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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8월 25일 15:1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페인트 시장에서 업황 개선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상반기 동안 원가 부담이 하락하고 자동차, 선박 등 주택을 제외한 전방산업 수요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페인트사들은 지난해 국제유가 폭등, 달러 강세로 인한 원가 부담이 확대돼 판가 상승으로 대처했는데, 영업현금흐름이 개선됨에 따라 재무안정성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IB토마토>는 주요 페인트사들이 추진하는 신사업과 재무구조를 점검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강남제비스코(000860)가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바탕으로 2차전지 신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신아티앤씨와 합작법인 설립에 자본금을 투자했는데, 합작법인은 생산설비와 기술투자 비용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합작법인은 금융기관 차입금으로 필요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 보증이나 담보 제공 등 강남제비스코의 재정 능력에 의존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다만, 강남제비스코 측은 현재 추가 지원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강남제비스코는 신아티앤씨와 각각 15억원을 출자해 KS첨단소재를 설립했다. KS첨단소재는 지난 4월23일 공식적으로 설립됐고, 강남제비스코는 KS첨단소재를 공동기업으로 분류했다.
KS첨단소재는 배터리 도전재로 쓸 수 있는 탄소나노튜브(CNT) 신사업을 위해 설립된 회사다. 강남제비스코와 신아티앤씨가 각각 50% 지분을 보유한 신생기업이다. 신아티앤씨가 CNT와 그래핀의 분산기술을 맡고, 강남제비스코는 해당 제품의 분산 및 양산 기술을 맡는 구조다. 자본금 30억원으로 시작하는데, 장치산업 특성상 투자금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재무체력으로나 시장 지위, 인지도 면에서 강남제비스코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중요해진 셈이다. 50% JV이기 때문에 강남제비스코 차원에서 직접적인 추가 출자는 어려울지라도, 신아티앤씨와의 동의하에 차입금 제공이나 보증, 혹은 다른 형태로라도 지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도료 분산 기술로 CNT 도전재 분산에 적용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S첨단소재는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위해 생산설비 및 기술투자 등으로 약 70억원 정도의 자금소요가 예상되고 있다. 투자자금은 증자를 포함한 자본금과 금융기관 차입금으로 조달할 계획이며, 양산 시점은 2024년 1월로 예정돼 있다. 투자금액의 예상 회수기간은 대략 3.5년에서 4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강남제비스코의 페인트 사업은 시장 특성상 전방산업과 원가에 따른 변동이 심하다. 경기 침체 우려가 본격화된 지난해 6월23일에는 주가가 1만9400원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영업적자가 이어지기도 했다.
강남제비스코는 신규 사업을 위해 분산 기술이 필요한 CNT 도전재 사업에 눈독을 들인 것으로 평가된다. 전기차 성장에 따른 2차전지 소재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있었고, 이미 도료 분산 기술 등 첨가제와 바인더 기술 역량을 갖추고 있어 신사업 진출이 수월했다는 해석이다.
CNT 도전재는 양극 활물질과 음극 활물질 사이에서 전자의 이동을 촉진시켜 배터리 성능을 향상시키는 물질이다. 특히 음극 도전재로 쓰이는 단일벽 CNT 도전재가 고부가 소재로 알려져 있는데, 일정하고 균일한 분포로 분산되어야 효과를 낼 수 있다. 나노물질의 경우 응집 성질이 있어 업계에서는 CNT 도전재의 분산기술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페인트나 잉크기업들은 고유의 분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성분인 안료, 바인더, 용제 등을 균일하게 분산시켜야 제품의 품질과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고, 도포가 쉬우며 도막의 두께나 밀도 등을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일본 도요잉크가 분산기술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된다. 도요잉크는 계열사를 통해 CNT 분산제를
SK이노베이션(096770)에 공급한 바 있다.
도전재 생산공장은 올해 말 준공 예정이고, 2024년 1월 2000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후 추가 설비 투자를 통해 6000톤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KS첨단소재 자본금 7월 중 납입 완료…추가 지원하나
문제는 결국 투자금이다. 보고서상 KS첨단소재 법인 설립에 필요한 자본금은 30억원으로 나타나 있는데, 강남제비스코의 현금흐름표에서 공동기업투자의 취득액으로 빠져나간 돈은 5억원으로 나타나 있다.
신아티앤씨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8억원 수준이어서 분할 납입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신아티앤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7월 중 남은 10억원이 모두 출자됐다"라고 설명했다. 지분 관계상 강남제비스코도 7월 중 남은 10억원을 출자하면서 계획했던 자본금 납입은 완료된 것으로 파악된다.
KS첨단소재는 필요한 자금 40억원을 금융기관 차입을 통해 조달할 계획인데, 아직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만큼 사업 안정화 전까지 재무체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강남제비스코의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KS첨단소재가 예상하는 투자금 70억원은 생산설비 2000톤을 상정해 책정한 금액으로, 6000톤까지 증설할 경우 추가 투자도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강남제비스코 측은 현재 40억원 차입에 대한 지원 계획은 없는 상태다. 강남제비스코 관계자는 "KS첨단소재 설비에 대한 담보제공이 되고 평가 결과에 따라 연대보증이 있을 수는 있으나 현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며 "KS첨단소재의 추후 증설에 대한 투자금액은 별도 자금조달 계획에 따라 집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강남제비스코의 재무 안정성은 지표상 우수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은 41.2%, 총차입금의존도는 12.7%에 불과하다. 현금성자산(891억원)이 단기차입금(456억원)을 크게 상회하고 있어 유동성 위험도 낮다.
페인트, 합성수지, 복합성형재료 등 전 사업부문에 걸쳐 진행된 설비투자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총 투자액 323억원 중 232억원 투자가 마무리됐고, 9억원 정도가 남았다. 상반기 기준 자본적지출(CAPEX)은 1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8% 줄었다. 합성수지부문이 캐시카우 역할을 하면서 영업현금흐름은 240억원 유입으로 전환됐다.
업계에서는 강남제비스코의 페인트 실적이 전방 시장에 영향을 많이 받는 탓에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는 보수적인 경영방침을 고수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강남제비스코의 재무체력과 현금창출력을 고려하면 유사시 KS첨단소재에 대한 지원 여력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