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한다지만…시민단체 “공공의료 예산 확충 시급”

코로나전담병원 지원, 내년도 예산 98.7% 삭감

입력 : 2023-11-23 오후 4:50:15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보건의료 노동자와 시민단체들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됐던 공공병원의 회복기 예산 증액을 촉구했습니다. 정부가 필수의료 분야를 살리겠다며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필수의료 영역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공공병원 예산은 대폭 삭감했다는 겁니다.
 
보건의료노조와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등은 23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병원은 코로나가 대규모로 확산되던 시기 다른 환자들의 치료를 상당부분 중단하고 코로나 감염병 환자들을 돌봤다”며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종료됐다는 이유로 내년 예산에서 이들 병원의 지원금을 올해보다 98.7% 삭감하고, 공공병원들의 경영 위기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내년도 보건복지부 보건의료 분야 예산은 올해 대비 19.5% 감소한 3조6657억원이 책정됐습니다. 보건의료 예산이 줄어든 건 ‘감염병 대응 지원체계 구축 및 운영’ 예산이 큰 폭으로 축소됐기 때문입니다. 복지부는 올해 관련 예산으로 9530억7900만원을 썼는데, 내년 예산액은 126억1000만원이 책정돼 98.7%가 삭감됐습니다. 이 예산은 코로나 치료 의료기관과 공공병원들에 대한 손실보상금 등에 사용됩니다.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등이 23일 국회 앞에서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예산 결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안창현 기자)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코로나전담병원 역할을 했던 공공병원이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보건의료노조는 “전체 의료기관 중 5% 수준인 극소수 공공병원이 2020년 3월 전체 감염병 전담병상의 81.2%, 이듬해 1월에는 92%까지 담당했다”며 “그 공공병원들이 정부의 무책임과 비윤리적 행태로 인해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2025년까지 예상되는 공공병원들의 의료손실 규모는 지난 2005년부터 2019년까지 15년간 의료손실 누계액보다 큽니다. 당장 내년부터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금을 삭감하면, 공공병원을 주로 이용하던 사람들과 공공병원 외 다른 선택지가 없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박탈’이자 ‘공공병원 죽이기’라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예산 복구해야”
 
이들은 “공공병원이 코로나 동원체제 아래 정상진료를 중단했을 때 홈리스, 장애인 등 민간의료에서 소외된 진료를 필요로 하는 이들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위협받았다”며 “열악한 의료 공공성으로 인해 이른바 ‘필수과목’ 진료가 외면 받는 문제는 심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공공병원을 대폭 확충해도 모자랄 판에 기존 공공병원마저 고사시키고 있다”며 “당장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예산을 복구하고, 의료 공공성을 회복하고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나순자 공공의료노조 위원장은 “코로나 대응으로 공공병원들은 치명적인 경영적 타격을 받았지만 정부의 예산 지원은 턱없이 부족했다. 지난 2021년 노정합의 당시 전국 공공병원 6곳을 신설하기로 합의했지만 이것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공공병원 지원 예산은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팬데믹에 우리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줄 마중물 예산”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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