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에 손대는 족족 손실을 내는 ‘마이너스의 손’, ‘고점 매수, 저점 매도’의 전형, 미래에셋 얘깁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2016년 공모했던 부동산펀드 ‘미래에셋맵스 미국부동산투자신탁9-2호’가 보유한 오피스빌딩을 매각했다고 최근 공시했습니다. 매각가는 5억8000만달러입니다. 여기에서 또 부대비용을 빼야겠지만.
이 매각이 성사된 후 언론에서는 엑시트에 성공했다거나 선방했단 평가가 줄을 이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펀드 투자자도 같은 생각일까요?
미국 텍사스주 시티라인에 소재한 오피스빌딩 4동을 매입하는 데 든 비용은 8억2770만달러입니다. 당시 환율 1098원을 감안하면 9080억원입니다. 실제 부동산 매입가격은 7억9300만달러이고 여기에 이것저것 부대비용과 세금으로 추가 비용이 들어갔습니다.
이중 3000억원을 국내에서 펀드를 공모해 조달했습니다. 다른 투자자가 1539억원 돈을 보탰고, 여기에 현지에서 5247억원(4억5200만달러)을 연 3.75% 수준 금리로 대출받아 보탰습니다.
이번 매각가는 매입가보다 훨씬 낮습니다. –31% 수익률입니다. 25% 손실이란 보도가 있었는데 아파트 매매차익 따질 때 세금, 중개수수료 빼고 계산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이 정도 차이는 애교에 불과합니다. 진짜 큰일은 LTV가 55%였다는 사실이죠. 건물 매각가에서 대출 갚고 남은 돈을 투자자들에게 나눠줘야 할 텐데, 대출 비중이 50%를 넘었던 만큼 손실도 뻥튀기처럼 부풀어 오릅니다.
투자자들이 언론보도를 보고 미래에셋에 문의를 했습니다. 그래서 도대체 얼마를 돌려받는 거냐고? 펀드 1좌(1000원)당 480원이라고 답했다는군요. 반토막도 안 됩니다. 이것도 원달러환율 1350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겁니다.
1000원 투자해서 480원을 돌려받는 투자자들이 ‘엑시트 성공’, ‘선방’, 심지어 ‘리스크 해소’ 등의 기사를 접했으니 오죽이나 화가 났겠습니까? 해외 부동산펀드 투자자들이 모여 있는 채팅방엔 미래에셋에 대한 성토가 빗발쳤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그동안 받은 배당(분배금)을 더하면 거의 원금 수준이라고 해명했나 봅니다. 한국거래소 공시에서 분배금 이력을 찾아봤습니다. 2017년 6월부터 지난 6월까지 지급한 분배금 합산액은 총 501.8원입니다. 물론 투자자들은 여기에서 15.4% 세금을 떼고 받습니다. 세후 424.5원입니다.
이 돈은 미래에셋이 처음 펀드를 공모할 때 매년 6% 정도의 분배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던 부분입니다. 투자자들이 7년 넘게 목돈을 맡긴 기회비용에 해당하는 보상이죠. 투자 손실을 상쇄하는 핑곗거리로 활용할 돈이 아닙니다.
생각해 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딱 하나 잘한 것이 있습니다. 환헤지를 하지 않은 겁니다. 그게 아니었다면 성적은 그야말로 처참했을 겁니다.
미래에셋은 해외 부동산 투자에 뛰어든 이후 지금까지 변변한 성과를 낸 것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래도 미래에셋은 돈을 법니다. 이 펀드에서도 매년 판매보수 연 0.35%, 운용보수 연 0.35% 등을 떼어갔습니다. 손실 낸 다른 운용사들은 미안해서라도 보수를 인하하던데, 그런 것도 없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남아 있는 미국 부동산펀드도 매각을 추진 중입니다. 손실 본 투자자들의 의사를 묻기보단 미래에셋 이름에 누가 될 수 있는 것들을 털어버리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 펀드의 책임운용역은 내년 3월 대표이사 연임을 앞두고 있는 최창훈 부회장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