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 취임 100여일 만에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뉴스타파 인용 보도와 관련해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심의 민원을 넣었다는 의혹이 불거진 까닭입니다. 공정성이 결여된 위법사안으로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류 위원장은 공식자료를 통해 민원인 정보 유출은 중대 범죄 행위라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반박했습니다.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 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위 등은 "류 위원장의 셀프민원, 셀프심의는 당장 파면해야 할 위법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방심위는 지난달 13일 뉴스타파의 '김만배 신학림' 녹취록을 인용한 보도와 관련해 MBC, KBS, JTBC, YTN 등에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습니다. 이와 관련 지난 25일에는 뉴스타파와 MBC 등이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가족과 지인들이 민원에 대거 참여해 '심의 민원을 청부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해당 보도들의 출처는 지난 23일 공익제보자가 법률 대리인을 통해 비실명으로 권익위원회에 제출한 공익신고입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 12월4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당 측은 지난 2018년 친인척 명의로 민원을 신청한 김모 전 방심위 방송심의기획팀장이 파면된 사례를 꺼내며,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파면 이전에 스스로 책임지고 물러나야 하는 게 맞다는 주장입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방심위는 민간독립기구로 분류되지만, 헌법재판소에서 국가행정기관으로 정의한 만큼 공권력 행사의 주체로 볼 수 있다"며 "행정기관장의 셀프민원, 셀프심의는 공적, 도덕적 책무가 결여뿐 아니라 특정 언론을 탄압하려는 고의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과 여권은 방심위 직원이 민원 정보를 유출한 것은 명백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란 입장입니다. 류 위원장은 이날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사건은 2008년 방심위 출범 이후 초유의 일"이라며 "민원인 개인정보는 민원인 보호와 자유로운 심의신청 보장을 위해 법으로 보호하는 초민감 정보인데 이를 유출한 것은 그 자체로 중대 범죄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또 "특별감사와 수사의뢰 등을 통해 민원인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고 방심위의 업무를 방해한 범죄행위를 명명백백히 규명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12월26일 방심위 보도자료 일부. (자료=방심위)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심위지부는 불공정 심의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가 우선이라고 촉구했습니다. 방심위지부 관계자는 "이번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해명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며 "제보자를 색출하고 수사의뢰를 하겠다는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데, 명분없는 감찰은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안정상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사안은 공익제보자가 양심에 따라 권익위에 신고한 내용으로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라며 "불법성을 덮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