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입는 SK지오센트릭, 석유화학 위기 타개책

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 '울산 ARC' 기공식
2025년 말 완공, 매년 32만톤 재활용
원유 의존 사업구조 재활용 중심 전환
선판매 70% 달성 자신, 매출 7000억 전망

입력 : 2023-11-15 오후 5:00:00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SK지오센트릭이 울산에서 세계 최초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의 첫 삽을 떴습니다. '지구 중심적' 뜻을 담고 있는 사명에 맞게 폐플라스틱 재활용, 친환경 소재를 핵심 사업으로 삼겠다는 것인데요. 국내 화학기업들이 중국의 범용제품 생산 증가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SK지오센트릭이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SK지오센트릭은 15일 SK이노베이션(096770) 울산콤플렉스(CLX) 내 21만5000㎡ 부지에 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 '울산 ARC(Advanced Recycling Cluster)' 기공식을 가졌습니다. 국제규격 축구장 22개 넓이와 맞먹는 크기로 공사엔 총 1조8000억원이 투자되며 2025년 말 완공 예정입니다.
 
(왼쪽 여섯번 째부터)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 김두겸 울산광역시장, 한덕수 국무총리,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성민 국회의원이 15일 울산시 남구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서 열린 세계 최초 플라스틱 재활용 단지 '울산 ARC 기공식'의 첫 시작을 알리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사진=SK지오센트릭)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지난 14일 울산 ARC 기공식 사전 기자간담회에서 "화학산업의 위기가 거론되는 시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것"이라며 "플라스틱 재활용 핵심기술을 보유한 울산 ARC를 통해 국내 화학산업의 르네상스를 이끌겠다"고 밝혔습니다.
 
울산 ARC 상업생산이 본격화되는 2026년부터는 매년 폐플라스틱 32만톤이 재활용됩니다. 국내에서 한 해 동안 소각 또는 매립되는 폐플라스틱(350만톤)의 약 10%가 처리가능한 수준이죠.
 
◆영국·미국·캐나다 등 3사 화학적 재활용 기술 통합  
 
화학적 플라스틱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열분해유나 다른 원료로 되돌리는 기술인데요. 울산 ARC의 경쟁력은 △열분해 및 후처리 기술(폐비닐 등 재활용)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 △해중합(PET 재활용) 등 세계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한 곳에 구현한 것입니다. SK지오센트릭은 영국 플라스틱 에너지(열분해), 미국 PCT(PP추출), 캐나다 루프(해중합) 등 글로벌 3사와 협력해 각각의 기술들을 확보했습니다. 이를 통해 플라스틱의 오염도, 성상, 색상과 상관없이 상당수의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는데요.
 
울산 ARC 개요도.(사진=SK지오센트릭)
 
우선 열분해는 재활용이 어려운 비닐과 같은 플라스틱을 300~800도의 고온으로 가열해 인공 원유로 되돌리는 기술입니다. 열분해로 만든 원유(열분해유)는 추가적인 후처리 과정을 거쳐 나프타, 경유 등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으로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고순도 PP 추출은 오염물질을 제거해 순수한 PP만 추출합니다. 복합 재질은 물론 오염된 소재까지도 재활용됩니다. 해중합 기술은 유색 PET병, 폴리에스터 원단 등 플라스틱을 이루는 큰 분자 덩어리의 중합을 해체시켜 플라스틱의 기초 원료 물질로 되돌리는 기술입니다. 투명한 페트병만 재활용했던 물리적 재활용 기술의 한계를 극복, 유색 페트병이나 의류섬유에서도 순도 높은 원료를 뽑아내 음식용기, 생수병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울산 ARC가 완공되면 원유 사용을 통한 생산 활동을 최소화하고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임에도 소각하거나 매립해야 했던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SK지오센트릭 관계자는 "플라스틱을 전혀 쓰지 않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플라스틱을 현명하게 쓰는 방법을 찾고자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확보했다"고 말했습니다.
 
◆화학산업 '서든데스'직면…'플라스틱 재활용' 혁신의 방향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그룹 CEO 세미나에서 7년 만에 '서든 데스(돌연사)'를 다시 언급하며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 빠르게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이 지난 14일 SK그린캠퍼스(종로타워)에서 열린 울산ARC 기공식 기자간담회에서 세계 최초 종합 재활용 단지인 울산ARC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사진=SK지오센트릭)
 
나 사장도 간담회에서 "범용화학시장은 중동, 중국의 공장 신설로 경쟁이 치열해 한국 화학산업은 수익을 담보할 수 없는 서든 데스에 직면해 있다"고 말하며 2020년 SK지오센트릭이 보유한 대한민국 최초의 화학공장인 납사분해설비(NCC)를 가동 중지했던 일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글로벌 경기에 따른 수익성 변동이 큰 사업에서 벗어나 우리 힘으로 미래를 만드는 새로운 사업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며 "견고한 매출을 내던 공장을 끄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보다 변화에 대한 확신이 컸기에 내린 결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사명도 SK종합화학에서 SK지오센트릭으로 변경했고 회사는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플라스틱 재활용, 고기능 신규 플라스틱 생산으로 기존 대비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혁신의 방향"이라고 덧붙였습니다.
 
SK지오센트릭은 울산 ARC를 통해 재활용 중심으로 화학사업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입니다. SK지오센트릭의 매출 구성은 올해 3분기 기준 기초유화 사업 72%, 화학소재 사업 28% 수준으로 아직 전통적인 석유화학사 형태인데요. 울산 ARC는 원유에 의존해 왔던 SK지오센트릭의 사업구조를 친환경 중심으로 전환하는 시작점이 될 전망입니다.
 
플라스틱 재활용은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입니다. 시장조사업체 맥킨지는 전 세계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이 2050년 60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유럽연합(EU)은 2030년부터 모든 플라스틱병에 재생원료 30% 사용을 의무화했고 우리나라도 올해 3%에서 2030년까지 30%까지 확대할 방침입니다.
 
나 사장은 "울산 ARC에서 생산될 물량의 30%가량이 선판매 협의 단계"라며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수요 대비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장으로 가격과 마진이 확실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SK지오센트릭은 2027년 프랑스에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을 짓는 등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입니다. 나 사장은 "울산 ARC가 가동되면 매출은 7000억원, 영업이익은 2500억~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한다"며 "내후년까지 가동 전 선판매 비율은 70%를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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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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