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최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자,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보수진영의 상징적 인물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만남에 나선 겁니다. 특히 보수의 심장부인 대구·경북(TK) 민심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른바 '박정희 마케팅'에 나선 것은 지지세를 만회하기 위한 윤 대통령의 '읍소 전략'으로도 풀이됩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립서울현충원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추도식에 참석했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1980년부터 매년 민족중흥회 주관으로 열린 '박정희 추도식'에 직접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추도식에 참석하는 대신 하루 전에 국립현충원을 찾아 박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습니다.

 

이날 추도식에는 여권의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했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인요한 혁신위원장 등이 자리했고 오세훈 서울시장, 황교안 전 대표도 참석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하면 된다는 기치로 우리 국민을 하나로 모아 이 나라의 산업화를 강력히 추진했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세계사적 위업을 이뤄냈다"며 "박 대통령이 이뤄낸 바로 이 산업화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튼튼한 기반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세계적인 복합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박 대통령의 정신과 위업을 다시 새기고, 이를 발판으로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족 대표로 나선 박근혜 전 대통령은 "특히 오늘 해외 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추도식에 참석해 주신 윤 대통령에게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고 전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추도식에서 박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나란히 묘소 참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만남은 지난해 5월 대통령 취임식 이후 약 17개월 만입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윤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두고 보수층 결집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이후 이탈한 대구·경북 지지율을 서둘러 회복하지 않으면 총선에서 이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수도권까지 대구·경북 민심이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실제 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 이탈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24일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10월21~22일 조사,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지난 주 29.2%에서 이번 주 28.3%로 0.9%포인트 하락하며 2주 연속 20%대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영남에서 모두 부정평가 응답이 우세했습니다. 대구·경북 긍정 44.3% 대 부정 53.0%, 부산·울산·경남(PK) 긍정 30.8% 대 부정 62.8%로 나타났습니다. 지난주에 비해 부정평가 응답은 대구·경북 3.6%포인트, 부산·울산·경남 7.3%포인트 각각 올랐습니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60대 이상에서도 긍정 43.9% 대 부정 49.4%로, 부정평가가 다소 우세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60대 이상과 영남에서 등을 돌리는 모양새입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만 윤 대통령의 보수층을 향한 구애가 자칫 지지층 결집에만 매달리는 모습으로 비치면서 중도 확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현재 이준석발 분열의 조짐도 보이는 상황에서 급하다 보니 집토끼를 우선 챙긴 것"이라면서도 "중도 확장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박주용·최수빈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