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2023년은 이상동기범죄, 이른바 ‘묻지마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진 한 해였습니다. 이태원 참사 발생 1년이 넘도록 특별법 제정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같은 ‘안전 불감증’ 사고도 여전했습니다.
특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7월과 8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7월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노상에서는 조선(33)이 흉기를 휘둘러 1명이 목숨을 잃고 3명이 큰 부상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대낮 도심 한복판에서 칼부림이 벌어졌습니다.
2주 뒤인 8월 3일 최원종(22)은 경기도 성남시 서현역 앞에서 차량을 몰고 행인들을 덮쳤고, 근처 쇼핑몰로 들어가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이 사건으로 2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습니다. 같은 달 18일에는 관악구 산속 둘레길에서 30대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고 사망했습니다.
연이은 흉기 난동 사건 발생과 살인 예고 등으로 국민 불안감이 커지는 지난 8월6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에서 경찰특공대원이 순찰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찰과 지자체는 합동 순찰을 강화하고 경찰특공대까지 동원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하는 등 집중적인 범죄 대응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잇따른 흉악범죄와 함께 ‘살인예고’ 게시글까지 퍼지면서 시민 불안은 가중됐습니다. 경찰은 신림역 흉기사건 이후 한 달여간 살인예고 글 476건을 발견해 235명을 검거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이후에도 안전 불감증 사건들은 계속됐습니다. 25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7월15일 미호강 임시제방이 유실되면서 발생했습니다. 차량 17대가 침수되고 14명이 숨진 참사로 인해 사전 안전조치 미흡과 행정당국의 허술한 대응이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습니다.
일 오염수 방류, 정부 해명에도 시민들 ‘반발’
임시제방 붕괴 위험 신호가 수차례 감지됐음에도 지하차도 관리청인 충북도와 관련 기관들이 제대로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를 겪고도 국가안전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수해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순직한 채 상병 사망사건 역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는 지적입니다. 7월19일 경북 예천에서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던 해병대 1사단 소속 고 채수근 상병은 불어난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적절한 보호체계 미비가 사고의 주요 요인으로 판단했습니다. 이후 이 사건은 책임자들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외압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8월24일에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면서, 인체에 무해하다는 우리 정부 해명에도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습니다. 일본 정부는 올해에만 총 3차례 2만3351t의 오염수를 바다로 흘려보냈는데, 국내 시민사회단체와 환경단체들은 이에 반발하며 즉시 방류 중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