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현재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는 계란 가격의 추가 인상 가능성이 우려됩니다.
고병원성 AI는 전염성이 높기 때문에, AI가 발생한 농장의 가금류는 모두 살처분 대상이 되는데요. 이는 곧 닭고기 및 계란의 물가 불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더욱이 최근 먹거리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계란 물가 급등은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 겨울 처음으로 최근 전남 고흥 육용 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진된 데 이어, 전남 무안군 육용 오리 농장에서도 지난 6일 AI 항원이 검출되고 역시 두 번째로 확진됐습니다.
이에 방역 당국은 고흥 육용 오리 농장과 무안 육용 오리 농장에서 사육했던 오리 2만2000마리와 1만6000마리를 각각 살처분했는데요.
정부는 AI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문제는 AI가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닭은 오리보다도 AI에 더욱 취약하고, AI에 감염될 경우 살처분 규모도 더욱 커집니다. 때문에 AI 확산 자체가 계란 가격의 직접적인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올 겨울 계란 가격은 지난 여름철 폭염 및 폭우 여파로 생산성이 저하되고, 추석 수요 증가로 수급량까지 줄면서 전반적인 상승세에 놓인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에 정부의 예상보다 빨리 AI가 확산한다면 계란 가격의 추가적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계란(특란·30개)의 전국 평균 가격은 7016원으로 7000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는 전년 같은 기간(6743원)보다 250원 이상 높고, 작년 평균가(6671원)도 훌쩍 웃도는 수치입니다. 일각에서는 AI 확산 상황에 따라 80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계란 가격 인상이 농축산물 전반의 물가를 높일 수 있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산물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7.4%나 올랐는데요. 이는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3.3%)의 두 배가 넘습니다.
한훈 농식품부 차관은 "수요 증가로 가격이 일시 상승한 계란은 점차 공급이 증가할 전망이지만, 고병원성 AI 발생이 변수"라며 "가공식품과 외식은 대내외 여건 불확실성으로 상승 요인이 상존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외식 업계에 있어 계란의 쓰임새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계란 가격 상승은 전반적인 먹거리 물가 부담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AI 사태가 얼마나 단기간 내 진압될지 알 수 없는 것이 더 문제다. 물가 상방 압력에 서민들의 고통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계란이 판매되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