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폐사' 농축산·우윳값 '꿈틀'…하반기 '물가' 다시 뛰나

농작물 3.5만 헥타르 '침수'…닭·오리 등 가축 88.3만마리 '폐사'
상추·깻잎·오이·닭고기 등 주요 농축수산물 가격 '급등'
원유값 인상 등 추가 '불안요인'…정부, 하반기 '물가잡기' 총력

입력 : 2023-07-23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전국에 내린 집중호우로 수해 농가가 늘어나면서 물가가 다시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시금치, 상추, 닭고기 등 주요 농축수산물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어 하반기 밥상 물가를 자극할 것으로 보입니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농작물 면적은 총 3만5068헥타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여의도 면적(290㏊)의 121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침수된 농지와 낙과 피해 농지는 각각 3만4777㏊, 291㏊입니다.
 
폐사 가축도 총 88만3000마리에 달합니다. 이 중 닭은 83만3000로 가장 많고 오리 4만4900마리, 돼지 4300마리, 소 400마리 등입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시금치(4kg) 도매가격은 한 달 새 184.6%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표는 주요 채소류 및 닭고기 도매가.(표=뉴스토마토)
 
한 달 새 상추 255%·깻잎 70% '급등'
 
전국 농가들의 침수 피해로 벌써부터 농축수산물 유통가격은 들썩이는 모습입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를 보면 지난 20일 기준 시금치(4kg) 도매가격은 5만800원으로 장마가 시작되기 전인 한 달 전(1만7848)보다 184.6% 급등했습니다.
 
같은 기간 청상추(4kg)는 255.2%(1만8708원→6만6460원), 깻잎(2kg) 70%(1만8772원→3만1920원), 오이(10kg) 129.6%(1만7550원→4만300원), 무(20kg) 22.9%(1만3328원→1만6380원) 등 대부분 큰 폭의 가격 상승을 보였습니다.
 
닭고기(육계)의 경우 kg당 4110원으로 전달(3976원)보다 3.4% 뛰었습니다 1년 전(3730원)과 비교해서는 10.2% 올랐습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장마는 중남부지역에 집중돼 특히 충남 논산·부여, 전북 익산 등의 시설원예 피해가 큰 상황"이라며 "해당 지역이 주산지인 상추 등의 공급 감소로 한동안 가격 상승이 우려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장마 이후 폭염이 지속될 경우 고랭지 배추, 무의 병해 및 가축 질병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원유값' 인상도 '변수'물가 상방압력 '여전'
 
주요 농축수산물 가격이 뛰면서 장바구니 물가 불안은 더욱 가중될 전망입니다. 폭우·폭염 후 추석까지 앞두고 있어 품목별 수급불균형이 물가의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내달 예정된 원유값 인상도 물가 불안 요인으로 꼽힙니다. 현재 낙농가·유업계는 원유값 인상을 놓고 막판 협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양측은 원유가격 인상폭에 대한 이견만 있을 뿐 가격 인상은 확실시되는 상황입니다.
 
가격 인상은 리터(ℓ)당 69~104원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원유 가격은 리터당 996원으로 최소 수준으로 올린다 해도 사상 처음으로 리터당 1000원을 넘어서게 됩니다. 이에 따라 현재 2800원인 우유 1리터의 소비자가격도 3000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자연스레 우유, 빵, 유제품 등의 연쇄 도미노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합니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농작물 면적은 총 3만5068헥타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사진은 마트 모습. (사진=뉴시스)
"하반기 '물가상승' 불가피"…정부, '물가잡기' 안간힘
 
전문가들은 하반기 물가 불안이 또 다시 이어질 거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김종대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집중호우 침수피해는 국내 소비자 물가에 아주 큰 악재"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추석 등 농축수산물 수요가 늘어나 가능성 커 공급 감소로 인한 물가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비축물량을 최대한 풀어서라도 물가 상승원인을 없애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하반기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하다"며 "최근처럼 다른 물가 요인도 충분히 안정화되지 않았는데 생존에 필수적인 식료품의 가격 상승이 찾아온다면 국민은 단순한 물가 상승이 아닌 삶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정부도 물가잡기에 총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농식품부는 상추 등 시설채소의 경우 피해 미발생 지역과 대체 소비 가능한 품목의 출하를 확대할 수 있도록 기술 지도를 강화하고 출하 장려를 위한 인센티브 지급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수급 불안 때에는 배추 1만 톤, 무 6000톤 등 정부 비축 물량을 적기에 방출한다는 입장입니다.
 
기획재정부는 상추·시금치·닭고기·깻잎 등에 대해 최대 30%까지 가격 할인을 지원하고 내달 닭고기 할당 관세 3만톤을 전량 도입해 단기 수급 불안에 대응할 예정입니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농작물 면적은 총 3만5068헥타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사진은 비닐하우스가 폭우로 인해 부서져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조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