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지속 상승하던 신조선가지수가 45주 만에 주춤했고, 올해 전세계 선박 발주량이 크게 줄면서 내년부터는 조선업 '피크아웃(정점 통과)'이 본격화될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3년치 이상 쌓인 물량으로 친환경 선박 수요 대비 건조 도크가 부족해 신조선가지수가 재차 상승할 것으로 판단 중입니다. 우리 조선사들도 내년 단순 물량보다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수주하는 전략을 강화해 실적 상승세를 이을 계획입니다.
13일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8일 신조선가지수는 177.08p로, 전주 대비 0.06p 하락했습니다. 신조선가 지수는 새로 건조되는 배의 가격을 지수화한 지표입니다. 평균을 100으로 설정해 수치가 높을수록 선박 건조 가격이 올랐음을 뜻합니다. 신조선서지수는 지난 1월 4째주부터 이달 1일 177.14p까지 44주 연속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고공행진을 멈춘 신조선가 지수는 다시 반등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올해 신조선가가 계속 상승한 원인은 조선사들이 높은 수주 잔고로 건조 도크가 부족했다는 점과 관련이 있습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조선가 지수는 재차 상승해 내년 평균 180p에 안착할 것"이라며 "올해 신조선가가 견조하게 오른 이유는 조선사들의 건조 슬롯이 부족해 공급자 우위 시장이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신조선가지수 그래프.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신조선가 오름세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가 강화된 뒤 시작됐습니다. 글로벌 선사들은 이를 댑해 친환경 선박 발주와 노후 선박들을 교체하며 탈탄소 체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선박 발주량도 최근 하락하는 추세이지만, 우리 조선업계는 어차피 건조 도크가 부족해 친환경선과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만 골라 건조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올해 11월까지 전 세계 누적 선박 발주량은 3809만CGT(1545척)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동기인 4777만CGT(1811척) 대비 20% 감소한 수치입니다. 내년에도 발주량은 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선박 발주량 전망치는 2900만CGT로 분석됐습니다.
또 높은 기술력을 가진 우리 조선업계는 타국 업체들보다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습니다. 향후 수요가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액화석유가스(LPG)·암모니아·메탄올 운반선 등에 낮은 선가를 제시하며 경쟁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조선사들은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과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만 골라서 수주하고 있다"며 "HD현대중공업은 3.34년분,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각각 3.78년, 2.74년에 달하는 일감을 이미 확보한 만큼 수익성 높은 선박만 수주하는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현대미포조선의 4만 5천입방미터(㎥)급 중형 암모니아 추진선의 조감도. (사진=HD한국조선해양)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