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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16일 15:1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10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국정감사에서 "금리 인상도 고려하고 있다"라는 발언을 해 고금리의 장기화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자금조달 시장에선 채권 발행 이외의 자금 조달이 시장의 화두가 됐다. 지난 3분기 유상증자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2% 늘었고, 메자닌 발행 금액도 14.2% 증가했다. 하지만 각 자금조달 방법엔 그에 상응하는 리스크 요인도 잠재돼 있다. <IB토마토>는 현재 시장에서 주목되는 자금조달 별 현황과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BNK투자증권이 STX의 유상증자에 단독 주관사로 참여한다. 이번
STX(011810)의 유상증자에선 유례가 없을 정도의 높은 수수료율을 책정했다. 하지만 연이은 적자 누적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STX 증자 난이도를 고려하면, 높은 이율보다는 발행 과정에서의 리스크 요인에 더 많은 이목이 쏠린다. 앞서 진행된 유상증자에서 대표주관사를 맡은 증권사들이 시장의 외면을 받은 실권주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결국 성공적인 유상증자는 시장을 얼마나 설득시킬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평가다.
몸값 낮춘 STX 유상증자
15일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TX는 주주배정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당초 800억원 규모에서 규모를 대폭 낮춘 540억원으로 변경했다. 전날 기준 주당 모집가액은 7350원으로 오는 12월6일 발행가액을 확정한 뒤 구주주 청약에 나선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내년 1월5일이다.
이번 STX의 유상증자는 지난 2021년 이후 2년 만이다. STX는 지난 2018년 8월 사모펀드 APC머큐리에 인수된 후 2021년 유상증자를 통해 384억원을 조달한 바 있다. 유상증자 대표주관사는 BNK투자증권이다. 이전 유상증자에 공동 대표주관사로 참여한
유진투자증권(001200)은 이탈했으나 인수회사로 신한투자증권을 포함시켰다.
대표주관사인 BNK투자증권이 모집총액의 62.5%인 460만주 338억원 상당을 인수하고 인수회사인 신한투자증권은 모집총액의 37.5%를 인수한다. 주관사와 인수회사의 인수수수료는 모집액의 180bp로 책정돼 현 모집액을 기준으로 총 인수수수료는 9억7000만원이다.
이중 BNK투자증권은 총인수수수료의 62.5%인 6억원, 신한투자증권은 나머지 3억7000만원 상당의 수수료 수익이 기대된다. 여기에 더해 BNK투자증권에겐 3000만원의 대표 주관 수수료도 별도 지급되며, 만약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인수액의 20%가 수수료로 추가 지급된다.
BNK투자증권은 이번 STX 딜을 통해 올해 주관한 유상증자 중 최고 수수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STX가 현재 직면한 현재 사업 상황과 앞서 진행된 유상증자 과정에서 대표 주관사가 짊어진 리스크 요인을 살펴보면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유례 없는 수수료율로 진행되는 STX 유상증자
(사진=STX)
STX의 유상증자 수수료율은 통상 기업 유상증자에서 책정되는 요율보다 월등히 높게 책정됐다. 통상 대기업 유상증자의 경우 인수수수료는 100bp 미만에서 책정되지만 STX의 경우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바이오기업보다도 높은 수준에서 책정됐다.
이례적으로 높은 수수료율은 STX의 증자 난이도 때문이란 분석이다. 실제 STX의 지난 3분기 실적 공시에 따르면 연결기준 3분기 매출은 1737억원으로, 작년 동기 2087억원 대비 16.8% 감소했다.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54억원, 78억원 적자로 작년 170억원, 110억원 적자 대비 개선세를 이어갔지만 여전히 적자 기조를 이어갔다.
연이은 적자 누적으로 회사 자본금보다 자본총계가 더 적은 상태인 자본잠식 상태도 지속돼 상반기 STX의 자본잠식률은 22.84%로 작년 말 29.92%보다는 다소 개선됐으나, 지난 2021년 6.55% 대비로는 여전히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차입금 현황에서도 지난 2021년 8월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에도 불구하고, 2023년 3분기 말 기준 65.45%로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종합상사 사업영역을 확대해가는 STX입장에선 자본 확충이 절실하다. 앞서 STX는 최대주주 변경 후 단순 지주회사에서 벗어나 종합상사 기능 강화에 나섰다. 이에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 지분 취득과 페루와 브라질 리튬 광산에 투자를 이어갔다.
이번 유상증자로 확보된 자금 중 채무상환에 쓰일 250억원을 제외하고 145억원은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구매자금, 73억원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니켈 구매자금, 72억원은 발전용 목재칩(우드펠릿) 구매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실권주 리스크...시장 설득이 관건
BNK투자증권 서울사무소 (사진=BNK투자증권)
유상증자에서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은 실권주 발생이다. 유상증자에서 시장의 외면으로 인한 미매각 발생시 주관사와 인수사가 실권주를 떠안게된다. 앞서 진행된 몇몇 유상증자에선 실권주를 증권사가 떠안아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지난 7월 진행된 SK리츠 유상증자에선 총 600억원어치 실권주가 발생했다. 실권주는 잔액인수 계약에 따라 증권사가 최종 실권주인 1450만973주는 주관회사 및 인수회사인 한국투자증권(60.6%), 신한투자증권(30.3%),
SK증권(001510)(6.06%), KB증권(3.04%)이 나눠 인수해야 했다.
보통의 경우에서 실 물량은 곧 실적 저하로 이어진다. 지난해
엔지켐생명과학(183490) 유상증자를 주관한 KB증권의 경우 당시 신주 530만주의 71.89%에 달하는 381만여주를 주관사인 KB증권이 떠안으면서 200억원대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결국 성공적인 유상증자는 사업의 성장성과 가능성을 얼마나 시장에 설득시키고 완판에 성공하느냐에 달렸다. 하지만 자원 관련 무역상사업은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높은 사업으로 평가돼 STX의 2차전지 관련 자원 개발 사업은 장밋빛 미래만을 바라볼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윤석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채권시장 연구위원은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기업실적 약화 등으로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라며 "크레딧 시장도 유동성 리스크를 반영해 저신용등급 기업에 대한 기피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장기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고금리와 경기 불황으로 기업들의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확보 노력이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라며 "하지만 통상적으로 유상증자는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한다는 시장의 인식이 높고 실제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투자 주체들도 공개된 재무 정보를 알고 있어 주관사 입장에선 시장을 설득시키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