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2024년부터 월 6만5000원 정기권으로 서울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전용 교통카드 ‘기후동행카드’가 선보입니다. 지하철만 가능했던 기존 정기권에서 지하철과 시내·마을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 등 대중교통수단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대상 범위를 확대한 게 특징입니다.
다만 지하철의 경우 서울에서 승차해 경기도와 인천에 하차할 때는 쓸 수 있지만, 서울 아닌 지역에서 승차할 때에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버스의 경우, 서울 시내·마을버스 외 경기·인천 등 타지역 버스나 기본요금이 상이한 광역버스는 서울 지역에서도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일일 생활권을 가진 수도권 내 사용이 제한적인 셈입니다. 향후 기후동행카드의 수도권 확대 여부에서도 잡음이 예상됩니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수도권 교통 문제를 사전협의 없이 서울시 단독으로 일방 추진하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했습니다. 이들 지자체는 다양한 수도권 교통 현안에 대해 실무 협의체를 통한 공동의 해결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시 “기후위기·요금부담 대응”
서울시는 11일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 이용권인 ‘기후동행카드’를 내년 1~5월 시범 판매하고 보완을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기후동행카드를 통해 월 6만5000원으로 서울 권역 내 지하철과 시내·마을버스, 따릉이 등 모든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후동행카드 도입 기자회견에서 기후동행카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시내에서 타고 내리는 지하철 1∼9호선을 비롯해 경의·중앙선과 분당선, 경춘선, 우이신설선, 신림선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 기본요금이 다른 신분당선은 제외됩니다. 또 서울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는 이용할 수 있고, 다른 지역 버스나 광역버스는 이용할 수 없습니다.
공공자전거 따릉이의 경우 1시간 이용권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고, 향후 서울시에서 추진 중인 한강 리버버스 등 새롭게 추가되는 차세대 친환경 교통수단까지 정기권의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시는 그동안 ‘대중교통 통합환승요금제’ 등의 정책을 추진해 왔음에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승용차 이용이 증가하고 있어 대중교통 수단분담률(하루 중 교통수단의 분포 비율)을 끌어올리고 기후위기 대응의 단초를 마련할 정책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시내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 중 수송 분야 온실가스가 17%(약 763만톤)를 차지하고 있어 승용차 이용을 대중교통 수요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입니다. 실제 2021년 기준 서울의 대중교통 수단분담률은 52.9%로, 지난 2018년 65.1%보다 줄어들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승용차 수단분담률은 24.5%에서 38.0%로 증가했습니다.
“50만 시민, 연 34만원 혜택”
특히 최근 물가·에너지 비용이 큰 폭으로 오른 데다 버스 요금에 이어 내달 지하철 요금 인상도 예정돼 시민들이 체감하는 가계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요금 부담을 완화하는 지속가능한 정책으로 이번 사업을 추진한다는 게 서울시 계획입니다.
시는 기후동행카드 도입으로 연간 1만3000대 가량의 승용차 이용이 감소하고, 연 3만2000톤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약 50만명의 시민이 1인당 연간 34만 원 이상의 할인 혜택(따릉이 이용 포함)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시가 내년 시범운영을 거쳐 하반기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 이용권 ‘기후동행카드’를 내놓는다. (사진=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은 “친환경 버스 교체와 공공자전거 확대, 전기택시 보급 등 수송 분야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하드웨어를 교체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교통 분야 기후위기 대응은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가 핵심”이라며 “기후위기 대응뿐 아니라 교통요금 인상으로 느끼실 가계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기후동행카드를 안정적으로 도입해 나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경기·인천 “수도권 교통, 협력 필수적”
한편, 경기도는 이날 자료를 내고 경기·인천 등 인접 지자체와 사전협의 없는 일방적 발표라며 3개 지자체가 함께 하는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도입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경기도 관계자는 “서울시는 최근에도 경기·인천 간 정산 문제가 제대로 협의되지 않았는데도 ‘서울지하철 10분 재개표’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등 경기도와 인천시 의견을 패싱하는 독단적인 모습을 보여왔다”며 “수도권 교통 문제는 특정 지자체만이 아닌 3개 지자체 간 공동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난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3개 지자체는 지난 2004년부터 수도권 통합환승제 도입을 계기로 수도권 교통 문제의 공동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며 “실무협의체를 통해 ‘수도권 통합 환승정기권’ 제도 도입 방안을 본격 검토하고 공동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인천시 관계자도 “수도권 교통 문제가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이 공동 생활권으로 묶여 논의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서울시의 일방적인 발표는 유감”이라며 “기존 수도권 통합환승제 협의에 따라 시민 편의와 재정 상황 등을 고려해 협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