 식욕감소와 체중저하를 보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일부 환자는 식욕이 증가하고 수면이 길어지는 비전형적 양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우울증과 함께 불안 증상도 환자의 90% 정도에서 나타나는 흔한 증상이죠.
 
다수의 우울증 환자들이 초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병증이 악화되는 경우도 많은데요. 우울증을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대부분 6개월 내 25%, 2년 이내에 50~75% 재발할 위험이 있습니다. 재발이 반복되면 우울증이 유지되는 시간은 길어지고, 발생 간격은 짧아져 치료가 길어지고 어렵게 됩니다.
 
하지만 전문가의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상당한 호전을 기대할 수 있고 이전의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는 것이 가능합니다.
 
우울증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다양한 생물학적 원인이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울증은 다른 정신 질환과 같이 다양한 생화학적, 유전적 그리고 환경적 요인이 우울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 가운데 처음으로 염증 유전자와 우울증 간 상관관계를 밝힌 것입니다.
 
이번 연구는 염증 관련 유전자의 발현이 우울증뿐만 아니라 뇌의 구조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낸 연구로 개인의 우울증 발병 위험도를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함병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염증 유전자의 발현이 개인의 우울증 발병 취약성을 평가하는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수 있다"며 "염증 관련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개별 환자들에게 우울증의 취약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조기 발견하면 새로운 치료 가능성 있어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우울증과 유사한 행동 패턴을 보이는 동물에서 염증 조절 경로인 인터페론(Interferon)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19세~64세 사이 성인 중 우울증 환자 350명과 정상 대조군 161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전자의 특정한 부분에 생기는 변화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우울증 환자군은 정상 대조군과 비교해 염증 조절에 관련된 유전자의 DNA 메틸화(DNA methylation) 정도에 변화가 있음을 발견했는데 이것은 우울증 동물실험과 일치하는 결과였습니다.
 
DNA 메틸화는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고 조절하는 역할을 하며, 주로 환경적인 변화에 영향을 받습니다. 우울증 환자의 경우 염증 유전자의 DNA 메틸화에 생긴 변화로 인해 염증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염증 유전자의 발현은 뇌를 비롯한 체내 염증 상태를 증가시킬 수 있고,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 뇌의 전두엽 부위에 구조적 이상을 일으켜 우울증을 발병시킬 수 있는데요.
 
또한, 연구팀은 우울증 환자와 정상 대조군의 뇌 MRI를 이용해 대뇌 피질 두께의 차이를 비교한 결과 우울증 환자에서는 염증 관련 유전자들의 DNA 메틸화 정도가 증가할수록 전두엽 부위의 대뇌 피질 두께가 감소해 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한규만 교수는 "연구를 통해 개인의 우울증 발병 위험도를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한 만큼 유전자 검사를 통해 우울증 발병 위험도가 높은 사람을 조기에 발견해 예방적인 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우울증과 염증 유전자 간 관계를 규명한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정신의학 분야 학술지 '브레인, 비헤이비어 앤 이뮤니티(Brain, Behavior, and Immunity)' 온라인판에 실렸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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