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특집)주택시장 패러다임이 바뀐다!

① `사는(buy) 집`에서 `사는(live) 집`으로

입력 : 2010-11-03 오전 11:00:00
[뉴스토마토 김종화기자] 최근 주택시장은 대변혁을 맞고 있다. 주택이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되는 시대는 이제 종말을 고하는 분위기다. 내가 `살 집`을 구하는 사람들은 값비싼 아파트를 사지 않고 전세(rent)를 선택한다. 바야흐로 `사는(buy)` 집에서 `사는(live)` 집으로 주택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획일적인 규모와 시스템의 대규모 분양을 통해 수익을 거둬왔던 건설사들은 `미래형 주택`을 건설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환하고 있다. 향후 주택시장의 변화와 미래의 모습 등을 전문가들의 조언과 분석, 각 건설사들의 미래전략 등을 통해 살펴본다. [편집자註]
 
◇ 글 싣는 순서
 
① `사는(buy) 집`에서 `사는(live) 집`으로
② 집도 공장에서 찍어 낸다
③ 건설의 시대는 가고, 건축의 시대가 온다
④ 건설사 `미래`는 `해외`에 있다
⑤ 새로운 패러다임, `집`보다 `사람`
 
집값이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다. 강남의 집값이 3.3㎡당 3000만원이 넘어서면서 집값이 너무 올랐다는 지탄이 많았지만 최근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강남의 집값도 내리고 있다.
 
지난달 전국의 집값이 두 달 연속 상승 행진을 이어갔지만 서울의 주택매매가격은 7개월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 2일 국토해양부와 국민은행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10월 전국 집값은 0.2% 상승했지만 서울 집값은 0.1% 하락했다.
 
특히 강남의 경우 강남구가 1.4% 하락한 것을 비롯해 서초 1.0%, 송파 1.7% 등 강남3구가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부 대단지 아파트에서는 `ooo원 이하의 가격으로는 절대 매매하지 말자`는 플래카드가 내걸리는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일어나고 있다.
 
◇ `강남불패` 신화는 계속..내년 하반기 이후 회복?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얼핏 `강남불패`의 신화가 꺼져가는 것 같지만 매력적인 `재테크 대상`이자 `편리한 주거지역`의 대명사로 통하는 강남의 집값은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요가 충분히 있는데 주택이 공급되지 못했던 지역, 이를테면 강남3구 같은 곳은 사람들이 항상 가기를 원해서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적다"고 전망했다.
 
예전에는 주택이 부족해 신도시가 건설되면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지금은 주택의 공급량이 많아 사람들이 살고 싶은 곳을 선택해서 가기 때문에 대규모로 주택만 짓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몰려들지 않는다는 것.
 
김 연구원은 "이미 양적으로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은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에서 주택가격이 오른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사람들의 소득과 교육수준이 높아지면 편리한 대단지로 몰리기 쉽다.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지역의 아파트는 값이 떨어지고 반대로 선호하는 지역은 집값이 올라 차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현재로선 하락이 대세다. 많은 전문가들은 내년 하반기까지는 집값이 계속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집값이 내리면서 주택에 대한 패러다임도 변하고 있다. 재산적 가치보다 휴식과 보금자리로서의 가치를 우선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사는(buy) 집`에서 `사는(live) 집`으로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의 씽크탱크로 일컬어지는 경기개발연구원은 최근 획일적 공동주택을 단기간에 대규모 공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유형의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내용의 경기도의 주택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 재개발 아닌 `재생`, 개발업자 아닌 `주민`주도로 패러다임 바뀐다
 
그동안 경기도가 추구해왔던 전면적인 재개발방식을 지양하고 재개발(redevelopment)이 아닌 재생(rehabilitation)의 방식으로, 개발업자 주도가 아닌 주민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주택정책의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도시 등 신규주택시장에 획일적인 공동주택을 단기간에 대규모로 공급하는 방식을 버리고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타운하우스, 저층 코트하우스 등의 집합단지를 공급하는 등 다양한 유형의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주택을 삶의 터전으로서 삼을 수 있도록 직접 설계에 참여하고, 수요자가 임대주택의 입지를 직접 선정할 수 있는 주택바우처(housing voucher)제도의 도입 등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바야흐로 ‘사는(live) 집`을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건설업계도 최근 들어 아파트를 분양하는 대신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소형 오피스텔 등 아파트를 대체할 수 있는 상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주택시장에는 수요자들의 다양한 선호도가 반영된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의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소형 오피스텔 등의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도 전세난 완화와 1~2인 가구의 주거안정을 목표로 도시형 생활주택에 대한 규제를 점차 풀어가는 추세다.
 
국토해양부는 국민주택 규모(85㎡ 이하) 이하로서 150세대 미만으로 구성된 단지형 연립주택과 단지형 다세대주택, 원룸형 주택 등으로 구성된 도시형 생활주택제도를 지난해 5월 도입했다.
 
지난 7월6일에는 30가구 미만 건축허용과 상업시설과 복합건축 시 건축허용 등 건축규제를 완화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5월 제도 도입 당시 인허가 물량이 1576가구에 불과하던 인허가 물량은 지난 7월 1162가구, 8월 1471가구, 9월 2496가구 등으로 급증했다.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 수요예측의 어려움 등으로 도시형생활주택을 외면했던 건설사들이 최근 정부의 규제완화 기조에 힘입어 대거 공급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 도시형 생활주택 등 다양한 주택 `다품종 소량생산`할 듯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침체로 오피스텔과 같은 수익형 부동산이 틈새시장으로 떠올라  도시형 생활주택을 찾는 수요자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써브 나인성 연구원은 "수익성이 낮다고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공급자들이 정부의 규제 완화 이후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며 "저렴한 가격에 많이 공급된다면 향후 주택시장을 주도할 상품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택시장에서 아파트의 인기는 점점 시들해지면서 더 이상의 청약 열풍은 불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동안 아파트 청약 열풍이 불었던 것은 계약 후 2~3년 뒤 입주할 때의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수요가 많아서였는데 주택시장이 안정되면서 이런 기대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투기목적이 아닌 노후를 대비해 소유하게 된 `1가구2주택`의 경우에도 과도한 패널티를 주는 등 세제를 통해 집값을 잡아 왔던 정부의 주택정책도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노영훈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거주하지도 않을 주택을 투자목적으로 소유하면 패널티를 부과해야 하지만 노후를 위해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자에게 무리한 패널티를 부과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세금을 통한 집값잡기 대책은 계층간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의 기본 줄기는 변하지 않겠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의 측면에서는 융통성 있게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진현환 국토해양부 주택정책과장은 정부 정책의 포커스는 "시장에서 자력으로 주택을 구입하거나 임차를 할 수 없는 서민들에 대한 주거복지 기능을 강화하는 것과 주기적인 집값이나 전세값의 불안을 최소화해서 시장에 참여하는 국민들의 주거불안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 과장은 또 "장기적으로 볼 때 인구구조가 1~2인 가구로 늘고 고령화 사회가 된다. 그렇게 되면 에너지나 친환경, 건강 이런 부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고 따라서 친환경 주택이라든지 에너지를 절감하는 그런 다양한 주택에 대한 수요가 많을 것"이라며 "이에 대해 정부도 맞춤형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정책을 유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토마토 김종화 기자 just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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