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장기업들의 유상증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유증 참여 기회를 노리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습니다. 통상 유증은 주식 수가 늘어 지분 가치가 희석되기에 악재로 인식되지만 신규 투자자들에겐 저렴한 신주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기업들이 유증을 하는 이유와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사항들을 짚어보겠습니다.
공모유증 급증…투자 전 목적부터 확인
(표=뉴스토마토)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부터 10월까지 3개월간 주주배정·공모유증 청약을 진행하고 있거나 계획 중인 기업은 총 20곳입니다. 이는 전년 동기 12건 대비 66.7% 증가한 수치인데요. 유증 금액 기준으론 전년(4519억원) 대비 6배 증가한 2조7434억원에 달합니다. 그만큼 유증 투자에 참여할 기회도 많아졌습니다.
유증에 참여하기 전에 가장 먼저 확인해 볼 사항은 회사가 주주에게 손을 벌리는 이유입니다. 주주들에게 자금을 요구한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겠죠.
유증으로 조달한 자금이 수주 증가에 따른 설비나 시설투자 등에 사용된다면 긍정적일 수 있지만, 자금 대부분이 채무상환 등에 쓰인다는 것은 주주에게 반갑지 않은 일입니다. 수익성 악화로 차입금이 지속 증가 추세에 있고 유증이나 전환사채(CB) 등으로 이를 갚아온 기업이라면 유증 참여도 고민을 해봐야겠죠.
신규투자자, 신주인수권 상장일정 확인해야
유증 참여를 결정했다면 기업별 일정을 확인해봐야 합니다. 청약일정이 가까운
디이엔티(079810)를 예로 들어 알아보겠습니다. 디이엔티의 경우 유상증자를 위한 주주확정일이 지난달 24일로 이미 지났는데요. 유증 비율은 1주당 0.378주였습니다. 당시 디이엔티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주주라면 유증 비율에 맞춰 신주인수권증서(워런트)를 받을 텐데요.
워런트란 신주인수권증서는 유상증자 청약에 참여해 신주를 사들일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보통 상장사 이름 뒤에 'R'이 붙는 형태인데요. 최근 청약을 진행한
뉴인텍(012340)이나
클리노믹스(352770)는 각각 뉴인텍R, 클리노믹스R로 상장했습니다. 디이엔티 1000주를 보유했던 주주라면 워런트 378개를 받아 378주의 청약 권리(+20%)를 얻습니다.
유증에 참여하려면 반드시 신주인수권증서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데요. 신주인수권증서는 주주 확정 이후 5거래일간 거래됩니다. 디이엔티는 오는 16일 신주인수권증서가 상장하고 22일까지 거래될 예정인데요. 23일엔 상장폐지돼 거래가 불가능합니다. 그 닷새 사이에 신주인수권증서를 매수했다면 그만큼 유증 참여가 가능하겠죠. 즉, 주주확정일에 디이엔티 주식을 보유하지 못했던 투자자라도 신주인수권 거래기간에 증서를 매수한 이들은 유증 참여가 가능합니다. 반대로 유증 참여를 원치 않는 투자자들은 신주인수권증서를 매도해 현금화할 수 있죠.
투자판단 핵심 '이론가격'…유증·주식매수 중 선택
유증을 통해 신주를 확보하려는 투자자들이 판단하는 데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이론가격’입니다. 이론가격이란 현재 주가에서 신주예정발행가격을 뺀 금액을 말합니다. 신주인수권증서는 단지 유증 참여 권리인 만큼 신주인수권증서의 이론적인 적정가격은 현재 주가에서 유증 신주발행가격을 뺀 금액이 되는 거죠.
오는 16일 신주인수권증서가 상장되는
디이엔티(079810)의 경우 유증 신주 발행에 기준주가 대비 20%의 할인율이 적용됐는데요. 1차 발행가액은 1만9790원으로 결정됐습니다. 지난 8일 기준 디이엔티 종가는 3만1150원입니다. 이때 합리적인 신주인수권가격은 1만1360원이 되겠죠. 1만1360원에 권리를 구매해서 1만9790원에 신주를 받으면 현재주가와 동일해지기 때문입니다.
신주인수권 가격이 이론가격보다 낮다면 신규 진입 투자자 입장에선 주식보단 신주인수권을 구매해 유증에 참여하는 것이 이득입니다. 반대로 이론가격보다 신주인수권가격이 높다면 유증 참여보다는 지금 바로 디이엔티 주식을 매수하는 게 유리합니다.
물론 이 가격은 1차발행가액을 기준으로 한 것인데요. 확정발행가액이 신주인수권 상장폐지 이후 확정되는데다, 통상 1차발행가액보다 비싸게 책정되지 않는 만큼 1차발행가액을 기준으로 이론가격을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최근 신주인수권이 상장폐지된
CJ 바이오사이언스(311690)의 경우 신주인수권이 950~1700원 사이에서 거래됐는데요. 만약 유증에 참여하지 않는 투자자가 신주인수권을 보유하고 있다면 최대 1700원의 손해를 보게 되는 셈입니다.
다만 이론가격이 낮다고 무조건 유증에 참여하는 것에도 위험 요인이 있습니다. 통상 유증 신주 발행은 신주인수권 상장폐지 이후 1개월 이상 소요되기 때문인데요. 이 기간 중에 주가가 크게 하락할 수도 있어서입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유상증자에 참여하기에 앞서 기업의 유증 이유와 주가 추이, 신주인수권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신주인수권증서의 경우 가격제한폭이 없고 상장기간이 짧아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유증 참여자의 경우 발행가와 주가를 비교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유증 이후 발행되는 신주 물량이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투자 전 투자설명서를 꼼꼼히 읽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