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런던 영국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이제 양국은 진정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다시 태어난다"며 "보다 개방되고 자유로운 국제질서를 영국과 함께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영국과 함께 인류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번영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런던 웨스트민스터 영국 의회에서 영어 연설을 통해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양국 관계가 새롭게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양국의 협력 지평은 디지털·인공지능(AI), 사이버 안보, 원전, 방산, 바이오, 우주, 반도체, 해상풍력, 청정에너지, 해양 분야 등으로 크게 확장돼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외국 의회에서 해당 국가 언어로 연설한 것은 지난 4월 미국 국빈 방문 당시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영어로 연설한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윤 대통령은 "올해 봄 한미 연합훈련에 영국군이 처음으로 참여하기 시작했으며, 한영 간 정보 공유, 사이버 안보 협력 체계가 새롭게 구축되고 있다"며 "영국과 함께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처하면서, 가상화폐 탈취, 기술 해킹 등 국제사회의 사이버 범죄에 대한 공조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북한 핵 위협 등 지정학적 리스크 앞에 국제사회가 분열되고 있다"며 "평화는 혼자 지켜낼 수 없다. 한국은 영국, 그리고 국제사회와 연대해 불법적인 침략과 도발에 맞서 싸우며 국제규범과 국제질서를 수호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한국은 영국과 함께 인도 태평양 지역의 정치적 안보와 경제안보를 튼튼히 하는 데 함께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연설 서두에선 1883년 수호통상조약부터 140년간 이어진 한영 관계를 부각했습니다. 연설 말미에는 영국의 정치·문화·학계 인사들이 등장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아놀드 토인비의 '문명은 도전과 응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탄생하고 발전한다'는 발언을 인용했고, 또 "윈스턴 처칠 수상은 '위대함의 대가는 책임감'이라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연설 제목인 '도전을 기회로 바꿔줄 양국의 우정'도 영국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구절에서 따왔습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우리 양국은 자랑스러운 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만들어 온 공통점과 함께 문화예술의 매력도 지니고 있다"며 "영국이 비틀즈, 퀸, 해리포터, 그리고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을 가지고 있다면, 한국엔 BTS, 블랙핑크, 오징어 게임, 그리고 손흥민의 오른발이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아 영국이 우리와 피로 맺어진 혈맹임을 재확인하고, 한영 관계의 과거·현재·미래를 조망함으로써 미래 한영관계의 지향점을 대외적으로 천명했다"며 이번 윤 대통령의 연설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찰스 3세 국왕과 함께 마차를 타고 런던 버킹엄궁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부터 영국 국빈 순방 공식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공식 환영식장에서 대기하던 찰스 3세 국왕과 커밀라 왕비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맞이했습니다. 찰스 3세 국왕은 리시 수낵 영국 총리 등 영국 왕실과 정부 주요 인사를 소개했습니다.
이어 왕실 근위대 사열이 진행됐습니다. 아리랑 연주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윤 대통령과 찰스 국왕이 함께 근위대를 사열했고 예포 41발이 발사됐습니다. 사열을 마친 윤 대통령과 찰스 국왕은 백마가 끄는 왕실 '황금 마차'에 탑승했습니다. 왕실 기마 부대의 호위 속에 마차는 국빈 오찬 장소인 버킹엄궁으로 이어지는 더몰 거리 1.6㎞가량을 이동했습니다.
국빈 오찬은 버킹엄궁에서 개최됐습니다. 윤 대통령과 찰스 국왕은 양국의 최고 훈장과 선물을 교환한 뒤 버킹엄궁에 전시된 한국 관련 소장품을 둘러봤습니다. 이후 윤 대통령은 한국전 참전기념비와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있는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