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주역까지 죄다 면죄부?…윤 대통령의 '자기부정'

삼성전자 최지성·장충기, 박근혜정부 안종범 등 사면 거론
검사 시절 수사한 인물 대상, "스스로 법치 훼손" 비판 직면

입력 : 2023-07-25 오후 5:17:23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차장,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조만간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할 예정인 가운데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주역 중 일부가 이번에도 사면 대상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삼성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박근혜정부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이들 모두 국정농단 사태 당시 징역형을 받고 수감된 인물입니다. 실제 사면이 이뤄진다면 이들에 대해 직접 수사에 나섰던 윤 대통령의 자기부정이자 자기모순으로, 스스로 공정·상식·법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1·2차 때도 국정농단 주역 대거 사면…이재용·최경환·김기춘 '대표적'
 
윤 대통령은 다음 달 8·15 광복절을 맞아 취임 후 세 번째 특별사면 검토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경제인 중 최지성 전 실장과 장충기 전 차장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정치권 인사들 중에선 박근혜정부 때 주요 인사 중 지난 두 번의 사면에서 모두 빠졌던 안종범 전 수석이 거론됩니다. 세 사람은 2016년 당시 박영수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수사·기소된 뒤 유죄를 확정받아 복역했습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수사팀장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특검팀 검사로,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했습니다.
 
안 전 수석은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와 공모해 대기업들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강요한 혐의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납품계약, KT에 플레이그라운드 광고 발주 등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2020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과 벌금 6000만원, 추징금 1990만원을 확정받았습니다. 최 전 실장과 장 전 차장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져 2021년 2월 파기환송심에서 나란히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습니다.
 
현재 안 전 수석은 2021년 9월 출소해 지난해 2월 '안종범의 수첩'을 출간했고 최 전 실장과 장 전 차장은 지난해 3월 형기의 60%를 채워 가석방된 상황입니다.
 
앞서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유죄를 선고받은 정치권 인사들 역시 대부분 사면된 바 있습니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사면됐습니다. 경제인 중 이재용 회장도 지난해 8월 사면으로 경영에 복귀한 뒤 회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본인이 처벌하고 면죄부 주고자기모순 '끝판왕'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처벌한 이들을 스스로 사면한 모양새가 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국정농단 의혹 수사팀장으로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보수단체 화이트리스트'와 관련해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 등을 구속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습니다. 또 문재인정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적폐청산' 수사를 하며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뇌물 혐의로 최경환 전 부총리와 공직자 불법사찰 혐의로 우병우 전 수석을 수사했습니다. 이들도 국정농단 사태의 중심으로 손꼽히는 인사들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룩셈부르크 정상과 참전용사 간 환담에서 참전 용사인 레옹 모아옝씨의 손을 잡고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년 특사로 국민통합 차원에서 중량감 있는 정치인들의 사면·복권이 상당수 이뤄진 만큼 이번 광복절 특사는 민생과 경제 회복 차원에서 경제인 중심으로 단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자신이 수사했던 인사들을 대거 풀어주는 것은 수사 결과를 스스로 부정한 것일 뿐만 아니라 경제 회복 차원에서 경제인을 사면하는 것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국내 재벌 전문가이기도 한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재벌 총수 사면과 4대 재벌의 전국경제인연합회 재가입 움직임 등은 우리 사회를 촛불시민시위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이라며 "이는 대통령 윤석열의 검사 윤석열에 대한 자기부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정치권 인사 관련해서는 보수 대통합 차원에서 사면할 것으로 보이고, 경제인 사면도 마찬가지"라며 "윤 대통령이 본인이 대통령일 때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사람들, 보수 진영 사람들은 다 풀어주겠다는 기조로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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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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