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서울시 산하 미디어재단 TBS가 개국 33년 만에 존폐 기로에 섰습니다.
TBS는 운영 예산의 70% 이상을 서울시 출연금에 의존하는데, 이 예산의 근거 조례가 폐지되면서 내년부터 당장 서울시 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시의회에 폐지 조례안 유예를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여야 간 논의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서울시의회의 올해 마지막 본회의는 22일 오후 2시에 예정돼 있습니다. TBS 문제와 관련해 지난 19일 열린 본회의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해당 상임위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습니다. 앞서 민주당 시위원들은 TBS 지원 폐지조례 시행일을 2년6개월 연기하는 조례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0월 서울 중구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TBS와 관련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의회 관계자는 “본회의에 앞서 문광위(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민주당 발의 조례안이나 여야 간 협의를 통해 TBS 안건을 논의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의원들 간에도 의견이 엇갈리고 상임위를 거친다고 본회의 통과를 장담할 수 있는 건 아니라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의회는 지난해 11월 TBS에 대한 서울시 출연금 지원 근거인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2024년 1월1일부로 폐지하는 조례안을 가결했습니다. 이후 TBS는 방송출연제한심의위원회 등을 설치해 편향성을 해소하고 인원을 감축하는 등의 공정성 강화 혁신안을 발표하고, 민영화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김현기 “TBS 자구책 빨리 찾아야”
다만 폐지조례 취지에 맞게 독립경영에 필요한 조직 정비와 퇴직금과 임금 등의 문제해결을 위해 6개월 동안 조례안 시행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시의회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서울시도 TBS에 대한 한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15일 강철원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시의회를 찾아 직원들의 퇴직금과 임금 마련을 위해서라도 한시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조례 시행을 6개월 연기해달라고 긴급 요청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조례안 연기를 결정할 수 있는 여당 내 의견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연장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김 의장은 “TBS 세금 지원 중단 조례는 우리의 제1호 당론”이라며 “TBS에 대한 지원을 연장하는 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한 일에 대한 자기부정이다. TBS가 자구책을 빨리 찾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민의힘 시의원은 “TBS가 민영화를 선언했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민영화를 위해 어떤 절차를 거치고 운영할 건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없어 아쉽다”며 “일정 기간 TBS 지원을 유지하는 건 개인적으로 찬성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당 내 논의를 더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