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2년 유예…노동·시민사회 ‘강력 반발’

“산재기업 처벌을 민생 문제로 둔갑”

입력 : 2023-12-04 오후 5:29:01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정부와 여당이 내년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되는 중대재해법을 다시 2년 유예하는 개정안을 추진하자,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이들은 정부가 산재사망 기업의 처벌을 민생 문제로 둔갑시켜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며 비판했습니다.
 
민주노총은 4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대재해의 80%가 발생하는 50인 미만 기업들에 대해 지난 3년 적용유예에 2년이 추가되면 5년 동안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법이 실종되는 것”이라며 “대기업에는 봐주기 수사를 하고,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유예 연장으로 ‘버티면 된다’는 인식을 확신시켜 법을 통째로 무력화시키는 개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지난달 3일 중대재해법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 제청이 기각되면서 법안 내용이 모호하다는 주장이 동력을 잃자, 정부·여당은 산업재해 사망 기업들의 처벌 문제를 민생 문제로 둔갑시키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매년 700명 이상이 사고 사망으로 죽어가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 생명과 안전은 민생이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민주노총이 4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중대재해법 유예 연장에 반대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사진=안창현 기자)
 
정부와 국민의힘은 전날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중대재해법을 2년 더 유예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지난 9월 임이자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12명은 중소기업의 중대재해법 적용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유예기간을 2년 더 연장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들에 적용되도록 하고 있지만, 50명 미만 사업장이나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건설 공사에 대해서 법 시행 후 2년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월27일부터 확대 적용될 예정이었습니다.
 
양대노총, 유예연장 반대 투쟁 예고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당정 협의회는 적용유예 연장을 추진하면서 중소기업 예산과 기술지원 대책 등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적용유예 연장과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대책은 별개”라며 “정부의 중기 지원 대책은 중대재해법의 실질적인 적용과 병행 추진돼야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법 시행 효과를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8년 한국서부발전에서 숨진 하청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생명안전행동 공동대표는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중대재해법을 후퇴시키려고 하는 것을 보면서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으려는 것 같아 참담하다”면서 “2년 더 유예를 한다고 기업이나 정부가 안전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유예 연장에 반대했습니다.
 
한국노총도 이날 성명을 내고 중대재해법 유예 연장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한국노총은 “법 제정 당시 산업재해의 상당 부분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사업장의 영세성과 준비기간 등을 이유로 3년의 유예기간을 뒀다”며 “또 다시 전면 적용을 유예하는 건 노동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노조법 2·3조 거부권에 이어 중대재해법 유예 연장 추진까지 윤석열 정부의 본질을 보여주는 행태”라고 꼬집었습니다.
 
양대노총은 5일 국회 앞에서 중대재해법 유예 연장에 반대하는 집회를 엽니다. 한국노총은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총은 오후에 결의대회를 열고 국회 앞 농성에 돌입한다는 계획입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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