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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9월 14일 17:3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연결 기준 수익성이 저하된 상황에서 해외 대규모 증설, 타법인 인수 비용 등 투자가 이미 진행중이어서 차입 부담도 확대되는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의 캐시카우 및 롯데그룹의 지원 주체 역할을 해왔으나 재무부담이 가중되면서 계열사 신용등급의 연쇄 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IB토마토>는 현재 롯데케미칼의 재무현황과 전망 등을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롯데케미칼(011170)이 늘어나는 차입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채무 상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질적으로 채무부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각 전 이익(EBITDA)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업황 회복 전망 시기가 계속 지연되면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신규 설비 투자 및 사업 확대로 차입부담 증가…순차입금만 4조2083억원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순차입금은 올해 상반기 기준 4조2083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6배가량 불어났다. 순차입금의존도는 13.3%로 3.6%포인트 상승했다. 2021년 말 순차입금이 -8165억원으로 사실상 무차입경영 상태였는데, 최근 1년 6개월 사이에 매우 급격하게 늘어난 셈이다.
롯데케미칼의 차입부담이 확대된 이유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20150)와
롯데정밀화학(004000)의 연결 편입, 공격적인 증설 투자가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롯데케미칼의 시설투자 프로젝트 총액은 2조4574억원이다. 이 중 투자 실적은 1조4794억원으로, 약 8860억원을 더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에는 2조7000억원, 롯데정밀화학 취득에는 2021~2022년에 걸쳐 총 2363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맹점은 투자 시점이다. 시설투자의 경우 롯데정밀화학의 고부가 포트폴리오인 반도체 현상액 원료(TMAC), 식의약 생산라인(애니코트·애니애디) 증설을 제외하면 대부분 2020~2022년 초에 투자가 시작됐다. 화학 업황이 호조를 달리고 있을 때다.
실적 악화가 가시화된 지난해 2분기 이후에는 기존 전통 석유화학 외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필요했다. 현금창출력 저하로 재무부담이 가중됐지만,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서는 롯데정밀화학의 편입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가 필요했다.
빚 갚기 바쁜 롯데케미칼…신용등급 하락에 조달금리 상승
문제는 투자 후 실적 부진이 시작되면서 롯데케미칼의 재무부담이 급격하게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상반기 EIBTDA 대비 순차입금은 4.8배로, 전년 동기 1.0배와 비교하면 대폭 증가했다. 자체 현금창출에 비해 차입부담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다.
롯데케미칼은 결국 시장을 통해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 지난 1월 유상증자를 통해 1조2155억원, 3월과 9월 공모채를 통해 7500억원을 조달했다. 유증으로 조달한 금액 중 6050억원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대금으로 쓰였고, 나머지는 원료인 나프타 구매에 사용했다.
회사채로 조달한 7500억원은 만기 도래 회사채와 기업어음증권(CP) 채무상환에 모두 쓰였거나, 쓰일 예정이다. 두 차례에 걸친 회사채 모두 수요예측 흥행으로 증액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3월 발행한 2년 물은 민간채권평가회사 4사가 제공하는 산술평균에 30bp, 3년 물은 50bp, 5년 물은 5bp, 9월 발행한 2년 물과 3년 물도 각각 10bp, 11bp 가산된 이자율이 적용됐다. 신용등급이 AA+에서 AA로 하향 조정된 여파다.
유상증자와 공모채를 포함, 올해 상반기 기준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은 3조378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외부로부터 현금을 수혈함으로써 아직은 단기성차입금(4조1717억원)보다 현금성자산이 약 1.1배 많지만, 앞으로 쓰일 투자금을 고려하면 차입 부담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계획된 설비 및 지분투자 자금 소요 중 상당 부분을 차입 조달할 것임을 고려하면 롯데케미칼의 차입금 규모는 과거 대비 크게 확대될 것이며, 재무안정성 지표 역시 저하된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 울산공장 (사진=연합뉴스)
업황 저점 통과하고 있다지만…회복 시기는 불투명
차입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EBITDA 개선은 필수적이지만, 올해 상반기 EBITDA는 43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 감소했다. 화학 업황 회복 시기도 불투명하다. 업계에서는 화학 업황이 저점을 통과하고 있지만, 유의미한 회복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화학 업계 관계자는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낮아 하반기에도 전방산업 및 석유화학 가동률 개선은 부진할 것"이라며 "주요 제품의 스프레드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내년 이후 수익성이 개선되겠지만 수요 개선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서민호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의 영업손실 규모가 눈에 띄게 축소됐고, EBITDA 대비 순차입금 지표도 지난해 말 대비 회복했다"라면서도 "제품 스프레드가 여전히 손익분기점을 하회하고 있어 기초 소재 및 LC타이탄(말레이 법인)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이 기업설명회를 통해 내놓은 전망도 일맥상통한다. 기초소재 사업과 LC타이탄은 공급 부담 지속으로 업황 개선이 지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미국법인도 3분기에는 폭염으로 인한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적자 폭이 줄어들었지만, 아직까지 글로벌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라며 "화학 업계 전체가 회복 시기를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