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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8월 30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인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수·합병(M&A) 시장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이 경색되면 매도자와 매수자 간 밸류에이션(valuation)에 대한 눈높이에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괴리 속에서 대안을 찾아내고 계약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M&A 변호사의 업무다.
박동준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세종)
박동준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지난 2013년 제2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이후 현재까지 오랜 기간 자본시장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M&A 전문 변호사다. 국내 거래에 대한 M&A 자문 업무뿐 아니라 인 바운드(in-bound), 아웃바운드(out-bound) 자문 등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SD바이오센서의 메르디언 바이오사이언스 인수 건을 담당한 바 있다.
다음은 박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현재 법무법인 세종에서 맡고 있는 업무 소개를 부탁한다.
△현재 기업자문M&A그룹 소속으로 기업 관련 일반적 법률 자문과 M&A 자문 업무를 맡고 있다. 국내 거래에 대한 자문뿐만 아니라 인 바운드(in-bound), 아웃바운드(out-bound) 자문도 다양하게 수행하고 있고, 대기업과 같은 전략적 투자자(SI)뿐만 아니라 PE와 같은 재무적 투자자(FI)도 여럿 대리하고 있다.
-최근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자본시장 이슈는?
△금리 인상이 자금 조달, 기업가치 및 M&A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관심 가지고 보고 있다. 작년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으로 기업들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매도자와 매수자 간 밸류에이션(valuation)에 대한 눈높이에 괴리가 생겨 M&A 시장이 경색돼 언제쯤 다시 자본시장이 활성화될 것인지가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특히 PE의 경우 그 영향으로 프로젝트 펀드 조성이 매우 어려워졌기에 M&A 거래 건수도 확연히 줄었다.
-최근 금리 인상에 따라 인바운드 혹은 아웃바운드 자문 시 달라진 점이 있나?
△전략적 투자자(SI)이냐, 재무적 투자자(FI)이냐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특히 외국계 PE 같은 경우에는 최근 금리 인상으로 인해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가격이 낮아졌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매수자와 매도자가 바라보는 기업가치의 간격을 조정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매도자는 2년 전 호황이던 시절을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매수자의 경우 기대하고 있는 만큼 기업가치가 떨어지지 않았다. 더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있다 보니 예전에 비해서 시장이 많이 경색된 분위기다. 특히 블라인드 펀드 같은 경우에는 아직 미소진 자금들이 남아있다 보니 그래도 거래에 참여하는 편인데 프로젝트 펀드 등 특정 타깃을 대상으로 한 경우에는 시장 상황이 더 좋아져야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무에 있다 보니 M&A에 대한 기업의 반응도 체감하는 게 다를 것 같다.
△예년에 비해서 매물이 나오는 게 줄어들고 시장이 느려진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실무자가 그런 느낌을 받을 때는 이미 시장이 상당히 안 좋아진 상황이다. 특히 이런 시장의 변화는 고객들이 가장 먼저 안다. 2년 전에는 유동성이 풍부하다 보니 돈이 벌리지 않아도 성장 가능성이 있는 곳은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수익성이 나지 않는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어려워졌고 그렇다 보니 실사도 훨씬 꼼꼼히 진행된다.
(사진=법무법인 세종)
-기업 투자 자문을 해줄 때 어려운 점이 있다면?
△거래 당사자들이 서로 원하는 바의 괴리가 클 때 상호 수용 가능한 대안을 모색하고, 이를 계약서 등 문서로 표현하는 작업이 생각 이상으로 어려울 때가 많다. 이러한 경우 법인 내 다른 변호사들의 의견을 들어보기도 하고, 여러 다른 사례들을 참고하기도 한다. 또 그동안 시중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등 창작의 고통이 따르기도 한다. 이 외에 M&A 거래의 경우 속도가 생명인 경우가 많아, 제한된 시간 내에 여러 업무를 신속하면서 질적인 측면에서도 고객이 만족할 수 있게 처리하기가 어려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진행한 업무 가운데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노벨리스코리아와 일본의 고베제강의 울산알루미늄 주식회사 합작 건과 CJ제일제당의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 매각 건이 기억에 남는다. 노벨리스코리아 건은 공장을 포함한 사업부 현물출자 등 어려운 법적 이슈가 많았을 뿐만 아니라, 노벨리스 미국 본사와 일본 고베제강 담당자들이 몇 주씩 한국을 방문해서 치열하게 협상하고, 작성된 거래 관련 문서가 3000 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며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CJ헬스케어 건의 경우 CJ제일제당을 대리하여 매각 법률자문사의 역할을 했었는데 딜이 진행되는 동안 거의 매일 CJ인재원에 가서 CJ 및 매각 주간사 담당자들과 동고동락하였기에 좀 더 기억에 남는다.
-대학시절 독어독문과 법학을 전공하고, 대학원도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M&A 분야는 조금 결이 다른 것 같은데 자본시장 분야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아버지는 회계사 출신으로 대학 강단에서 경영학을 가르치고 계신데,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통해 경제, 경영, 기업에 관한 정보를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업 관련 업무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법학을 배우는 과정에서도 다른 법률 분야보다는 상법과 같은 기업, 금융 관련 법률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 기본적으로 이미 벌어진 분쟁을 처리하는 업무가 주인 송무 분야보다는 현장에서 고객과 함께 호흡하는 자문 분야를 선호하였기에 세종 입사 시 회사팀을 선택하게 됐다.
-올해 세종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계획이나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변호사로서 당연한 말일 수 있지만 고객 만족이 목표다. 그리고 장기적 목표인데 법인 내부적으로는 제 후배들이 그 연차 때의 제가 경험했던 것보다 더욱 편안하고 즐겁게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고 싶다. 로펌은 결국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성장과 만족도가 해당 구성원뿐만 아닌 세종의 발전에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