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손놨던 잼버리…예고된 '파국'

새만금 잼버리 사실상 종료…국제 대회 실패 망신살
고성 잼버리와 부지 선정부터 비교

입력 : 2023-08-08 오후 5:21:05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온열질환자 속출과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사실상 조기 종료된 '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컨트롤타워 부재로 '예고된 파국'이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세계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이 5명이나 됐지만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국제 대회 망신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8일 정부에 따르면 세계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윤덕 민주당 의원(전북 전주갑),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입니다.
 
숟가락 얹을 땐 '공동', 사고 땐 '컨트롤 타워 부재' 탓
 
그러나 공동조직위원장의 '공동'이라는 의미는 무색한 상황입니다. 성공적인 잼버리를 기대했을 정부부처들이 너도나도 숟가락을 놓았지만, 정작 사고가 터지고 나서는 '총괄조직위원장'이 없다는 이유로 부처 간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가 된 겁니다. 공동조직위원장 후발주자지만 국가 안전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인 행안부는 여가부와 전북도에 책임을 전가했습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잼버리 사태가 일어난 후 정부 입장을 밝히는 자리에서 "주로 여가부와 전북도가 주축이 돼 추진했다"며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는 새만금 개최지 선정 이후부터 갖가지 우려를 낳았습니다. 현 정부 들어 폐지 논란을 겪고 있는 여가부가 행사를 총괄할 수 있는 예산 능력 등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10월 여가부 국정감사 당시 이원택 민주당 의원(전북 김제시부안군)은 "주관부처인 여가부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운명"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해외에서 배운 '100가지 체크리스트' 무색
 
특히 전라북도 소속 공무원들은 4년 전 북미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에 참가해 이번 새만금 잼버리를 위한 100가지 체크리스트를 만들었지만 이를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체크리스트에는 '폭염 대비 무더위 쉼터 확충', '모기·해충 등에 대비' 등은 물론 식자재 검수와 간이 화장실에 대한 사항도 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전북 부안군, 새만금개발청, 여가부 등도 90건 이상 해외 출장을 통해 세계 잼버리 우수 사례를 찾아 나섰지만 잼버리 미개최 국가를 방문하거나 관광성 출장을 진행한 사실까지 밝혀진 상황입니다.
 
잼버리에 투입된 국가 예산이 1170억원에 달합니다. 그러나 정작 폭염과 태풍에 대비한 하수처리시설과 덩굴터널 등 기반시설 조성 등에는 205억원, 화장실과 급수대 등 편의시설 설치비에는 130억원만이 집행됐습니다. 조직위원회의 운영비와 사업비에 예산의 74%인 870원이 소요된 겁니다.
 
'포브스지'에 따르면 미국 보이스카우트 최고경영자 로저 모스비는 "미국 파견단 철수 결정은 폭염이나 폭우가 아닌 위생 상태였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지며 새만금 잼버리는 국제 망신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성 잼버리 32년 후…준비성은 퇴보
 
2023년 새만금 잼버리는 '88올림픽 이후 최대 성공'으로 꼽히는 1991년 강원도 고성 잼버리 대회와 비교되고 있습니다. 폭염이 아니더라도 결국 태풍으로 조기 철수가 예견된 새만금 잼버리는 기후 변화와 그에 따른 장소 선정까지 시작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입니다.
 
고성 잼버리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 가까운 설악산 자락에서 개최돼 더위를 극복할 수 있는 구조였다면, 새만금은 그늘 한 점 없는 간척지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이에 대해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 등 외신들은 "행사가 시작되기 훨씬 전 비평가들은 나무가 없어 더위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벌레 물림과 온열질환 등의 안전사고에 대비해 군부대와 함께 진료 부스도 운영됐으나, 새만금의 경우는 여의도 면적의 3배나 됨에도 불구하고 단 한 곳의 약국만 존재하며 질타를 받았습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대회가 열리기 전날인 지난달 31일 공동성명을 내고 폭염으로 야영지 행사를 취소하거나 대회를 아예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전북도와 정부, 잼버리 조직위는 최소한 야영지 내 행사를 전면 취소하고 비상대응 체제로 전환해 참여자들이 폭염과 호우 등의 위험상황으로부터 안전한 곳에 머물 수 있도록 준비된 대책을 실행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습니다.
 
이들은 2020년에도 잼버리 대회에 대해 "숨쉬기 힘든 미세먼지 속에 열리는 최악의 행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한창인 7일 전북 부안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물길을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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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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