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 경고' 타임오프제 갈등 양상…노조 옥죄기 vs 관행 개선

고용부 근로감독 결과 62곳 중 39곳 '위법'
노동계 "노사갈등 유발하는 치졸한 합작"
전문가 "정부가 규제하는 것은 과한 개입"

입력 : 2023-11-02 오후 5:22:14
 
[뉴스토마토 김유진 기자] 노조의 회계 공시에 이어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제)'문제까지 불거지면서 노정 간 진통은 거세질 전망입니다. 정부의 '엄정 대응' 경고에 노동계는 "노사 갈등을 오히려 부추긴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노조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 것이 아니라 사업주들이 근로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고용노동부는 2일 '근로시간 면제제도 운영 및 운영비원조 기획 근로감독' 중간결과(10월13일 기준)를 발표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한국 노조 관행의 불합리라며 과도한 근로면제 개선을 요구한지 한 주 만입니다.
 
고용부는 지난 9월 유노조 사업장 480곳을 대상으로 '근로시간 면제제도' 실태조사를 실시한 바 있습니다. 이 중 위법이 의심되는 사업장 등 200곳이 주요 타깃이었습니다.
 
앞서 경총 측은 '산업현장 부당한 노동관행과 개선과제 설문 조사' 결과를 통해 '과도한 근로면제시간과 근무시간 중 조합활동'을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노동관행으로 지목한 바 있습니다.
 
사업장 62곳 중 39곳 '위법'
 
감독 내용을 보면 고용부는 점검 사업장 62곳 중 39곳에서 위법사항을 적발했습니다. 근로시간 면제 한도 초과 및 위법한 운영비원조 등 부당노동행위가 36건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어 위법한 단체협약 11건, 단체협약 미신고 8건 등입니다.
 
법 위반 사업장 중에는 근로시간면제자 지정 없이 사후 승인하는 방식으로 인원 한도를 약 10배 초과하거나 파트타임면제자 4명을 풀타임으로 사용하는 등 면제시간 한도를 1만8000여 시간 초과한 사례 등이 적발됐습니다. 
 
 
 
고용노동부는 2일 '근로시간 면제제도 운영 및 운영비원조 기획 근로감독'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사업장 62곳 중 39곳에서 위법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그래픽은 근로시간 면제제도 위법사업장 통계. (그래픽=뉴스토마토)
 
 
또 1년간 노조에 10억4000여만원을 지원하거나 노조 사무실 직원 급여를 전액 지원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고용부는 이달 말까지 추가적으로 140곳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지속하고 향후 규모와 업종을 고려해 감독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위법사항에 대해 해당 사업장에 시정지시하고 불응할 경우 형사처벌 또는 과태료 부과 등 엄정 조치할 예정"이라며 "공공부문은 기재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노동계 "윤석열정부 치졸한 협작"
 
이에 노동계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근로시간 면제제도를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이 오히려 노사갈등을 유발한다는 주장입니다. 
 
민주노총은 "정부는 근로시간면제한도를 넘어선 상급단체 파견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상급단체활동이나 초기업노조 활동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근로시간면제한도를 손봐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초기업노조 활동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근로시간면제제도'를 명분으로 극히 일부 사업장에서 상급단체 활동을 위해 근로시간면제한도를 초과했다는 것만으로 부당노동행위를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정부의 초기업노동조합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한국노총도 "노동조합을 흠집내고 노조를 국민들로부터 고립시키려는 윤석열정부의 치졸한 협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현행 근로시간면제제도는 노동자대표의 활동을 보장하는데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제도를 악용해 노조를 옥죄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정부는 한술 더 떠서 노사자율을 훼손하고 오히려 노사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노사관계 '기울어진 운동장'
 
정흥준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근로시간 면제제도는 노사 간 자율적인 영역이 상당히 많다"며 "회사가 개인들의 고충을 하나하나 처리해줄 수 없으니 그런 역할을 노동조합이 하는 것이며 사용자의 업무도 들어가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법 등에서) 정해진 시간보다 조금 더 많이 필요한 회사가 있을 수 있다"며 "이것을 '법에 정해져있으니 정해진 만큼만 쓰라'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노사가 같이 해야 될 일이 많은 상황에서 정부가 규제하는 것은 과한 개입"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불공정한 관행이 있다면 시정명령을 내리고 위법사항이 있다면 제재를 하는 것은 맞다"며 "우리나라 노사관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니 그런(제재 등) 부분에 있어서 형평성이 있어야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노조와 달리) 예를 들어서 사업자에 대한 부분들은 이렇게 엄격하기 관리 감독을 하지 않는 것들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2일 '근로시간 면제제도 운영 및 운영비원조 기획 근로감독'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사업장 62곳 중 39곳에서 위법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근로시간 면제제도 관련 브리핑 중인 이성희 고용부 차관. (사진=뉴시스)
 
세종=김유진 기자 y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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