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을 일컫는 '개딸(개혁의 딸들)',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지지하는 친낙(친이낙연)이 서로를 향해 막말·조롱·혐오를 표출했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들이 정치 퇴행을 이끄는 주범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3일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민주당 탈당 기념행사'에서 이 대표를 향한 막말 논란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 행사는 이 전 총리 측 지지자들이 주최했는데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주당 탈당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프로레슬러 출신 김남훈씨는 이 자리에서 이 대표 피습 사건을 두고 “목에 ‘칼빵’을 맞았는데 지지율이 떨어지는 경우는 처음 본다”고 비난했습니다.
아울러 '개딸' 역시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나 이 전 총리를 향해 '수박(겉은 민주당·속은 국민의힘)'이라고 비하하는 등 '막말·조롱·혐오'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2023년 3월3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 강성 지지자들로 구성된 더불어수박깨기운동본부 회원들이 3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 당사 앞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 반란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을 겨냥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급기야는 지난해 10월 '나에게 한 발의 총알이 있다면 매국노를 처단할 것'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비명계 의원 이원욱 의원 지역구에 걸리는 사태까지 일어났습니다. 해당 현수막에는 비명계 의원들의 사진 위에 '깨진 수박'을 얹은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갈등이 첨예해지다 보니 각 진영의 유불리를 위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동원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하나 된 모습으로 총선에서 승리해달라"는 메시지를 민주당 지도부에 전달했습니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문파(문재인 지지자) 일동'을 자처한 이들이 "'이낙연 신당' 합류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압박하는 내용의 게시물이 돌았습니다. 다만 이 게시물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문파(문재인 지지자)'가 '이낙연 신당' 관련, 문재인 전 대통령을 압박한다는 내용의 이미지. (이미지=인터넷 커뮤니티)
전문가들은 양 진영이 증오의 정치를 동원해 정치 퇴행을 불러온다고 우려했습니다. 정치평론가인 김철형 경일대 특임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과거에도 거친 언사들이 있었지만, 이렇게 혐오하고 차별하는 표현까지 가지 않았다"며 "개딸이라는 강한 팬덤 현상이 서로를 향한 증오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피습 사건에 대해 '자극극·나무젓가락'이라는 등 별 이야기가 다 나온다"며 "정치가 특히 감성적으로 양극화하면서 단순히 퇴보 정도가 아니라 상식과 자제력 관용, 톨레랑스(관용) 같은 토대가 무너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막말은 개딸·친낙 등 '강성 지지층'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선혈이 낭자하게 찔러야 지지자들이 좋아하는 정치 문화에 대해서, 이 대표도 본인이 피해자가 돼 보니 한 번 더 느낀 게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이날 김 의원에 대해 '엄중 경고'를 의결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