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리포트)SK바이오사이언스, 엔데믹 국면에 '휘청'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 생산 재개, 1위 탈환 관건
적자기업 노바백스 1100억원 지분투자 효과 미지수

입력 : 2023-09-2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산 1호 코로나 백신 개발로 주목받으며 급성장했지만, 엔데믹 국면에 접어들면서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올해는 1, 2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했는데요.
 
코로나 팬데믹 당시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등 해외 기업으로부터 수주한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사업이 실적 성장에 밑거름이 됐지만, 지난해부터 매출이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만큼 품목변화와 주요 사업 포트폴리오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올해 상반기 말 연결기준 매출액은 264억7822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85% 급감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53억901만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죠. 올해는 특히 연구개발(R&D)에 투자한 비용이 늘어나며 적자 폭이 더 커졌습니다.
 
지난 6월 말 기준 연구개발에 투자한 비용은 608억7000만원으로 나타났습니다. 매출액에서 연구개발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129.3%로 전년도 같은 기간 24.1%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실적 악화까지 감수하면서 과감한 R&D 투자에 나선 것은 백신 개발을 통한 블록버스터급 파이프라인을 갖춰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중장기 성장을 가속화 할 5개 블록버스터 파이프라인으로 폐렴구균 백신과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 범용 코로나 백신(Pan-sarbeco),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 백신 등을 꼽았는데요. 이중 폐렴구균 백신 '스카이팩'은 연내 임상 3상 여부를 결정하고 오는 2027년까지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 백신 'HPV-10‘과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 범용 코로나백신(Pan-sarbeco)을 출시한다는 계획입니다.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 백신(RSV)은 2029년 출시를 목표 개발 중이죠.
 
SK바이오사이언스는 당장 올 하반기부터 독감과 대상포진, 코로나 등 3대 백신을 앞세워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습니다.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기술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 대상포진백신 '스카이조스터' 등을 보유하고 있죠.  
 
경북 안동에 위치한 SK바이오사이언스 L하우스에서 세포배양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민간 독감백신 시장 경쟁력 '글쎄'
 
특히 코로나백신 위탁생산으로 독감백신 생산을 일시 중단했던 SK바이오사이언스가 올해부터 독감백신 생산 재개에 나서면서 시장 1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셀플루는 국내 최초의 세포 배양방식 독감백신으로 예방효과가 크고, 유정란을 사용하지 않아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독감백신 생산을 중단하기 전 국내 독감백신 시장은 SK바이오사이언스 독주체제였지만, 공백기 동안 GC녹십자의 지씨플루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독감 백신 공공조달시장에서 질병관리청과 최다 물량인 242만 도즈를 조달하기로 계약하면서 저력을 보였는데요. 반면 경쟁사인 GC녹십자는 174만 도즈에 그쳐 지난해 공공조달 물량이 496만5000도즈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대폭 줄었습니다.
 
다만 저가 백신 전략으로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민간 독감백신 시장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가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병·의원에 개별적으로 공급하는 민간 백신 시장에서는 제약사들의 가격 경쟁력, 마케팅, 영업 역량에 따라 매출 실적이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수익창출 돌파구로 선택한 노바백스 지분투자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으로 기대를 받았던 스카이코비원을 통한 수익창출이 어려워지자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유럽의 다수 국가에 스카이코비원을 수출하기 위해 유럽의약품청(EMA)에 조건부허가 신청을 했지만 결국 1년 만에 자진 철회하며 유럽 진출이 좌절됐는데요. 현재까지는 지난 6월 스카이코비원이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사용목록(EUL)에 등재돼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낮은 아프리카 등 중저개발국가에 공급할 기회가 생겼다는 기대감이 전부입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엔데믹 국면에서 자체 개발한 코로나 백신에 집중하기보다는 미국 바이오업체 노바백스와 지분투자 계약체결과 함께 노바백스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대응 백신의 완제품을 생산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라이선스 계약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새롭게 개발될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대응 백신의 원액과 면역증강제를 안동 L하우스에서 사전충전주사 제형의 완제품으로 완성해 국내에서는 독점 권리를 태국과 베트남에선 비독점 권리를 갖게 됩니다.
 
아울러 SK바이오사이언스는 주식인수계약을 통해 노바백스 주식 650만 주를 1100억원에 취득했는데요. 지분율은 6.45%로 노바백스의 3대 주주로 올랐습니다.
 
문제는 엔데믹이 이후 첫 투자처가 적자기업인 노바백스라는 점인데요. 노바백스는 올 1분기에 2억939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같은 기간 매출은 81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억400만달러에서 급감했죠.
 
이와 관련해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노바백스가 꾸준히 코로나 관련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만큼 엔데믹 상황에서 공동으로 사업포트폴리오를 다시 구축하는 의미에서 지분투자를 단행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코로나 백신 개발을 통해 면역증강제인 Matrix-M의 상업적 가치도 증명했고 면역증강 인플루엔자, 말라리아 백신 등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어 확장성 높은 포트폴리오를 확보한 만큼 향후 R&D, 생산, 의약품 인허가 등 전 영역에서 양사간 다양한 협력을 통해 상호 보완 및 발전적인 시너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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