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불통' 가치투자에 신영증권·운용 흔들린다

신영운용, 3년전보다 영업익 82%↓
자사주 비중 높이고 고배당…최대주주 배불리기
내부임원 출신 사외이사 선임 관행도

입력 : 2023-10-2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가치투자 명가로 꼽히는 신영증권(001720)이 각종 잡음에 휩쌓인 모습입니다. 회사 순이익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고배당금 지급을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과 과도한 자사주 매입에 따른 최대주주 사적이익 남용 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자회사인 신영자산운용의 경우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며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신영증권, 실적 악화에도 배당은 '두둑'…과도한 자사주 매입 지적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영증권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560억원, 451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각각 31.45%, 37.79% 줄었습니다. 
 
최근 3년간 실적의 경우 지속적으로 감소 중입니다. 2020사업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영업이익은 2575억원, 지난 21년(2021년 4월~2022년 3월)은 1213억원, 지난해에는 115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3년전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감소했습니다. 실적 감소세가 확연한데도 배당금 규모는 줄이지 않고 있는데요. 지난 3년 동안 주당배당금을 동일하게 4000원으로 책정했습니다.  
 
고배당 정책의 수혜는 최대주주에 집중되고 있는데요. 주주명단을 보면 신영증권(자사주 36.20%), 원국희 외 13인(28.04%), 신영자산운용(5.24%) 순으로 구성됐습니다. 배당금은 회사가 가진 자사주를 제외하고 나머지 주주들의 지분율대로 지급하기 때문에 원씨 일가는 가장 큰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실제 신영증권이 지급하는 배당금의 40% 가량이 원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자에 지급되고 있습니다. 
 
신영증권은 지난 30년간 주식시장에서 자사주를 매입했는데요. 꾸준한 자사주 매입은 부족했던 원씨 일가의 경영권 방어 및 지배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자사주를 늘리게 되면 모든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는데요. 최대주주는 자사주를 제3자에게 양도 후 의결권이 생기면 인수합병 발생 시 우호세력에 넘겨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습니다.
 
신영증권은 자사주 비율이 지난 1999년 7% 수준에서 현 36%를 넘어서기까지 약 829억원(우선주는 992억원, 지분율 74.6%) 규모를 취득했지만 소각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쌓아놓은 자사주는 언제라도 원씨 일가의 경영권 방어 및 승계 수단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소액주주들은 회삿돈을 이용해 오너일가의 경영승계 준비에만 치중한단 지적과 함께 주가부양을 위한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IPO 시장에서도 부진한 모습인데요. 해마다 꾸준한 IPO 주관으로 시장에서 조용한 강자로 평가받았던 신영증권은 올해에는 자람테크놀로지(389020), 나라셀라(405920), 인스웨이브시스템즈(450520) 등 심사과정에서부터 자진철회, 공모가 최하단, 고평가 논란 등에 시달린 바 있습니다. 
 
경영권 남용 등을 견제할 사외이사를 내부 임원 출신으로 선임하는 등의 꼼수 관행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신영자산운용 대표를 지냈던 이상진 전 대표가 지난해 6월 사외이사로 합류했는데요. 임기는 내년 6월까지 입니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해당사안들은 공시된 것 외에 말씀드릴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신영증권, 신영자산운용 영업이익 추이.(사진=뉴스토마토)
 
기관투자가 떠난 신영운용, 돌파구 절실  
 
신영증권이 85.9% 지분을 가진 자회사 신영자산운용의 실적도 악화 중입니다. 2022사업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영업이익은 77억원인데요. 지난 21년도(2021년 4월~2022년 3월)는 110억원, 20년도(2020년 4월~2021년 3월)는 430억원이었습니다. 3년전보다 영업이익이 82% 가량 줄었습니다. 이 때문에 신영운용은 지난 2018년 이후 2021년까지 4년 연속 배당금을 지급했지만, 지난해부터 실적악화로 배당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올해 상반기에는 순이익과 영업이익은 각각 68억원, 9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늘었습니다. 
 
운용 규모는 급감 중인데요. 지난 17일 기준 AUM(운용자산)이 3조6221억원인데 3년전(2020년 10월16일, 8조7746억원) 보다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이중 투자일임 규모 감소폭이 눈에 띕니다. 지난 17일 기준 투자일임 운용잔고는 366억원인데요. 지난해 말 9211억원에서 6월말 8721억원, 7월말 8426억원, 8월말 6631억원으로 잔고가 줄었죠. 지난달 1일에는 하루만에 연기금 자금 3000억원이 유출된 것으로 알려집니다. 
 
잔고가 급격히 줄어든 것은 국민연금 등 기관이 자금을 회수한 영향입니다. 국민연금은 위탁 운용사에 대한 성과를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기준에 못미치면 맡긴 투자자금을 회수합니다. 신영운용은 코스닥 벤치마크(BM) 대비 초과 성과를 내지 못해 자금을 회수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에선 가치투자에만 열을 올리는 신영자산운용의 투자 기조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신영운용의 투자 콘셉트는 기업가치 대비 저평가 종목에 집중, 5~10년간 장기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요. 하지만 올해 2차전지로 대표되는 테마주·성장주 위주 투자가 고수익을 올리며 신영운용이 벤치마크 대비 저조한 성과를 보여 국민연금이 투자금 회수를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국민연금의 자금 회수는 슬픈 일이다"면서도 "2차전지 종목에 대한 투자를 계속할 수는 없었다. '비싼 종목을 비싸게 사서 더 비싼 가격에 파는 것'은 가치주 투자가 아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신영자산운용측은 국내주식시장에서 배당주와 가치주가 침체되면서 고질적인 자금이탈에 시달리고 있단 입장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가 처음 설립 때부터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공모펀드 위주로 하다보니 시장에서 소외되면서 투자자들이 많이 빠져나간거 같다"며 "최근엔 베일리기포드와 손잡고 펀드를 출시했고, 향후 연금자산을 개선하는 전략도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신영자산운용 투자일임 규모 추이.(사진=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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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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