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서울시가 오세훈표 복지모델인 ‘안심소득’ 시범사업의 중간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지원가구의 근로소득이 늘고 필수재화 소비가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현행 복지제도에서 제외되는 가구들까지 지원범위를 넓히면서 근로의욕도 저해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서울시는 20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을 열고, 지난해 7월부터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소득격차 완화를 위해 추진 중인 안심소득 시범사업의 1차 중간조사 결과를 이같이 발표했습니다.
안심소득은 저소득층 가구(중위소득 85% 이하, 재산 3억2600만원 이하) 대상으로 중위소득과 가구소득 간 차액의 절반을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하후상박형으로 설계됐습니다. 시는 안심소득 효과와 실현 가능성 검증을 위해 5년간 성과 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는데, 이번 발표는 첫 번째 중간조사 결과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는 지난해 중위소득 50% 이하를 대상으로 1단계 시범사업 대상 484가구(비교집단 1039가구)를 선정했고 그해 7월부터 안심소득을 지급했습니다. 지급기간은 3년입니다. 올해는 중위소득 85% 이하로 대상을 확대해 2단계 지원대상 1100가구(비교집단 2488가구)를 선정하고 지난 7월부터 향후 2년간 지원합니다.
이정민 서울대 교수가 발표한 중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1단계 시범사업 지원가구 484가구 중 현행 복지제도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 가구 비율이 262가구(54.1%)로, 안심소득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비해 저소득층을 더 폭넓게 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지원가구의 21.8%인 104가구가 근로소득이 증가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23가구(4.8%)는 지난 11월 기준 가구소득이 중위소득 85% 이상으로 증가해 더 이상 안심소득을 받지 않았습니다. 1단계 선정 당시 소득기준인 중위소득 50%를 초과한 가구도 56가구(11.7%)였습니다.
서울시는 근로소득이 증가한 점에 대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정해진 소득기준을 넘으면 수급자격이 박탈되지만, 안심소득은 소득기준을 초과해도 자격이 유지된다”며 “실업 등으로 가구소득이 줄면 자동으로 안심소득이 지급되기 때문에 현행 복지제도와 비교해 근로의욕을 저해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필수재화 소비 늘고 정신건강 개선
이밖에 지원가구의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 효과도 나타났습니다. 식료품과 의료 서비스, 교통비에 대한 지출이 비교집단 대비 각각 12.4%, 30.8%, 18.6% 증가했습니다. 자존감과 우울감, 스트레스 등 정신건강에 대한 처치 효과도 각각 14.6%, 16.4%, 18.1%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날 포럼에 앞서 특별대담에 참석한 201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에스테르 뒤플로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많은 경제학자가 일부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위험성 때문에 일정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 도입에 대해 우려한다”면서 “하지만 이런 우려는 과장된 경향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뒤플로 교수는 “인도네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 진행한 조사 결과들을 보면 소득보장제도가 사람들을 게으르고 만드는 효과는 없다”며 “빈곤국의 경우 보편적 기본소득이 적합하지만, 한국과 같이 부유하고 행정 역량을 갖춘 국가에서는 선별적 복지를 통해 취약층에 대한 지원 혜택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오 시장은 이에 대해 “안심소득은 정해진 소득 기준을 넘어도 자격이 유지되고 소득이 적을수록 많이 지원받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실업과 폐업 등 갑작스럽게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스스로 가난하다고 증빙하지 않고 안심소득을 자동 지급하기 때문에 현행 복지제도와 달리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지 않도록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