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 세종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한동인·최수빈 기자] 전직 국회의장을 비롯한 정치 원로와 전문가들은 올해 여야의 극단적인 진영 정치가 더욱 심화된 데 대해 우려했습니다. 민심을 대변하지 않고 자당의 강성 지지층만을 바라본 거대 양당의 정치 행보가 현 사태를 초래했다는 겁니다.
특히 극단적 진영정치를 초래한 '1차 책임자'로 윤석열 대통령을 지목했습니다. 결국 윤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나서서 야당과의 대화를 통해 여야 경색 국면을 타개하고 이를 통해 정치적 합의점들을 조금씩 모색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내년 총선까지도 진영 정치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양당 모두 국민에게 심판받을 것이란 경고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타협 없는 극단 정치…"최종 책임은 윤 대통령"
본지는 27일 정치 원로와 각계 전문가들에게 올해 정치·경제 분야에 대한 평가와 함께 새해 윤석열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조언을 구했습니다. 여야 정치 원로인 임채정 전 국회의장과 이석현·이주영 전 국회부의장, 정치 전문가인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경제 전문가인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가 의견을 줬습니다.
임채정 전 의장은 올해 각 당의 진영 정치가 더욱 격화된 데 대해 "정치에서 타협과 협상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이유로 "정치가 지금 국민의 신뢰를 못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임 전 의장은 현 상황이 벌어진 데 대한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인물로 윤 대통령을 꼽았습니다. 그는 "정부여당의 책임이 더 크다고 봐야 하지만, 최종 책임은 윤 대통령에게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석현 전 부의장은 "여야가 국민을 바라보지 않고 계파 이익만 생각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절대 다수 국민들은 침묵하고 있는데 내년 총선 때 양당 모두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 전 부의장은 진영 정치의 책임이 있는 대표적인 인물로 윤 대통령과 함께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꼽았습니다. 그는 이 대표를 향해 "친명(친이재명)계와 당을 장악해서 안해야 될 일을 하고 있다"며 "당대표를 내려놓는 통 큰 정치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주영 전 부의장도 "진영 정치가 격화됐다는 데 공감한다"며 "근래에 더 배제의 정치가 심화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이 전 부의장은 진영 정치 폐해의 책임은 여야 모두에게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 시점에서 (여야) 모두 상대방을 가리켜 네 책임이라고 하고 있으니 (권력을) 많이 가진 쪽에서 큰 마음으로 포용하고 나가는 게 필요하다"며 윤 대통령이 야당에 먼저 손을 내밀 것을 조언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팬덤 정치와 결별 필요…정치 최종 목표는 '민생'
정치 전문가인 채진원 교수는 "정당 혹은 정치의 기본이 민의를 대변하는 것인데, 일부 강성 지지층을 보고 정치한다는 것은 정치의 기본에서 이탈한 것"이라며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것이 새해에 중요한 정치적 과제"라고 내다봤습니다. 거대 양당을 '적대적 공생 관계'로 규정한 채 교수는 여야 양쪽에 극단의 진영 정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제 전문가인 성태윤 교수는 올해 경제 상황에 대해 "후반기에 조금 안정화되기는 했지만 물가 이슈가 가장 힘들었다"며 "결국 물가가 올라가면서 금리도 상승할 수밖에 없었고 그 부분이 국민들 입장에서 제일 힘들었던 부분일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성 교수는 내년 경제 전망과 관련해 "물가 안정에 기반해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적인 부분을 충실히 해나가고 그 다음에 구조개혁 등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치 원로와 전문가들은 새해에 타협과 대화의 정치를 중심으로 한 윤 대통령의 전면적인 국정운영 기조 전환을 주문했습니다. 다만 여야가 격렬히 맞붙는 내년 총선 일정 등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이 변화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임 전 의장은 "상대방과의 타협과 대화를 통해서만이 현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인데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고, 이석현 전 부의장도 "이번에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을 거스를 수 없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뽑았는데 정치를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며 "대통령이 바뀌어야 하는데 여간해서 안 바뀔 것"이라고 했습니다. 채 교수는 "내년 총선이 대선 연장전으로 계속 가고 있다"며 "승패를 가리는 최후 결판이 나오지 않으면 계속 이렇게 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박주용·한동인·최수빈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