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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1월 4일 14:4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 1년이 넘었지만 극장가는 여전히 재무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홈시네마' 문화가 정착하면서 극장을 찾는 관객 수 역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 장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CJ CGV는 유상증자와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해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이자 비용 등으로 인해 재무부담은 심화되고 있다. 롯데컬처웍스는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긴축 경영에 돌입했고, 메가박스 역시 계열회사로부터 수차례 자금 수혈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IB토마토>는 각 사의 재무 리스크 대응 여력을 점검해 보고 향후 회복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CJ CGV(079160)가 최근 흑자전환으로 돌아선 가운데 여전히 영업이익보다 높은 이자비용으로 인해 재무부담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차입금 상환 자금 대부분을 신종자본증권을 포함한 외부 조달로 충당하며 재무부담이 심화된 만큼 실질적인 재무안정성은 현재 재무상태 대비 열위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흑자전환' 성공에도 이자비용 상환 역부족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 CGV의 이자보상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을 기준으로 0.99배를 기록했다. 3분기 누적 이자비용이 324억원에 이르는 반면 영업이익은 그 보다 적은 322억원에 불과한 수준이다.
CJ CGV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158억원을 기록하며 상반기 누적 17억원을 달성하며,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어 3분기 30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2분기 연속으로 흑자기조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자 비용도 점차 줄어들고 있으나 여전히 영업이익보다 높은 상황이다. 지난 2020년 432억원에 이르던 이자비용은 2021년 546억원까지 확대된 이후 2022년 517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직전연도 동기(368억원) 대비 11.95% 줄었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보다 0.62% 높았다.
특히 약 1조300억원에 이르는 신종자본증권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재무부담은 수치보다 더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종자본증권은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율과 콜옵션 등을 고려하면 부채의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다. CJ CGV가 보유 중인 신종자본증권 가운데 가장 높은 이자율은 8.50%에 달했다. 지난해 3분기 말 연결 현금흐름표를 보면, 관련 이자만 13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난해 3분기 말 부채비율은 529%로 직전연도 말 816% 대비 약 287%포인트 감소했다. 앞서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한 가운데 부채를 일부 상환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CJ CGV의 자본총계는 3931억원에서 5896억원으로 49.99% 급증했다. 부채 총계 역시 3조2084억원에서 3조1188억원으로 소폭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3조원을 웃도는 수치다. 재무개선을 위해 추가적인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향후 자금조달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상증자 계획 '제동'…회사채 발행도 난항
CJ CGV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후속 유상증자에 모회사인
CJ(001040)로부터 CJ올리브네트웍스를 현물 출자 받을 계획으로 알려졌으나, 즉각적인 자금 조달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CJ는 현물출자 방식으로 CJ CGV 신주를 인수하는 계획에 필요한 감정보고서 인가가 기각됐기 때문이다.
현물출자 방식으로 신주를 인수할 경우에는 인수대금이 되는 현물의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 신주를 발행하는 회사의 이사가 법원에 검사인 선임을 청구해 조사를 받거나, 공인된 감정인의 감정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에 CJ CGV는 지난 8월29일 법원에 신주인수계약에 대한 조사를 신청했고, 현물 출자 가액에 대한 회계법인 평가액은 약 4500억원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원에서 해당 주식의 가치가 과대평가됐다는 이유에서 감정평가서를 기각했다.
아울러 향후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진행된 CJ CGV의 회사채 모집에서도 산업은행 지원에 힘입어 가까스로 2000억원 모집에 성공한 바 있다. 이번 회사채의 수요예측 당시 경쟁률은 0.5대 1로, 운용사 3건과 투자매매 중개업자 32건만 참여했다.
당초 CJ CGV가 산은의 지원을 받은 이유로는 당초 미매각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CJ는 CJ CGV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회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00%를 현물 출자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대주주인 CJ가 지분율 48.5%를 고려하면 2700억원 가량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600억원의 현금만 출자한 후 후속 유상증자에 CJ 올리브네트웍스를 현물 출자해 51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1조200억원 규모에 이르는 유상증자로 인해 주가 희석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주주들의 반발을 샀다. 이에 지난 9월 진행된 유증에서 4153억원의 증자대금을 조달하는 데 그쳤다.
이 가운데 사업 정상화를 위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에만 미국과 홍콩법인에 각각 369억원과 1356억원의 자금을 대여해줬다. 이는 내부 대여를 통해 재무안정성 제고와 이자비용 사외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함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2년 미국법인과 홍콩법인은 각각 8억4900만원, 1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미국법인과 다르게 홍콩법인은 3억7400만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직전연도(3억3400만원) 대비 소폭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서울의 봄' 등 영화의 흥행 성공과 관객 수 회복 등으로 흑자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서울의 봄은 누적관객수 1218만명을 기록하며 흥행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범죄도시3'가 관람객 997만명(985억원 매출)을 동원하며 흥행 1위에 올랐던 것보다 더 많은 관객을 끌어모았다.
이에 누적 관객수 역시 지난해 1억2514만명을 기록하며 직전연도 1억1281만명 대비 소폭 증가했다. 여전히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2억2668만명) 대비 적은 수준이나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CJ CGV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사업을 담당하는 홍콩법인에서도 실적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번 자금 조달은 일회성 요인"이라면서 "현재 보유한 현금성자산 등을 통해 이자부담에 대응하는 등 효율화에 집중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