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엔씨소프트(036570)가 다음 달 7일 출시하는 MMORPG(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 '쓰론 앤 리버티(TL)' 사전 예약 열기가 뜨겁습니다. TL은 신작 출시에 따른 반짝 효과에 그치지 않기 위해, 기존 리니지라이크와 다른 신기술과 새 비즈니스모델(BM)로 입문자를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2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는 22일 TL 사전 캐릭터 생성을 시작했는데요. 처음 연 다섯 개 서버의 사전 생성이 한 시간 만에 마감돼 추가로 다섯 개를 더 열었지만 또 마감됐습니다. 이에 엔씨는 23일 오전 두 개 서버를 또 열었습니다. 사전 예약자 규모는 대외비지만, 엔씨가 기대한 흐름이라는 건 알 수 있습니다.
이달 22일부터 12월3일까지 TL 각 서버 당 하나만 존재하는 캐릭터 이름 선점과 외모 설정을 할 수 있다. (사진=엔씨소프트)
하지만 이런 현상으로 TL의 장기 흥행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대작 MMORPG들도 사전 예약 열기가 뜨거웠던 건 마찬가지니까요.
지금 TL 사전 예약과 캐릭터 생성에 나선 사람들이 누구인지도 중요합니다. 일각에선 "기존 리니지에서 4000만원 써도 기를 못 펴던 사람들이 1000만원만 써도 강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있을 뿐"이라는 비관론도 있습니다. 결국 구대륙 사람이 신대륙으로 옮겨가는 효과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TL은 엔씨 MMORPG의 미래를 짐작게 할 갈림길 앞에 서 있습니다. PC 게임 매출의 세 배에 달하는 모바일 게임 매출은 올해 1분기 3308억원에서 3분기 2738억원으로 줄어든 상황입니다. '리니지M' 매출은 1분기 1301억4800만원에서 3분기 1196억1400만원으로 하락했습니다. '리니지2M'은 1분기 730억5900만원에서 3분기 549억2600만원으로 앞자리가 내려갔습니다. '리니지W'도 1분기 1225억5700만원에서 3분기 900억7700만원으로 줄었습니다.
이에 '린저씨'보다 넓은 층의 게이머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엔씨 주 고객으로 불리는 린저씨는 IMF 외환위기 이후 리니지와 함께 자랐습니다. 현실은 힘들지만 온라인 세상에선 다른 사람을 돕고 때로는 경쟁하며 드라마를 만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업 실패와 실직을 극복하고 건물주가 되거나 재기에 성공했고, 리니지에 대한 투자를 수억원씩 늘리며 달콤한 명예도 거머쥔 사람들이 오늘날의 린저씨라는 게 게임계 분석입니다.
하지만 이런 린저씨의 힘만으로는 엔씨 MMORPG의 미래가 불투명하므로, TL이 리니지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업계 안팎의 기대입니다. 2024년 3월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에 따라, 확률형 아이템 정보의 구체적인 공개도 앞두고 있어 BM 변화도 주목됩니다.
지스타 2023 출품작을 총괄하는 최문영 PDMO(수석개발책임자, 사진 왼쪽)는 16일 부산 벡스코 엔씨소프트 부스에서 "개발 과정을 이용자와 함께 소통하면서 발전시켜 좋은 게임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진=엔씨소프트)
이에 학계에선 엔씨가 '구대륙의 복제판'이 아닌 진정한 신대륙을 열어야 TL과 엔씨 MMORPG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무엇보다 엔씨가 게이머와 함께 만들어가는 이 장르 특성을 어떻게 활용할 지가 관건입니다. 리니지라이크 게임 내 버튼 위치가 리니지와 달라도 불편해하는 사용자, 화제작인 TL에 호기심을 품고 MMORPG에 처음 도전하려는 게이머 모두를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엔씨에 국내 최고 인재가 모여있지만, 장르 특성상 TL의 세계를 만드는 건 게이머"라며 "회사가 게이머의 요구에 맞춘 패치와 업데이트 등 전반적인 개선을 시의적절하게 이어가면, 그 사이 게임이 진화하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전 교수는 "유럽에 켜켜이 쌓인 문화와 다른 개척의 기회를 신대륙이 품고 있었듯이, '카우보이' 간 싸움과 보상 방법 등을 고민하고 적절히 운영하면서 엔씨의 신기술과 새 플랫폼에 걸맞은 BM도 시도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지금 엔씨는 TL이 자사 MMORPG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손맛 개선과 자동사냥 삭제, 아이템 파괴 없는 무기 강화 등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국내는 물론 서양 게이머도 만족할 수 있는 게임성을 고민한 결과입니다.
특히 이번 작품은 엔씨 최초로 PC·콘솔 지원이 예정돼 있습니다. 다음 달 국내에선 PC판만 먼저 출시됩니다. 정확한 콘솔 지원 시점은 미정입니다. 다만 PC에 게임패드를 연결하면 콘솔에 가까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TL 개발을 총괄하는 안종옥 PD는 "12월7일 출시와 함께 TL을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모든 개발진이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