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연 매출 4000억원 규모 가치로 평가받는 '제주삼다수'의 판권 경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모양새입니다. 이번 입찰에는 지난 12년간 위탁판매를 맡아온 광동제약은 물론 풀무원 계열사인 풀무원식품과 '부채표 활명수'로 유명한 동화약품까지 가세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삼다수가 국내 생수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보니, 위탁판매에 성공하는 업체는 단숨에 선두 자리에 등극할 전망입니다.
25일 제주개발공사에 따르면 제주도 외 국내 전 지역에서 제주삼다수를 유통할 위탁판매사 공모 신청 마감 결과 총 11개 기업이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주개발공사 관계자는 "지난 24일 오후 6시까지 진행된 공모에 총 11개 업체가 신청서를 냈다. 다만 이들 참여 업체 명칭을 공개할 수는 없다"며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달 30일 위탁판매사 우선협상자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도전장을 낸 주요 기업들의 명단이 추려진 상태입니다. 기존에 유통을 맡아온 광동제약을 비롯, 풀무원 계열사인 풀무원식품과 동화약품 등이 입찰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업계는 기업 규모, 입찰 동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사실상 이들 기업 중심의 '3파전'이 형성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제주개발공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다수의 국내 생수 시장 점유율은 1위로 40%에 달합니다. 이어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가 13%, 농심의 '백산수'가 8%로 뒤를 잇고 있지만, 삼다수와는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이 사실인데요.
일찌감치 입찰 참여 의사를 밝힌 광동제약의 경우 판권 사수에 사활을 건 모습입니다. 지난 12년간 판권을 유지해온 광동제약 입장에서 삼다수 판권을 빼앗길 경우 후폭풍이 만만찮은 탓인데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광동제약의 매출액은 2342억원으로 파악됐는데, 이중 삼다수 매출은 713억원으로 무려 30%에 달했습니다. 때문에 판권 확보에 실패할 경우 매출 30%가 즉시 증발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책임론도 뒤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풀무원도 생수 시장 1위 달성을 목적으로 입찰에 뛰어들었다는 분석입니다. 지주사인 풀무원은 다른 계열사인 풀무원샘물을 통해 프리미엄 생수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추세지만, 점유율 확대에 있어서는 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인데요.
풀무원이 유통권을 확보하면 삼다수를 토대로 한 풀무원식품과 기존 샘물을 운영하던 풀무원샘물의 투 트랙 방식으로 먹는샘물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대폭 높일 수 있습니다.
동화약품도 이번 판권 경쟁에 가세했는데요. 평소 신성장 동력 발굴에 주력해 왔던 오너 4세 윤인호 대표이사의 의중이 반영된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반면 세간에 언급됐던 농심과 롯데칠성음료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모두 자사 생수 브랜드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자사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입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생수 시장에서 삼다수의 영향력이 워낙 막강하다 보니, 기업들 입장에서는 삼다수 판권 확보는 곧 '리스크 프리(Risk Free)' 사업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짙다"며 "사실 생수 시장의 경우 파이도 커졌지만 참여 기업들도 다변화해 과거만큼의 성장성을 낙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삼다수의 점유율이 워낙 높다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제주개발공사 삼다수 홍보관 전경. (사진=제주개발공사)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