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두 전쟁 앞에 선 자산시장

입력 : 2023-10-11 오전 1:00:00
주말 사이 또 하나의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안식일이었던 7일(현지시간)에 대규모 로켓 공격을 감행하면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스라엘이 즉각 가자지구를 포격해 더 많은 사상자가 나왔습니다. 민간인 포로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쟁은 이제 막 개전했고 다른 이슬람 무장단체들이 규합하는 분위기입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선언하고 항공모함을 파견했습니다. 하마스의 공격 뒤에 이란이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는 걸 보면 확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국제연합(UN)이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했다지만 중동 분쟁에서 UN의 역할이 제한적이었음을 상기해 보면 쉽게 끝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전쟁 소식에 글로벌시장이 잔뜩 긴장했습니다. 안 그래도 지난주 미국채 금리가 뛰어 다들 조마조마한 상태인데 중동의 화약고에 불이 붙으면 인플레이션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선물시장에서 원유가격과 금가격이 움찔대고 있습니다. 배럴당 90달러를 넘었다가 82달러까지 하락 안정되던 국제유가(WTI)가 하마스 공격 소식과 함께 86달러로 단숨에 치고 올랐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원유를 생산하지 않지만 주변 산유국들을 자극할까 걱정입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분쟁이 전쟁인지 전쟁에 준하는 국지전인지는 모르겠지만, 불과 며칠간의 공방에도 전 세계가 잔뜩 긴장한 것은 우리가 이미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먼 나라에서 벌이는 전쟁이 지구 반대편에 어떤 피해를 주는지 우리는 지난 1년간 충분히 체감했습니다. 
 
만약 이번 사태가 확전으로 이어진다면 에너지와 곡물 가격은 움찔대는 수준을 넘어 한국의 인플레이션과 금리도 밀어 올릴 것입니다. 채권금리와 주가, 종국엔 주택담보대출금리와 집값에도 영향을 주겠죠. 윤석열 정부 집권 후 노력한다고 했겠지만, 외국에서 밀려오는 쓰나미를 막기엔 역부족일 수밖에 없습니다. 
 
1년 정도 고생해서 나아질 것 같지도 않습니다. 자칫하다간 두 개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 미국은 머지않아 대선 정국에 돌입하게 됩니다. 내년 1월부터 각 당의 예비경선이 시작됩니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지지율이 낮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연임할 수 있을까요? ‘친러’에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세상은 또 어떻게 바뀔까요? 무엇보다 온갖 문제를 잔뜩 떠안은 채 이걸 해결하는 데 급급해 보이는 우리 정부는 1년 후의 세상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요?
 
주식 몇 주 사서, ‘영끌’로 집 장만해서, 전세살이라도, 어쩌다 보니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묶여있는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앞으로 1년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합니다. 마음 같아선 ‘이런 변동성을 십분 활용해 좋은 자산을 좋은 가격에 사야 한다’ 외치고 싶지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속속 전해지는 뉴스에 휘둘려서도 안 되고 정부 당국자의 입만 바라봐서도 안 됩니다. 세계정세와 그에 따른 주요 지표들의 흐름에 주목하면서 무리하지 않는 대응, 이것이 중요합니다. 각자도생의 시대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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