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은 '성남시의료원' 분쟁…시민들 "싸우다 병원 문 닫겠네"

성남시의료원 '민간위탁' 분쟁 계속
인력 부족·적자 원인

입력 : 2023-07-24 오후 4:16:40
 
 
[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신상진 성남시장이 취임한 이후 추진한 '성남시의료원' 운영방안을 두고 시와 시민단체의 갈등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신 시장은 민간위탁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보건의료노조와 시민단체 등은 민간 위탁 운영이 공공의료원의 공공성을 훼손한다 주장하는 상황입니다.
 
결국 1년간 진전 없이 지지부진한 성남시립의료원 사태에 의료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만 가중되고 있습니다.
 
성남시의료원 일지. (그래픽=뉴스토마토)
 
신상진 성남시장 "민간위탁 필요"
 
성남시립의료원 갈등은 지난해 신 시장이 취임하고부터 이어졌습니다. 신 시장이 의료원 활성화를 위해 민간 위탁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앞서 신 시장은 국회의원으로 재임하던 시절(20대·성남 중원)부터 이미 성남시의료원 민간 위탁을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성남으로 재임하던 2010년 당시 성남시의료원의 운영방식으로 두고 신 시장은 민간 위탁을 주장했고, 이 대표는 자체운영을 강조해왔습니다. 결국 당시 시장이던 이 대표의 주장대로 법인 설립을 통해 직영 운영키로 결정됐습니다.
 
그러나 신 시장이 지난해 취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의사출신으로, 국회의원 시절부터 고집해 온 성남시의료원 민간 위탁 운영을 다시금 꺼냈기 때문입니다.
 
이후 지난해 10월 성남시의회 국민의힘이 성남시의료원을 민간 위탁하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성남시의료원의 적자가 심각해 향후 매년 300억 정도의 재정을 지원해야 함을 이유로 달았습니다. 또 개원 3년 차 임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을 충원하지 못해 진로체계가 정비되지 않음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개정안에 대한 경기지역 보건의료노조와 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로 결국 보류됐습니다.
 
보건의료노조는 관계자는 "성남시의료원 민간 위탁은 주민 조례로 만든 최초의 공공병원을 민간기관에 바치는 꼼수"라며 "코로나19 이후 공공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민간 위탁을 추진할 경우 이후 다른 전염병이 도래했을 때 코로나19 상황처럼 온전히 전념할 수 없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성남시의료원 시간 허비…정상화 언제쯤
 
결국 민간 위탁 갈등은 정쟁으로 번져 시간만 허비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시의회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조례안을 두고 갈등을 빚었고, 국회에서까지 성남시의료원 정상화를 외치고 있습니다.
 
신 시장은 입장문을 통해 "지난해부터 시민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적의 운영방안 마련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며 "의사 출신으로서 오랜 소신임을 잘 알고 있음에도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증오 정치', '불통무능 행정'이라는 악의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 시장이 성남시의료원을 민간 위탁해야한다고 강조하는 데는 인력문제가 가장 큽니다. 의사 정원 99명 중 50여명이 근무해 절반가량 인력풀이 채워지지 않았고, 지난 10월 퇴임한 의료원장 자리도 8개월째 공석으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2020년 개원 이후 해마다 적자도 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성남시는 성남시의료원 운영 방안을 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을 통해 성남시의료원 운영 방식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2020년 성남시의료원이 개원한 이후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했고, 의료원은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지난해 초까지 코로나19 치료에 전념했기 때문에 흑자가 날 수 없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올해 코로나19 격리의무와 마스크 착용이 해제된 만큼 민간 위탁보다는 자체 운영을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특히나 코로나19라는 때아닌 전염병으로 공공의료 중요성이 부각된 시점에 민간 위탁은 반발의 목소리를 불러올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일반 병원보다 낮은 진료비로 인해 의료원으로 발길하는 사회적 약자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경남 진주의료원 상황 오버랩
 
수장이 교체된 뒤 병원 운영이 뒤바뀐 곳은 성남시의료원뿐만이 아닙니다. 2013년 경남의 진주의료원은 홍준표 당시 경남도지사에 의해 폐업 수순을 밟았고, 그 과정이 성남시의료원 사태와 비슷합니다.
 
당시 홍 지사는 의료공급 과잉, 귀족노조, 수익성 악화에 따른 적자 누적을 이유로 진주의료원 폐쇄를 주장했고, 실제로 홍 지사가 취임한 지 3개월 만에 진주의료원이 강제 폐쇄됐습니다. 그러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병상 부족에 공공의료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진주의료원 폐쇄에 대한 비판이 다시금 확산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경남도는 홍 전 지사가 폐원시킨 진주의료원을 재추진할 방침입니다. 공공의료 서비스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입니다.
 
인력부족, 적자누적 등을 이유로 민간 위탁을 추진할 계획인 신 시장과 진주의료원을 폐쇄한 홍 전 지사가 오버랩됩니다. 성남시는 성남시의료원장을 8개월째 공석으로 두는 등 의료원 운영에 사실상 손을 뗀 것으로 보여집니다.
 
결국 피해는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지난달 17일 심정지 상태로 성남시의료원 응급실에 실려 온 80대 환자는 심폐소생술로 심박을 회복했음에도 의료원에 의사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고, 결국 사망했습니다.
 
성남시의료원을 이용하는 박(57)씨는 "안과에 가야 해 동네병원보다는 커서 급하게 예약하고 갔는데, 사람이 많지 않았다"며 "진료비도 저렴하고, 선생님도 꼼꼼하게 진료해줘서 괜찮은데, 사람이 없는 통에 이러다가 금방 문 닫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시민 박(58)씨 역시 "성남의료원에 다니는데, 예약도 어렵지 않고, 대기시간도 길지 않은데다 비용도 저렴한 편이다"며 "분당 재생병원이나 차병원이랑 비교해서 의사도 없고, 사람이 너무 없는 것 같아서 곧 문 닫을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성남시의료원 전경. (사진=성남시의료원)
 
성남=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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