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네이버(
NAVER(035420))의 생성형 인공지능(AI) '하이퍼클로바X'가 드디어 공개됐습니다. 올해 초 챗GPT발 글로벌 생성형 AI 개발 경쟁이 시작된 이후 1년이 채 되지 않아 한국어에 강점을 가진 특화 모델이 등장한 것입니다. 네이버는 "국내 파트너사들에게 가장 최적화된 기술"이라며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한국어 서비스를 강조하다보니 자연스레 따라붙을 수 밖에 없는 '내수용' 비판에는 "한국이 주요 공략 시장일 뿐"이라며 여유를 보였습니다.
"네이버는 한국인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회사다."
23일 열린 '팀네이버 단23 컨퍼런스'에서 베일을 벗은 하이퍼클로바X의 정체성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한 마디입니다. 기조연설자로 단상에 오른 최수연 대표는 "글로벌 빅테크와의 경쟁에 직면할 때마다 '네이버가 잘 할 수 있겠어?'라는 질문을 받았고, 그 때마다 확실한 경쟁력으로 반드시 이겨야 할 분야에서는 이겨왔다"고 그간 네이버가 걸어온 길을 돌아봤습니다.
그러면서 또 한 번 중요한 경쟁의 순간에 직면했다고 말을 이어갔는데요. 사람과 언어에 대한 이해, 지역 고유의 속성, 문화에 대한 깊은 탐구가 중요한 검색 서비스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이 한국인에 대한 이해였던 만큼, 생성형 AI 경쟁에서도 네이버의 강점이 똑같이 발휘될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24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팀네이버 단23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하이퍼클로바X는 지난 2021년 출시한 국내 최초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를 고도화한 모델입니다.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바드 등 해외 기업발 생성형 AI 서비스의 국내 대항마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죠. 엄밀히 말하면 하이퍼클로바X는 네이버가 표방하는 생성형 AI 서비스들의 기반이 되는 기술입니다. 그 자체로 이용자와 어떠한 상호작용을 한다기보다는 이를 대화형 검색 서비스에 응용하면 '큐(CUE:)'가 되고, 대화를 통한 창작, 요약, 코딩 등의 기능을 수행하면 '클로바X'가 되는 식입니다. 오픈AI의 챗GPT가 GPT3.5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AI 챗봇이라는 점을 연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하이퍼클로바X는 네이버 내부 서비스뿐 아니라 API 연결을 통해 외부 기업에도 맞춤형 생성형 AI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는데요. '클로바 스튜디오'는 기업들이 자사의 데이터 유출 걱정 없이 커스터마이징 된 서비스 환경을 조성할 수 있게 합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소개하면서 글로벌 검색 시장에서 살아남은 손에 꼽히는 기업이라는 강점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최 대표는 "자연스러운 한국어 표현을 포함해 한국 사회의 맥락, 제도, 법 등을 모두 이해하고 있는 생성형 AI"라며 "네이버 생태계 안의 SME(중소상공인), 창작자들도 결국 한국 시장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국내 파트너사들에게 가장 최적화된 기술"이라고 차별점을 설명했습니다.
네이버는 '사용자가 원하는 인공지능'을 표방한다고도 말합니다. 글로벌 시장 모두를 타깃으로 하는 생성형 AI가 전세계의 모든 데이터를 학습하고 그를 기반으로 한 결과값을 내는 데 반해, 네이버는 한국이라는 특정 로컬 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필요로하는 정보를 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겁니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기술총괄은 "네이버는 세계에서 3번째로 생성형 AI 모델을 개발했다"며 "해외 유수의 기업과 비교해 기술력은 밀리지 않는다"고도 강조했습니다. 그는 "오픈AI의 GPT 3.5와 성능을 비교했을 경우 하이퍼클로바X의 승률은 75%에 달했다"며 "네이버는 이용자가 요청하거나 실망하는 부분을 빠르게 파악해 시장에 조속히 적용하는 것에 강점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기술총괄이 24일 열린 '팀네이버 단23 컨퍼런스'에서 하이퍼클로바X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국내에서는 하이퍼클로바X보다 뛰어난 기술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는 모습에 '내수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여기에도 네이버는 쿨하게 답했습니다. 이길 수 있는 시장을 잡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한국을 우선 공략 시장으로 정한 것일 뿐, 영어나 일본어 등에서도 잘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국어 특화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은 일종의 사명감에서 비롯됐다고도 이야기합니다. 성 기술총괄은 "생성형 AI는 데이터가 들어간 만큼 결과가 나온다"며 "한국어가 들어간 만큼 한국어가 나오고 한국인의 삶이 들어간 만큼 한국인의 삶이 나온다"고 말했는데요. 해외의 서비스들은 한국어 데이터가 부족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만의 플랫폼이 없이 외부 플랫폼에 종속이 된다면 같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낮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공개를 기점으로 네이버의 성장을 가속화 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습니다. 최 대표는 "전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자체적으로 검색과 광고 기술, 추천 기술을 내재하고 있는 기업은 손에 꼽힌다"며 "구글, 메타, 아마존 등과 비교하면 체급은 작지만 그들을 이겨왔던 성공 방정식은 AI 시대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전 규제보다는 자율 규제를 전략적인 틀로 잡아 혁신을 유발하고 창의성을 강조하는 방향을 지향해달라"고 정부에 대한 요청도 잊지 않은 최 대표는 "네이버가 한국에서 갖고 있는 의미와 사회적 책임감에 적합한 사업을 이어가겠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전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